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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 속 ‘넘어짐 감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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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애플이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발표하던 순간 사실 아이폰보다도 애플워치, 그리고 그 중에서도 ‘넘어짐 감지’ 기능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4번째 세대를 맞이한 애플워치는 디자인을 큼직하게 바꾸기도 했지만 건강과 관련된 기능들을 더 고도화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키노트가 끝나고 제품을 만져보면서 머릿속에 ‘내’가 아니라 ‘가족’이 먼저 떠오르는 제품이었다는 게 애플워치 시리즈 4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기능적으로 새 애플워치의 변화는 이용자들이 크게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센서가 더 정밀해져서 움직임을 더 짧은 시간 단위로 읽어낼 수 있고, 동작의 크기도 더 정밀하게 읽어냅니다. 이 표현이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센서 데이터의 다이내믹레인지와 해상도가 높아진 것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넘어짐 감지 기능은 달라진 기기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하나의 예입니다. 애플이 이 시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엿볼 수 있는 기능이기도 합니다.

애플이 애플워치에 넘어짐 감지 기능을 넣은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넘어지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3분의 1이 1년에 한번 정도는 넘어지는 사고를 당한다고 합니다. ‘넘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노인들의 사망 사고가 넘어지는 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골절이나 뇌진탕 등을 회복하기 어려워지고 합병증 등으로 번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넘어지는 사고들은 적절한 응급 조치가 뒤따르면 대체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애플워치는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동작 센서로 넘어졌다는 것을 알아채고, 상황이 괜찮은지 묻고, 대응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소방서와 비상연락망으로 위치와 상태를 알려서 빨리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입니다. 이쯤 되면 부모님이나 조부모님들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죠.


이 기능이 소개되고 나서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이 기능을 재현하려고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했던 거죠.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꾸어 생각해보면 가짜로 넘어진 척 한 것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게 정확히 작동한 것이지요. 물론 이런 기능은 잘못 인식하더라도 조금 너그럽게 파악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지금 애플워치의 넘어짐 감지는 대체로 데이터를 잘못 분석할 확률이 그만큼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애플워치는 어떻게 넘어지는 것을 알아채는 걸까요?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동작을 읽어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일단 넘어지는 상황에서 센서 데이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아채야 하니까요. 사람이 넘어질 때는 몇 가지 동작 패턴이 있습니다. 앞으로 넘어질 때는 손을 짚지요. 이때 팔의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빠르게 내밀어지고 아래로 떨어지다가 땅에 팔을 짚는 순간은 바닥을 주먹으로 치는 것처럼 큰 충격이 오게 될 겁니다. 뒤로 넘어질 때는 어떨까요? 얼음판에서 중심을 잃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비슷할 겁니다. 팔을 뒤로 크게 휘젓다가 마찬가지로 손목이 아래로 빠르게 추락하다가 바닥을 짚으면서 충격이 오지요.


애플은 이런 상황들에 대한 데이터를 직접 수집했습니다. 사실 넘어지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 동안은 스턴트맨들의 움직임을 센서로 읽어들이기도 했지만 애플은 실제 데이터를 수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의 가족, 친구를 비롯해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 등 실제 대상이 되는 이들을 통해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2500명이 25만 일 분량의 데이터를 만들어냈습니다. 실제 상황의 데이터지요.


이 데이터가 값어치는 갖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정확도지요. 넘어졌을 때의 데이터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데이터 구분이 명확해지는 것이지요.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착각하거나 가짜로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걸러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따져보면 이 넘어짐 감지가 전혀 의외의 기능은 아닙니다. 애플은 이미 손동작만으로 여러가지 활동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만들어 왔습니다. 가장 극단적인 것이 수영과 휠체어입니다. 애플은 손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읽어 배영을 하는지, 접영을 하는지 알 수 있고, 휠체어를 미는 것이 얼마나 칼로리를 소모하는지 읽어내 왔지요. 넘어지는 것을 읽어내는 것도 정확한 백그라운드 데이터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넘어진 이후의 대응도 사실 기존에 있던 SOS 기능과 비슷합니다. 각 나라에 등록된 응급 전화로 연결해 시리의 목소리를 이용해 해당 국가의 언어로 이용자의 이름, 전화번호, 위치를 알리고 넘어져서 다쳤다고 알립니다. 이 메시지는 5초 간격으로 반복됩니다. 우리나라 이용자가 태국에서 넘어져도 자동으로 해당 국가의 긴급 구조 번호로 전화해 태국어로 신고해 줍니다. 이용자는 신경 쓸 게 없지요. 아직 공식적으로 데이터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넘어짐 감지는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을 위험에서 구해낼 겁니다.

넘어진 데이터는 필요에 따라 병원의 주치의에게 넘겨줄 수도 있습니다. 무단으로 전송하는 것은 아니고,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낙상 등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식입니다. 의외로 넘어진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기도 하고, 주변에 말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데이터가 더 정확하고 상세하게 그 상황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넘어짐 감지 기능은 애플이 워치와 센서를 이용하는 것에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탄탄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센서로 그 데이터를 정확히 해석하고 기존 인프라와 연결하는 것이지요. 손목의 센서만으로 일상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이런 기능들로 보여지는 겁니다.


그렇다고 애플이 이용자의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애플은 이용자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서 수집하지 않습니다. 모든 데이터는 기기 내에 보관됩니다. 그리고 기기 안에서 이용자를 학습하지요. 처음 기기를 설정할 때 입력하는 키와 몸무게, 나이 정보에 움직임 정보를 더해 보폭, 팔길이 같은 정보들도 다 파악합니다. 이렇게 데이터를 개인화하면서 데이터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이지요. 물론 이 데이터는 애플워치의 백업을 통해 안전하게 보관되고, 새 애플워치로 바꿔도 그 정보는 그대로 옮겨집니다.

애플은 일상의 건강이 데이터로 관리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운동이 될 수도 있고, 사고 대응일 수도 있습니다. 애플워치가 등장한 이후 이 기조는 한번도 변하지 않았고 차분히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능이 이용자가 직접 신경쓰거나 손대지 않아도 되게 만들었습니다. 점점 어려워지는 IT기기들과 조금은 다른 접근입니다.


애플워치는 어느샌가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워치 같은 카테고리 대신 그냥 시계로, 애플워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마치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가 아니라 ‘아이팟’으로 따로 구분되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된 이유는 뭘까요? 디자인이나 새로운 기기에 대한 호기심은 이제 한풀 꺾였을 겁니다. 대신 다른 기대가 생기고 있다고 봅니다. 애플워치를 꾸준히 차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생활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그저 스마트폰 알림을 전해주고, 예쁜 전자 시계 역할이 스마트워치의 전부는 아닙니다. 넘어짐 감지 역시 누군가에게는 큰 변화를 줄 겁니다. 낙상 사고를 당한 사람들은 보통 또 다시 넘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자신감도 잃는다고 합니다. 기술이 그런 부분에서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좋은 일입니다. 세상에 없던, 전혀 새로운 기술도 아닙니다. 원래 있던 기능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일상에 큰 가치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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