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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돕는 귀마개라고? '슬립버드' 써보니

조회수 2018. 10. 19. 13: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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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청취도, 통화도 불가능한 오직 수면용 디바이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베개에 머리만 대도 쉽게 잠드는 사람과 침대에 누운 지 30분이 지나도 잠 못 들고 뒤척이는 사람. 둘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해도 대체로 더 가까운 쪽이 있겠지. 나는 열흘 중 팔 일은 잘 자고 이틀은 못 잔다. 그런 날은 새벽 세네 시까지 별 이유도 없이 밤을 꼴딱 새기도 한다. 잠 못 자는 건 크나큰 고통이다. 종일 헤롱거리다 정신을 차려보면 모니터에는 알 수 없는 의식의 흐름이 적혀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신명나는 상모돌리기를 시전하기 일쑤.

그래서 얼마 전 오디오 기기로 유명한 ‘보스(BOSE)’가 수면용 귀마개를 내놓았다는 소식에 솔깃했다. 코 고는 소리, 지나가는 차 소리, 이웃의 시끄러운 소리를 막아주고 잠도 잘 오게 해준다고? ‘노이즈 마스킹 슬립버드’를 당장 써보기로 했다. 웬만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뺨을 치는 가격에, 고작 귀마개라니. 너, 나를 마음껏 재워봐라.

 

내 귀에 슬립버드

슬립버드는 작고 가벼웠다. 수면용이라 그런가, 생긴 게 예쁘진 않았다. 디자인이 생경해 귀에 꽂을 때 약간 헤맬 수 있는데 고리처럼 생긴 이어팁을 귓바퀴에 넣어 고정시키면 된다. 이 고무 이어팁의 이름은 스테이히어 플러스 슬립. 보스는 다양한 귀 모양을 3차원 스캔해 평균적인 귀의 크기와 모양에 맞는 형태로 슬립버드를 설계했고 귀의 안쪽 굴곡에 맞도록 이어팁을 말랑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잘 착용하기만 하면 귀에 뭔가를 꽂고 있다는 사실을 깜박할 정도로 편하다. 회사 동료들에게 슬립버드를 착용해보게 했는데, 뒤에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귀에 쏙 들어간다.


일반 이어폰이 그렇듯 베개와 슬립버드가 닿으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살짝 난다. 잠잘 때 적응하는 게 제일 중요할 거 같다. 나는 침대 광고처럼 두 손을 모으고, 베개와 맞닿는 뺨에 대서 공간을 확보했다. 슬립버드 자체가 귀 속에 들어가 있는 형태라 이 정도만 해줘도 괜찮았다. ‘보스피셜’ 뒤척이거나 옆으로 자더라도 귀에서 잘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10번 중 2번 정도 한쪽 슬립버드가 귀에서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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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앱에 연결해 사용하는 제품이라 앱부터 내려받아야 한다. 초반에 제품을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사실 첫날은 안 돼서 그냥 잤다. 다음날 낮에 각 잡고 해봤다. 기본 제공되는 케이스에 이어버드를 잘 탑재했다 다시 떼기를 몇 번 반복하니 그제야 연결됐다. 한 번 연결된 이후부터는 별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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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에서는 사용시간, 알람 등을 설정할 수 있다. 30분 후, 2시간 후 등 일정 시간이 지나면 소리가 꺼지게 한다거나 아침 7시 알람을 지정하는 식으로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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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을 소음으로 덮는 노이즈 마스킹

보스는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하면 떠오르는 회사 중 하나지만 슬립버드는 소음을 차단하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음악 청취나 통화도 불가능하다. 슬립버드가 갖추고 있는 기능은 하나. 노이즈 마스킹 기술이다. 노이즈 마스킹은 소리의 주파수가 적절하게 매치돼, 하나의 소리가 소음보다 충분히 크면 귓속과 뇌에서 소음을 감지하지 못하는 원리로 이루어진다.


노이즈 캔슬링이 외이도 속을 조용하게 만들어 시끄러운 곳에서도 소음에 방해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한다면 노이즈 마스킹은 적절한 조건 하에 소음을 가리고 마음을 진정시켜 수면을 돕는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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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립버드에서 나오는 소리가 수면을 방해하는 소리보다 충분히 클 경우 귀의 안쪽 부분과 두뇌가 코골이 소리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안 들리는 건 아니다. 우리 뇌가 더 가까이 들려오는 다른 소리에 집중하기 때문에, 소리로 인해 잠을 이룰 수 없는 수준보다 낫다는 뜻이다.

