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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수리 유튜버 '허수아비'가 33만 구독자 모은 비결

조회수 2018. 12. 16.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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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수리 매장을 운영하고 1인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허수아비를 만났다.

단골손님이 많은 가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주 갈 정도로 마음이 편하고, 나보다는 주인의 선택에 맡겨도 불안하지 않은 곳이라는 거다. 제법 괜찮은 것을 내어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신뢰는 가게를 여러 번 가보고, 주인과 말을 섞으면서 점차 쌓인다. 그런데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사람들조차 이미 단골손님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가게가 있다.


“아내가 묻더라고요. 컴퓨터 고치는 걸 왜 볼까? 그래서 저도 그랬습니다. 그러게. 이걸 왜 볼까?”


컴퓨터 수리 기사 ‘허수아비’는 유튜브에 컴퓨터를 수리하고 조립하는 영상을 올린다. 채널의 목표는 유튜브만 보고도 누구나 쉽게 컴퓨터를 고치고,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콘텐츠들의 제목도 대략 이렇다. ‘중고 컴퓨터 살 때 딱 하나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 ‘직접 컴퓨터 먼지 제거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 ‘화면 안 뜨는 컴퓨터 집에서 고치는 방법’….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컴퓨터 수리점에 찾아온 손님의 컴퓨터를 진단하고 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련 정보를 구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 덕에 구독자들은 허수아비의 컴퓨터 수리점과 허수아비, 아르바이트생, 가게에 오는 손님, 심지어는 매장 근처를 배회하는 길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단골손님처럼 훤히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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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기준 허수아비 채널의 구독자수는 33만명. 국내 컴퓨터 조립 분야 최다 구독자 수를 자랑한다. 유튜브를 개설하고 2년 반 만에 얻은 성과다. 구독자는 매일 400명씩 꾸준히 늘고 있다. 대전에서 만난 허수아비에게 유튜브 인기 배경을 묻자, “사람들이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해서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비법1. 자연스럽게 해라


허수아비는 콘텐츠를 만드는 제1원칙으로 ‘자연스러움’을 꼽았다. 실생활과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수리업을 하는 동시에 1인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터라, 그의 콘텐츠는 어찌 보면 일종의 ‘브이로그’같기도 하다. 컴퓨터 수리점의 일상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손님에게 ‘싹싹한 말투’를 쓰지 않는 자신의 모습과는 달리 영상에서 과도하게 꾸며진 친절을 보인다면 유튜브를 지속할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 영상 속 허수아비는 솔직하다. 친절하기보다는 친근하고, 황당한 이유로 컴퓨터를 고장낸 손님이 오면 장난스럽게 50cm 플라스틱 자를 꺼내 혼내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구독자들은 그 친근함이 허수아비의 매력이라 말한다. 


“저는 백화점 직원처럼, 연예인처럼 응대하는 것을 저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합니다. 꾸미고 만들어진 모습을 보여주면 소재가 고갈되고, 결국은 본연의 모습이 드러날 겁니다. 10만명이 보는데 그중 적어도 100명은 그게 연기라는 걸 알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무조건 날것 그대로만 보여주라는 얘기는 아니다. 허수아비는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고 말했다. 자연스러운 일상에 의외성을 부여해 재미를 뽑아낸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콘텐츠도 비슷한 면이 있다. 예상한 손님이 오는 것도 아니고,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컴퓨터 상태를 알 수 없으니 거기서 오는 의외성이 콘텐츠의 재미를 담당하게 된다. 컴퓨터가 망가진 이유도, 상태도 가지각색이라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아이디어를 힘들여 짜낼 필요가 없다.


비법2. 장사의 기본은 신뢰


구독자들은 전국 팔도에서 고장난 컴퓨터를 가져온다. 컴퓨터 수리점 입장에서는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허수아비는 되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몇 시간씩이나 걸리는 지역에서 전화를 하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왜 동네 수리점에 가지 않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동네 컴퓨터 가게를 믿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일부 컴퓨터 수리업자들은 손님에게 새 제품을 강매하고, 부품을 ‘바꿔치기’하는 등 손님을 속이기도 한다.


“단돈 1, 2만원을 벌려고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누가 생각해도 그 돈을 벌기 위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되겠지요? 분명히 이런 행동을 하면 손님이 떨어질 거고, 장기적으로도 수익에 해가 되는데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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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갈과 개구리’ 일화를 들려줬다. 수영을 못하는 전갈은 개구리에게 강을 건너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전갈이 독침으로 자신을 찌를까 경계하는 개구리에게 전갈은 ‘개구리가 죽으면 자신도 물에 빠져 죽을 텐데, 왜 그런 행동을 하겠냐’고 반문한다. 그 말을 믿은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태우고 강을 건넌다. 그러나 전갈은 강을 반쯤 건넜을 때 개구리를 찔러 죽인다. 죽어가던 개구리가 ‘왜 같이 죽게 되는데 나를 찔렀냐’고 묻자, 전갈은 말한다. “나는 전갈이잖아. 어쩔 수 없었어.”


눈앞의 이익을 보기 위해 다시 올 수 있는 손님을 놓치는 행동은 전갈이 개구리를 죽인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허수아비는 “돈을 벌려고 노동을 제공하는 게 천하다 생각하면 안 된다. 자신이 하는 일에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며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해야 장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될 거다. 손님하고 신뢰를 쌓아야 장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다”라고 말했다.


