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민우회 팔로우했나?"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 검증 논란

조회수 2018. 3. 28. 10: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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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가 '메갈 논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상 검증 논란이 일었다.
대표 :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했나?”

원화가 : “예전에 문제가 되었던 생리대 문제, 성폭력과 관련된 문제를 다룬다고 생각하여 깊게 생각하지 않고 팔로잉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페미디아같은 경우는 막연히 좋은 방향의 (변질되기 이전의) 페미니즘에 관련된 거라 생각했었고 이 또한 깊게 생각하지 않고 팔로잉을 누른 것 같습니다.”

게임 업계에서 페미니즘 사상 검증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회사 직원의 SNS 계정을 들여다보고,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로 판별한 직원에 대해 퇴출을 요구하면 회사가 이에 응답하는 식이다. 


IMC게임즈는 직원의 ‘메갈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직원이 여성민우회 계정을 팔로우한 사실을 문제 삼는 등 사상 검증에 가까운 해명문을 공개해 논란을 키웠다. 


기준이 불명확한 페미니즘에 대한 자의적인 잣대로 사실상 사상 검증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여성민우회는 페미니즘 사상 검증을 규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여성민우회 팔로우가 퇴출 기준?


지난 3월25일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IMC게임즈 ‘트리 오브 세이비어’ 원화가 ㄱ씨에 대한 퇴출 요구가 확산됐다.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등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 비판, 낙태죄 폐지 주장, 생리대 가격에 대한 문제제기 글을 ‘리트윗’하거나 ‘마음에 들어요’를 눌렀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학규 IMC게임즈 대표는 26일 ‘트리 오브 세이비어’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ㄱ씨와의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지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만약 정말로 담당자가 그런 생각을 바닥에 깔고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동료로서 같이 일하는 것이 곤란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기에 어떤 입장인지 정확히 알고 싶었다”라고 해당 면담의 취지를 밝혔다.

이어서 김 대표는 면담 과정에서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했나”, “한남이란 단어가 들어간 트윗을 리트윗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을 물었다.


김 대표는 면담 결과를 놓고 “ㄱ씨는 반사회적 사상과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며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무지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됐다”라고 밝혔다. 또 “변질되기 전 의미의 페미니즘과 메갈을 구분하지 못하고 관련 단체나 개인을 팔로우한 것 등은 실수”라고 언급했다.


김 대표가 밝힌 면담 취지와 내용을 살피면 ‘변질된 페미니즘’ 등 자의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직원의 퇴출을 결정하는 면담이 이뤄진 셈이다.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불명확한 기준으로 확산되는 메갈 논란


게임 업계의 ‘메갈 논란’은 2016년 넥슨에서 자사 게임 ‘클로저스’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하차하면서 불거졌다. 최근에는 ‘소녀전선’, ‘마녀의 샘3’ 등의 게임 원화가들에 대한 퇴출 운동이 일기도 했다. 트위터 계정에서 여성 혐오 정서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글을 리트윗하거나 마음에 들어요를 눌렀다는 이유에서다. 소녀전선의 경우 해당 원화가가 일러스트 작업을 한 캐릭터 출시가 연기됐다.


반면, 원화가 퇴출 요구를 받은 마녀의 샘3 개발사 키위웍스의 장수영 대표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장 대표는 22일 마녀의 샘3 공식 카페를 통해 “키위웍스는 불법이 아닌 이상 직원의 개인적인 종교적, 사회적 활동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라며 “불법적 활동이 아닌 이상 개인의 외부활동까지 회사가 관여할 권한은 없으며 만약 그 활동이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마음 아프지만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그 피해를 회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고, 발생하는 회사의 피해는 묵묵히 받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청원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게임 업계의 페미니즘 사상검증 논란에 대한 청원이 올라왔다. 26일 게시된 

‘게임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적인 사상검증 및 검열 행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

에는 1만7천명 이상이 청원 참여를 했다.

여성인권단체 한국여성민우회는 27일 “게임제작사 imc게임즈의 노동권 침해 및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규탄한다”라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여성민우회는 “우리는 ‘변질된’ 페미니즘과 그렇지 않은 페미니즘을 판별하여 ‘허락’하는 것을 거부한다”라며 “사측이 직무와 무관하게 노동자의 정치적 입장을 검열, 판별, 검증하여 유무형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노동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또 “본 사건은 일회적 해프닝이 아니라, 게임 업계의 성차별적·반인권적·비민주적 구조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며 게임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짚었다. 


민주노총도 “imc게임즈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페미니스트 사상 검증과 전향 강요 중단하라”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학규 대표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한국여성민우회와 페미디아를 언급한 것은 잘못됐다”라며 “두 단체와 모든 유저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1987년 성평등한 민주사회와 여성대중운동을 목적으로 창립됐다. 호주제 폐지 운동 등을 주도했으며 한명숙 전 총리 등 여성정치인들을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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