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에 대한 권리', 그게 뭔가요?

조회수 2018. 3. 16. 10: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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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장비를 어디에서 어떻게 수리할지 우리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을 언제 새로 구입하시나요? 


저는 대개 쓰던 휴대폰이 고장 나 먹통이 되면 휴대폰을 사러 갑니다. 물론 고치면 되겠습니다만 수리 항목에 따라 정해진 비용이 있으니 수지타산이 안 맞으면 스마트폰을 사는 게 차라리 낫다고 판단하는 거죠.


저처럼 제조사 서비스센터에 가서 수리하지 않고 사설 수리업체를 이용하거나 자가수리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설 수리업체는 정품 부품을 수급하지 않으니 호불호가 있고요. 전자제품을 집에서 뜯어보고 척척 고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일반적으로 제품 자가수리는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꼭 수리가 어려워야 되나? 꼭 제조사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아야 돼? 사설 수리업체는 왜 정품 부품 쓰면 안 돼?’라는 질문을 던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일명 ‘수리에 대한 권리(Right to repair)’를 주장합니다.


수리와 권리, 두 단어의 조합은 아무래도 조금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연결도 잘 안 되고요. 어떤 개념인지 좀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사설 수리업체도 정품 부품을 수급 받을 수 있도록

지난 3월7일(현지시간) 수잔 탈라만테스 에그먼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은 ‘수리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른바 ‘수리에 대한 권리 법안(The Right To Repair Act)’ 또는 ‘공정수리법(Fair Repair Act)’라고도 불리는 법안인데요, 편의상 이 글에서는 공정수리법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캘리포니아뿐만 아닙니다. 워싱턴, 매사추세츠, 버몬트, 뉴욕, 하와이, 일리노이, 아이오와, 캔자스, 미네소타, 미주리, 노스 캐롤라이나, 네브래스카, 뉴햄프셔, 뉴저지, 오클라호마, 테네시, 버지니아 등 17개 주의회도 공정수리법을 발의했습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다른 주에 미치는 도미노 효과가 엄청날 수 있겠죠.

공정수리법은 전자제품 제조사가 수리에 필요한 제품 부품, 수리 매뉴얼 등을 일반인 및 수리점에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법이 도입되면 사설 수리업체에 가서 아이폰을 고쳐도 정품 부품으로 교체할 수 있고, 원한다면 집에서 혼자 수리 매뉴얼을 보고, 애플 부품으로 아이폰을 수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IT전문매체 <와이어드>는 “공정수리법이 채택되면 전자제품을 쉽게 수리할 수 있다. 노트북, 텔레비전, 드론, 스마트 냉장고, 심지어 트랙터까지. (컴퓨터) 프로세서에 의해 구동되거나 소프트웨어에 의해 제어되는 것은 고칠 수 없는 것 빼고는 모두 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에게 이득 vs 소비자 안전과 보안에 위협


“수리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소비자에게 한 가지 선택지를 남긴다 : 교체.”


수리에 대한 권리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공정수리법을 도입하면 사설 수리업체가 활성화될 것이고, 이는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업체의 폭이 늘어나게 되면 수리 비용도 자연스레 절감될 수 있다고도 하고요.


국제적인 비영리단체 ‘전자프론티어재단(EFF)‘의 키트 월시 수석변호사는 성명서를 통해 “(수리권) 법안은 독립 수리점과 시장 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중요하다”며 법안이 도입되면 더 좋은 수리 서비스와 더 저렴한 가격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새로운 전자제품을 덜 사고, 있는 제품을 고쳐쓰면 아마 버려지는 전자 폐기물의 양도 지금보다 절감될 수 있을 겁니다. 제품 교체 주기가 늘어날 테니까요.

공정수리법을 계기로 디지털 시대에 내가 구입한 전자제품의 소유권이 과연 어디까지 보장되는 것인지도 생각해볼 만한 이야깃거리입니다.


리디아 브라쉬 상원의원은 <와이어드>에 “이것은 소유권에 관한 문제다”라며 “우리의 장비를 어디에서 어떻게 수리할지 우리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제조업체들은 공정수리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 IT 전문매체 <마더보드>는 애플, 버라이즌, 소비자기술협회(CTA) 등 제품 제조사들이 뉴욕에서 공정수리법 반대 로비를 벌였다고 보도하면서, 해당 기업들은 이 법안에 왜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업계가 주장하는 바는 지적재산권 보호, 정보 보안, 소비자 안전 등의 이유로 수리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리디아 브래쉬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2011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애플 로비스트가 자신에게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해커의 메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보안에 위협적이라는 거죠.


또 제조업체의 주장대로 자가수리를 하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 배터리 노후화에 따라 기기 성능을 고의적으로 제한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수리권을 지지하는 세력에 힘이 실리게 됐습니다. 미국 수리협회는 애플 ‘배터리게이트’에 대해 “(애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배터리게이트) 문제는 배터리를 교체함으로써 해결된다. 애플이 사용자나 사설 수리업체에는 제공하지 않는 배터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제품 보증기간과 상관없이 제품 제조일로부터 최소 7년 동안 수리할 수 있도록 필요 부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법적으로 명시해두고 있습니다. 이미 전자제품 수리에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주라는 얘기죠.


애플 본사는 물론 테크 기업이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주의 수리에 대한 권리 법안 움직임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이유입니다.


과연 캘리포니아에서 공정수리법이 제정될 수 있을까요?


IT전문매체<더버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평했습니다. “Maybe things will work out this time.”(이번엔 일이 풀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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