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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틀 벗어난 디스플레이 혁명

조회수 2019. 1. 7. 13: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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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이 세상에 처음 선보인 지 벌써 4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컴퓨터를 들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노트북 PC가 완성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디스플레이와 배터리에 있지 않을까요. 배터리는 선을 잘라냈고, 액정을 이용한 LCD는 크고 무거운 CRT 모니터에 대한 생각을 뿌리부터 바꾸어 놓았지요.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한 이른바 ‘벽걸이형 TV’ 역시 배불뚝이 CRT TV의 자리를 빠르게 대신했습니다. 이 역시 액정 기반의 LCD와 플라즈마를 이용한 PDP의 기술 발전이 큰 역할을 했죠. 이제는 벽걸이라는 말 자체도 어색할 정도가 됐고, OLED의 등장으로 아예 벽의 일부가 될 정도로 얇은 TV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얇고 가벼운 디스플레이는 노트북 뿐 아니라 태블릿, 스마트폰을 비롯해 자동차까지 기기의 형태와 정보의 접근성에 영향을 끼쳤지요.


컴퓨터와 TV의 진화는 디스플레이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디스플레이는 기기를 만들 때 아주 많은 부분에 영향을 끼칩니다. 기기의 크기와 디자인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전력 소비와 어떤 결과물을 얼마나 좋은 화질로 보여줄 지를 결정하기 때문이지요. 더 나은 디스플레이는 더 나은 기기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아예 기존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디스플레이에 갇힌 하드웨어 상상력


OLED를 비롯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 기대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이 디스플레이가 더 나은 화질을 만들어낸다는 점도 있지만, 동시에 그 자체의 특성이 만들어낼 새로운 제품들입니다. 어떤 것은 자리잡고 있고 어떤 것은 여전히 어디에 쓸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들지만, 다양성은 수요와 상상력을 자극하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거의 모든 기기에는 크든 작든 컴퓨터가 들어가 있습니다. 사물인터넷(IoT)의 확장으로 그 컴퓨터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무릇 컴퓨터라고 하면 이용자와 어떤 방법으로든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최근 음성인식 기술이 대표 사례죠. 하지만 역시 가장 확실한 것은 화면입니다. 화면에 정보를 보여주고, 또 터치스크린으로 두드려서 명령을 전달하는 것은 가장 익숙한 방법이지요. 디스플레이는 직관적인 메시지 전달에 꼭 필요합니다.

|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의미는 평판으로 고정된 기기의 틀을 깨는 기술적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는 가장 역설적인 부품이기도 합니다. 큰 화면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크기는 곧 기기의 디자인을 결정합니다. 그 동안 여러 기기에 디스플레이를 접목할 수 있도록 한 건 LCD의 가장 큰 공입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 CRT처럼 LCD의 특성, 그러니까 네모 반듯한 화면이라는 고정관념을 만들어냈습니다. LCD가 익숙해지는 사이 화면이 둥글게 구부러진 디스플레이가 나오고, 한쪽 면이 꺾이거나 아예 접는 디스플레이도 입에 오르내립니다. 일부는 LCD로도 만들 수 있지만 사실상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이 필요합니다. 한편에선 새로운 디스플레이의 특성을 응용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지요.


어쨌든 지금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디스플레이 기술은 OLED입니다. OLED는 백라이트없이 화면을 이루는 점들이 그 자체로 빛과 색을 냅니다. 이 소자를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붙이냐에 따라 디스플레이 형태가 정해집니다. 소자를 붙이는 것을 ‘증착’이라고 하는데요. 말랑말랑한 플라스틱에 증착하면 모양을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됩니다.


아직까지는 OLED 역시 네모 반듯한 제품이 많지만, 둥글게 말거나 접어서 쓸 수 있는 화면은 곧 어떤 형태의 표현이라도 화면으로 만들어 쓸 수 있다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거울이나 투명한 유리창처럼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표면이 디스플레이가 되는 것이죠.


디스플레이와 눈 홀리는 새로운 기술


OLED의 기본 원리는 각 소자가 직접 픽셀을 표현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 때문에 색과 밝기를 표현하기가 좋습니다. 서로 붙어 있는 2개의 픽셀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온전한 색을 그려내는 것이죠. 이런 디스플레이의 특성은 콘텐츠 형태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가상현실의 한쪽에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가상현실(VR) 디스플레이는 홀로그램이지만, 당장은 기술적으로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2018년 현재, 가장 현실적인 디스플레이는 OLED입니다. 우리가 머리에 쓰고 보는 가상현실 헤드셋은 거의 모두 OLED 디스플레이를 씁니다.

| VR이나 홀로그램을 이용한 가상현실을 ‘현실’로 만드는 것 역시 디스플레이의 역할이다.