슬립버드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수딩 사운드(Soothing sound)’를 들려준다. 사운드 자체는 기기에 저장돼 있다고 한다. 사용자는 보스 슬립 앱에서 소리를 고를 수 있다. 현재 지원되는 소리는 소나기, 바스락 소리, 브라운 노이즈, 하류, 순환, 폭포, 고도, 파도, 평온, 캠프파이어 총 10가지. 추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사운드가 추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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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야 취향 바이 취향이겠지. 개인적으로는 소나기(나뭇잎에 떨어지는 부드러운 빗소리), 바스락 소리(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 모닥불(모닥불의 불꽃 소리와 부드러운 귀뚜라미 소리) 세 가지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주야장천 이것만 들었다. 솔직히 하류 소리는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가 연상됐다.


그런데 이걸 듣는다 해도 기본적으로 소음 ‘차단’을 해주는 건 아니라 코골이 소리를 감춰줄 수 있는 정도는 아닐 것 같았다. 물론 음량을 키우면 가능하다. 소리를 높이면 앱에서 ‘이 정도부터 소음을 잘 차단해준다’는 문구가 뜬다. 청력에 무리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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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묻자 보스 관계자는 “청력과 관련해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수딩 사운드 자체가 잔잔한 사운드고 볼륨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청력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흠. 결국 볼륨 조절은 우리 스스로 해야 하는 거니, 각자 적당히 조절하는 걸로.


앗.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은 볼륨 조절이 ‘앱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슬립버드에는 터치 센서나 전원 버튼이 전혀 없다. 역시 이어버드의 소형화를 위한 선택이겠지만 문제는 스마트폰 볼륨 키로도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앱을 굳이 열어야 한다는 게 굉장히 불편했다. 


커져가는 수면 시장, ‘수면용 귀마개’ 만든 이유


보스는 수면 산업 규모를 봤을 때 수면 전용 귀마개의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판단하고 이번 제품을 내놨다. 미국 수면 산업 시장 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 보스는 “미국 커플 중 25%는 코를 고는 파트너 때문에 다른 방에서 수면을 취한다”고 설명했다.미국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성인 60%는 잠에 들거나, 잠에서 깨어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성인 70%가 매일 밤 7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며, 30%는 6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고 있다고 보스 측은 설명했다.


2015년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면 산업 시장 규모도 2조원 정도다. 우리나라 국민 평균 수면시간은 OECD 조사 대상 18개국 중 최하권이고, 불면증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7년 56만855명으로 2013년 같은 이유로 병원을 찾은 42만5077명에 비해 31.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수면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그래서 보스는 수면에 몰두했다. 여타 기능을 모두 빼고 슬립버드에 노이즈 마스킹 기능만 넣은 이유다. 만일 음악 스트리밍 기능을 지원할 경우 그만큼 배터리도 빨리 닳기 때문에 배터리 크기를 키워야 한다. 그러면 이어버드 크기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귓속에 쏙 들어가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능을 덜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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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물론 잠이다. 나는 슬립버드 착용 후 잠이 잘 왔다. 매번 30분 이내에 잠들었다. 참고로 나는 원래도 잠이 안 오는 날은 독서 관련 팟캐스트를 틀거나 북유럽 음악 같은 걸 틀어놓는다. 적당한 수준의 소음이 있을 때 잠이 오는 편이다. 그래서 유용했다. 리뷰를 쓰다보니 먼 옛날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캐리의 새 애인이 잠들기 전 전여친이 사준 수면용 디바이스를 꼭 틀고 자던 장면이 생각났다. 숲소리, 새소리 등 잠을 잘 잘 수 있게 하는 사운드만 내보내는 스피커 같은 물건이었다. 그 남자는 푹 잤지만 캐리는 그 소리에 밤새 잠을 설쳤더랬다.


그러니 먼저 유튜브에서 낙엽 밟는 소리 또는 빗소리 등 영상을 틀어놓고 잠을 청해보는 건 어떨까. 전용 귀마개와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이런 차분한 소리가 자신의 수면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미리 확인해보고 구매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일 듯하다.


음악 청취나 통화 기능이 없는 게 아쉽다거나 완벽한 소음 차단이 필요하다면 착용감을 포기하고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하는 완전무선 이어폰을 찾는 편이 낫다. 


장점

• 수면에 몰두한 엠씨스퀘어

• 나만 듣는 자연의 소리

• 귀에서 울리는 알람


단점

• 볼륨 조절은 오직 앱에서만

• 음악청취 및 통화를 지원하지 않지만, 가격은 사악하다. 32만9천원

• 예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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