장사 철학은 콘텐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허수아비는 자극적인 영상이나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지 않는다. 오버클럭, ‘뚜따’, 수냉 조립. 이 세 가지는 영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원칙도 있다. 영상을 보고 따라하다가 CPU를 망가뜨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는 “얘기하다 보니까 너무 위험한 작업도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비법3. 콘텐츠의 빈 틈은 구독자가 채운다


허수아비 채널은 구독자의 참여가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콘텐츠에 잘못된 정보가 있거나 보충할 만한 내용이 있을 경우 허수아비는 바로 사과하고, 구독자들은 댓글로 이를 보완한다. 허수아비는 정보성이 높은 댓글은 상단에 고정시켜 구독자들이 더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리하다 난관에 봉착하면 구독자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저는 집단지성의 힘을 믿습니다. 한 사람이 똑똑하다고 하더라도, 집단의 지식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20년 동안 컴퓨터에 대해 알아왔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2년 동안 배웠어요. 가르친 게 열이면 배운 건 오십, 육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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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는 댓글을 넘어 실제 콘텐츠에 참여하기도 한다. 허수아비 컴퓨터의 문을 열고 손님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구독자와 그가 가져온 골칫덩이 컴퓨터는 이야깃거리가 된다. 구독자는 유튜브 덕에 매장이나 허수아비에 대해 꿰고 있다. 매장에 처음 방문한 사람도 단골손님이나 다름없이 행동한다. 허수아비도 단골손님 대하듯 편하게 이들을 대한다. 처음 본 사이지만 이미 서로에게 애정을 갖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구독자들이 허수아비에 친근함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수많은 구독자들이 가게를 다녀갔지만, 그 중에서도 허수아비의 기억에 남는 구독자가 있다. 미국에서 홀로 10년 동안 살고 있던 고등학생 구독자가 컴퓨터를 고치러 한국까지 온 것이다.


“사는 동네가 한국인이 없는 동네라 너무 외롭다는 거예요. ‘아저씨 유튜브를 반복재생으로 틀어놓는다’면서, 삼촌이 옆에 있고 식구가 있는 것 같아 좋아서 본다고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야단을 쳤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책임감이라고 해야 하나. 내 영상을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데서 책임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비법4. 장비는 거들 뿐, 핵심은 콘텐츠


초창기에는 편집을 전혀 할 줄 몰라, 영상을 무편집본으로 올렸다. 구독자 20만명을 넘길 때까지도 샤오미의 10만원짜리 액션캠이 가지고 있는 촬영 장비의 전부였다. 지금도 화질을 개선하기 위해 4K 카메라로 바꿨을 뿐, 별다른 촬영 장비가 없는 건 마찬가지다. 허수아비는 장비에 몰두하지 말고, 일단 콘텐츠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편집을 배우고, 좋은 장비를 알아보는 것보다 알맹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른 크리에이터들에 비하면 자막이나 편집은 여전히 투박한 편이다. 현란한 화면 전환이 적용되거나 예쁜 폰트가 쓰인 콘텐츠를 보면 그도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편집을 더 세련되게 해야 하나 잠깐 고민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구독자들은 지금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유명해지더라도 촬영, 편집은 스스로 할 계획이다. 화려한 편집 기술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대신 그는 이모티콘으로 ‘멋’을 내고 있다. “나는 정말 신경 써서 고르는데 사람들이 웃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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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친구컴을 조립했는데,, 망한거 같습니다 :;(∩´﹏`∩);:’였다. 현란한 이모티콘에 클릭이 절로 유도된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무엇이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걸까. 허수아비는 “모르는 건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모르는 것을 새롭게 개발하고 공부하면, 그 자체로 힘들다. 꾸준히 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는 각자가 잘 아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두가게 사장은 만두를 콘텐츠로 만들고, 서점 아저씨는 서점에서 책 읽는 것을 콘텐츠로 기획하면 됩니다.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은 콘텐츠 거리가 안 돼’, ‘이걸 누가 보겠어’ 그럽니다. 좋은 콘텐츠를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괜히 ‘이게 아닐 거야’ 하고 기획안을 짜고 겉만 맴돌다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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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는 대학 졸업 후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 호기롭게 PC방을 차렸다. 6년 동안 PC방을 운영하고 남은 돈은 500만원 남짓이었다. 물건을 외상 받아가며 컴퓨터 수리점을 열었다. 외진 곳에 위치한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했고, 손님에게 기초적인 내용을 설명할 용도로 유튜브에 영상을 한두 개씩 올리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 자영업자로도 살아남았고 유튜버라는 새로운 영역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그는 40대 후반 또래들에게 자영업자로서, 또 유튜버로서 ‘각자도생’하는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허수아비는 영어권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은 수리비가 비싸, 수리를 하기 위해 유튜브를 검색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외국에서 보면 내가 굉장히 특이한 유튜버일 수 있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본명이든, 별명이든 살면서 이름 한 번 남기고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영어 자막은 혼자 달아보려고도 했지만 벅찼다. 영어 자막을 달아줄 사람을 찾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다.


“꿈이요? 정말 부자가 돼 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제가 그런 주제가 못 되는데 정말 힘든 사람들이 많아요. 정말 컴퓨터가 사고 싶은데 못 사는 애들이 있고 이러이러한 컴퓨터를 원하는데 못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협찬사들과 그런 얘기를 조금씩 하고는 있는데, 유명해지고 해서 그런 주제가 된다면 필요한 사람에게 투명하게 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요. 인생을 사는 목표 중 하나가 딸입니다. 개인적인 꿈이라면, 딸의 행복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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