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폴더블폰, 접었다 펴봤더니

조회수 2019. 1. 11. 16: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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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로욜 폴더블폰 '플렉스파이' 후기
“Where is the foldable phone(폴더블폰 어딨어요)?”

작년 10월 중국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을 깜짝 공개했다. 삼성도 화웨이도 아닌 무명 스타트업이 돌연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탓에,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 관심은 ‘국제소비자가전쇼(CES) 2019’에서도 이어졌다. CES 2019 로욜 부스는 세계 최초 폴더블폰을 찾는 인파로 북적였다.

|로욜 부스 앞. 휘어진 디스플레이가 관람객을 반긴다.

로욜은 원래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 2012년 스탠포드 공대 졸업생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전문업체로, 2014년부터 매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왔다. ‘플렉스파이(FlexPai)’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보여주기 위한 연장선상에 있는 제품이라 볼 수 있다.


최초가 대수냐. 잘 만드는 게 중요하지. 지난해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은 없던 호기심도 자아내기 충분했다. 로욜 부스로 향하며 생각했다. 최초는 대수로구나. 로욜 부스에 가서 나도 물었다. “폴더블폰 어딨어요?”

여기에 있습니다, 폴더블폰

최악의 최악을 상상하고 갔기 때문일까. 플렉스파이의 첫인상은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유튜브에서 본 영상에서는 디스플레이를 접고 펴는 데 주름이 가 있었는데, 실제로 본 표면은 매끈했다. 다만 잘 구부러질 수 있도록 이음새 부분을 아코디언처럼 만들어놨다. 미관상 좋지 않았다. 그 부분을 제외하고 봐도 전체적으로 시제품 같은 인상을 풍겼다.


사양을 보자. 로욜에 따르면 태블릿 모드(1920×1440)일 때 4:3 화면비를 지원하고, 퀄컴 스냅드래곤 855가 탑재됐으며 지문인식 버튼, 듀얼 SIM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충전은 USB타입-C. 헤드폰 잭은 없다. 배터리 용량은 3970mAh이고, 카메라는 16MP+20MP가 적용됐다. 화질이 영 좋지 않다는 얘기다.

접으면 스마트폰, 펴면 태블릿으로 쓸 수 있다. 삼성전자가 조만간 공개할 거로 예상되는 폴더블폰과 비슷하다. 다만 삼성이 개발하는 폴더블폰은 안쪽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이고, 로욜의 플렉스파이는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접는 건 같다. 그러나 어디로 접느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 가령 플렉스파이는 반으로 접으면 양쪽에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처럼 안으로 접으면 안정감이 있다. 디스플레이도 보호된다. 단점은 외부에 디스플레이를 따로 탑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렉스파이를 세워두고 한 쪽에서는 영상을 보고 다른 한 쪽에서는 문자를 보낼 수 있을까. 시도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관계자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 지금은 시연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접었다 펼 때마다 스마트폰 모드에서 태블릿 모드로 자동 전환되는 바람에 앱은 아무렇게나 눌리고, 되는 앱은 없고, 총체적 난국이었다. 로욜은 ‘안드로이드9’에 기반해 자체적으로 만든 ‘워터OS’를  쓴다. OS를 개선하면 조금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기능도 있었다. 접은 채 사진을 촬영하면 다른 쪽 디스플레이에 촬영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는 기능이다. 남에게 촬영을 부탁하고도 ‘셀피’ 같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 이음새 부분에는 메시지, 전화 등 알림이 표시된다. 유튜브를 보다 전화가 와도 방해 받지 않을 수 있다.


플렉스파이를 끝까지 접으면 ‘딱’ 소리가 나면서 닫힌다. 펼쳤을 때 화면 전체에 자리하고 있던 앱들은 그 순간 일반 스마트폰을 쓰는 것처럼 한쪽으로 옮겨온다. 반대쪽 화면은 텅 비게 된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모드로만 쓸 때는 앱을 잘못 누른 경우는 없었다.

바닥에 펼쳐 놓자 문제가 보였다. 중앙부에서 들뜸 현상이 관찰됐다. 관계자는 가운데의 연결부 때문에 완전히 판판하게는 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로욜 측은 20만번 이상 디스플레이를 구부러뜨리는 테스트를 거쳐 내구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20만번 접었다 펴볼 수는 없으니 확인할 길은 없었다.


접었다 펴는 것 자체도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두 손에 힘을 주고 접고 펴야 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였다. 신기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경험도 문제다. 접으면 안 될 곳을 접는 것 같아 불안하다. 두께는 7.6 mm에 무게는 320g. 묵직하다. 무겁고 두껍다. 휴대성 제로다.


플렉스파이는 개발자버전 256GB 기준으로 1469달러에 선주문 판매되고 있다. 우리돈 165만원에 달한다. 올해 폴더블폰 출시가 예고돼 있는 삼성, 화웨이 등 걸출한 제조사들은 어떤 폴더블폰을 내놓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보다는 완벽하고 이보다도 비싼 물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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