이유는 뚜렷합니다. OLED의 여러 특성 중에서 특히 반응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가상현실 헤드셋은 머리를 움직여서 원하는 방향을 보는데, 화면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거나 잔상이 생기면 우리의 균형감각과 시각이 안 맞으면서 어지럼증이 생깁니다. OLED는 LCD보다 반응속도가 빠르고 거의 실시간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이질감이 적습니다. 또한 디스플레이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앞이 안 보이는 VR 기기 외에 현실과 가상 콘텐츠를 결합하는 증강현실(AR) 기기에도 쓸 수 있습니다. 반응속도와, 투명도, 두께, 등은 OLED의 기본기인 만큼, 해상도가 더 높아지고 더 저렴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면 가상현실 관련 기술도 완성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 겁니다.


새 디스플레이 기술은 아예 화면이 없던 환경에 비집고 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의 가장 큰 흐름은 ‘화면’입니다. 안전 문제로 내비게이션을 넣는 것도 걱정했던 것이 자동차 업계인데, 안정성이 높아지고 화면 반응속도 등 예민한 문제들이 해결되면서 차 안의 정보는 모두 디스플레이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이 역시 OLED의 반응속도와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디자인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 자동차가 ‘스마트’라는 옷을 입는 데도 디스플레이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디스플레이는 사물과 사람이 소통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화질 담을 그릇 역할


디스플레이가 발전하면서 일어나는 변화 중 하나는 콘텐츠입니다. 지난 2010년을 즈음해서 TV 시장을 덮친 가장 큰 이슈는 3D였지요. 안경을 쓰면 TV 화면 속 세상이 실제처럼 불쑥 튀어나오는 기술이죠. 오래 전부터 고민되던 기술인데, 영화 ‘아바타’를 타고 붐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관심은 집안으로 옮겨옵니다. 바로 3D TV였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편광과 셔터글래스 등 디스플레이였습니다. 지금은 3D TV가 조금 시들해졌지만 콘텐츠 업계는 새로운 디스플레이와 영상 포맷을 원합니다.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 그대로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게 제작자의 욕심이니까요.


최근의 이슈는 다이내믹레인지입니다.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영상의 대부분은 Rec.709라는 색 프로파일을 씁니다. 1990년 HDTV라는 개념이 처음 고민될 때 등장한 색공간이지요. 그런데 이 규격은 실제 색을 표현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TV가 모니터보다 조금 흐릿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색공간 때문입니다. 대신 디스플레이는 더 넓은 색을 표현할 수 있도록 발전했습니다. 이 사이의 괴리를 보정하기 위해서 최근 등장하는 TV들은 전용 이미지 처리 프로세서 등을 이용해 직접 색을 보정해서 선명한 화면을 만들어 왔습니다. 하지만 진짜 색깔은 아닙니다.


당연히 색을 제대로 담는 규격이 고민됩니다. TV 업계는 색 규격을 두고 새로운 표준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지금 표준 기술로 쓰이는 것은 돌비비전, HDR10, HLG 등이 있는데 각각 조금씩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모두 밝은 것은 더 밝게, 어두운 것은 더 어둡게 표현하고, 색 역시 더 실제처럼 보여줍니다. 자동차 표면에 해가 쨍쨍 비치면 눈이 부시고, 컴컴한 곳에 숨어 있는 검은색 고양이의 털이 보일 듯 말 듯 표현되는 것이지요.

현재 이 HDR 영상은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을 비롯해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 원’ 등 게임기, 그리고 최근에 나오는 PC들을 통해 재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기보다 이를 제대로 표현하는 디스플레이가 많지 않다는 게 아직은 문제로 꼽힙니다. 특히 밝고 어두운 화면을 놓치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 HDR 영상의 차별점인데, 백라이트로 표현하는 LCD는 빛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OLED는 화면을 구성하는 각 픽셀이 직접 색과 빛을 내기 때문에 깜깜한 방 안에 촛불을 켜두는 것처럼 대비가 심한 것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HDR 영상이 제작 혹은 전송 규격이 된 것의 출발점도 OLED 디스플레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완벽한 검은색 그리고 흰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특성 자체가 바로 이 HDR의 출발점이니까요. HDR로 만들어지는 영상이 늘어나려면 이 디스플레이의 보급이 필요하고, 이를 디스플레이에서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대중적인 기술은 현재 OLED 뿐입니다.


디스플레이는 지금도 숨가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4K를 넘어 8K 해상도로 더 세밀해지기 시작했고, 가격도 점차 내려가고 있습니다. 고급 디스플레이가 더 대중화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더 나은 디스플레이 기술은 새로운 산업과 기기, 그리고 콘텐츠 영역까지 자극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은 이 디스플레이 자체가 콘텐츠와 기기의 상상력을 제한해 온 부분도 있을 겁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기술 방향성 역시 모양과 두께를 자유롭게 만들어내고 더 진짜 같은 콘텐츠를 화면에 띄우는 데에 있습니다.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에 많은 기업들이 목말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겁니다. 가상현실, HDR, 자동차 계기판 등이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기술적 계기가 OLED를 비롯한 디스플레이의 진화에서 온 것처럼 말이지요. 디스플레이 기술로서 OLED가 흥미로운 건 그 가능성이 단순히 화질 안에 갇혀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LCD가 배불뚝이 스크린을 대신하면서 기기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처럼 OLED는 다음 세대의 상상력을 이끌어내지 않을까요. 이 점이 OLED에 ‘차세대 디스플레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진짜 이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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