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자율차 사고, 인간은 못 피해도 기계라면 피할 수 있어야"

조회수 2018. 3. 24.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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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피할 수 없으면 로봇도 피할 수 없을까?

지난 3월18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에서 주행 중이던 우버의 자율주행차량이 보행자와 충돌해 사망케 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어 3월22일(현지시간) 템피 경찰은 트위터를 통해 사고 당시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혹시 교통사고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은 영상을 재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영상만 두고 보면 어두운 밤, 헤드라이트를 켜고도 아주 짧은 시야만 확보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보행자는 자전거를 끌고 도로를 건너던 중 사고를 당했습니다.

템피 경찰은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려면 아마 몇 개월은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공개된 영상으로 자율주행차가 이번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것인지 유추해볼 순 있습니다.


영상을 본 운전자들은 대체로 “같은 상황이었다면 인간도 못 피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인간은 피할 수 없어도 기계라면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요.

인간이 피할 수 없으면 로봇도 피할 수 없을까


아직 자율주행 기술은 개발 단계입니다.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 순발력도 없고, 상황 판단 능력도 미숙하지요. 그래서 자율주행차는 인간 운전자처럼 주변 상황을 감지할 수 있는 여러 센서 장비를 부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 센서 등은 인간의 눈 역할을 대신하는데요.


인간 운전자는 밤에 어두운 곳을 보기 어렵지만 라이다, 레이더는 다릅니다. 초음파와 전파로 물체를 측정하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것보다 오히려 물체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답니다. 라이다, 레이다 모두 100m 정도는 인식이 가능하거든요.

출처: 자율주행 차량은 레이더와 라이다, GPS 등 하드웨어 센서로 도로를 인지한다. <출처: 현대엠엔소프트 블로그>

자율주행 스타트업 팬텀AI의 시니어 엔지니어 윤지현 박사는 “사람은 두 눈에 의존하지만 자율주행은 카메라뿐 아니라 라이다, 레이더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도) 당연히 (보행자를) 인식했어야 하는 부분이다”라며 “라이다, 레이더는 낮과 밤 조도의 영향 없이 동작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자율주행차 개발 업체가 물체 위치를 인식하는 것뿐만 아니라 물체의 향후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 ‘로직’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자율주행차는 로직을 통해 충돌 가능성을 예측하고 물체를 피할지, 차량을 멈출지 판단하게 되지요.


만약 보행자가 도로로 뛰어들었거나, 예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면 어떤 차량이라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영상에서 보이는 바에 따르면 보행자가 갑자기 뛰어든 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무단횡단이지만요.

출처: 구글 자율주행차가 주변 상황을 3D 영상으로 모델링한 화면. <출처: IEEE Spectrum 유튜브>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앞서 말했듯 자율주행차는 밝기에 상관없이 물체를 인식하기 때문에 늦은 시간대가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윤지현 박사는 “충돌을 할 수 있지만 정지하는 시도라도 했야 했을 것 같다”며 “사고 원인은 소프트웨어 결함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라이다, 레이더 등 센서가 물체를 감지하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이 물체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분류하는 역할을 합니다. 분류작업이 고도화될수록 판단력이 높아지고, 따라서 자율주행 기술도 정교해지는 거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AI 시스템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우버의 자율주행차는 물체를 감지했을 법한데도 어떤 반응을 하지 않고 주행한 것으로 보아 물체를 분류하는 소프트웨어 작업에 오류가 있던 것 아니냐는 겁니다.

자동차 제품 결함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 케빈 딘이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보행자와 상관없이 우버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상황과 무관하게 자율주행차량은 물체를 감지하면 멈추거나 피해야 하는데, 그러한 액션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는 거지요.

로봇의 기준, 인간과는 다르다


자율주행차는 인간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설계된 존재입니다. 윤지현 박사는 “자율주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고를 없애는 것이다”라며 “사람도 (사고를) 못 피하니 자율주행차도 못 피한다고 한다면 자율주행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작동해야 할 기능이 작동을 안 했다면 이게 센서의 문제인지,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의 문제인지, 인간 운전자의 대응 문제인지 등 따질 일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같은 사고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죠. 훗날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돼 사람의 판단과 로봇의 판단이 뒤엉키는 시점부터는 아마 더욱더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하게 될 겁니다.


그런 만큼 보행자의 책임 여부와는 별개로 자율주행차량을 더 완전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사고 책임의 기준을 가늠할 수 있도록 숨 고르기 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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