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쓰는 블록체인 킬러 콘텐츠 만들겠다"

조회수 2018. 2. 6.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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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세대 블록체인 기업 '글로스퍼' 김태원 대표의 이야기
블록체인은커녕 비트코인조차 아무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국내 1세대 블록체인 기업 글로스퍼를 이끌고 있는 김태원 대표는 2013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2013년, 그가 블록체인 업계에 뛰어든 해다. 시작은 오산경찰서 후문 근처 자취방에서였다. 4명의 동료와 함께 먹고 자며 회사를 차렸다. 그가 “블록체인에 인생의 도박을 걸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당시 블록체인은 생소한 기술이었다. 또 대중의 관심 밖에 있었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

창업 초기는 ‘생존을 위한 버티기’로 수렴했다. 하려는 건 블록체인. 하지만 시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살아남는 게 급선무였다. 닥치는 대로 시스템통합(SI) 사업을 했다. 해가 바뀌어 2014년이 됐다. 그제야 사람들이 조금씩 묻기 시작했다. “너 비트코인 사업 한다며?” 하지만 여전히 블록체인은 인기가 없었다.

2014년도 한국에서 열린 블록체인 관련 컨퍼런스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인사이드 비트코인’이라는 컨퍼런스였다. 그런데 얼마나 인기 없는 컨퍼런스였는지 행사장에서 히터도 제대로 틀어주지 않았다. 컨퍼런스 후기에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없고 ‘발 시려 죽는 줄 알았다’라는 이야기만 넘쳤다.

김태원 대표는 해외로 나갔다. 그는 “(당시) 한국에서는 블록체인을 몰라주니까 먹고 살기 위해 외국에 나가야 했다”라며 해외로 눈을 돌린 배경을 설명했다. 멀리는 아프리카까지 갔다. 하지만 바깥도 녹록지 않았다. 프로젝트 수주 직전에 번번이 떨어졌다. 입찰 마지막 단계에서 꼭 ‘본국에서 추천장과 레퍼런스를 가져오라’라는 주문이 있었다. 입찰 경쟁사인 미국 업체는 본국에서 추천장을 빨리 받아왔다. 하지만 한국 사정은 달랐다.

결국 다시 국내로 유턴했다. 김태원 대표는 “한국에서부터 인정받아야겠더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레퍼런스를 쌓고 다시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와 직원들의 모습. 현재 글로스퍼는 10개국에서 모인 정직원 60여 명이 함께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인피니티’로 블록체인 개발 문턱 낮춘다

글로스퍼는 현재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인피니티’를 개발 중이다. 김태원 대표는 인피니티를 워드프레스에 비유했다.

전 세계 홈페이지 80%가 워드프레스로 만들어졌다. 워드프레스의 성공 요인은 개발자가 아닌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를 낮추고, 그럼으로써 다양한 패키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인피니티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인피니티를 사용하면 더 빠르고 쉽게 DApp(댑)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인피니티는 ‘타입스크립트’라는 개발 언어를 사용한다. 자체 개발 언어 ‘솔리디티’를 사용해야 하는 이더리움 플랫폼과의 차이점이다. 타입스크립트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만든 자바스크립트 슈퍼셋이다. 초급 개발자에게도 익숙한 개발 언어인 자바스크립트만 할 수 있어도 DApp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게 김태원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이미 전 세계 개발자의 99%가 사용하는 언어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인피니티에) 유입되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펙터’ 알고리즘을 접목한 것도 글로스퍼가 내세우는 인피니티의 차별점이다. 김태원 대표는 “논문으로만 존재하던 스펙터를 블록체인에 접목한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에서는 트랜잭션 속도를 안정적이면서도 빠르게 할 수 있는지 여부, 즉 ‘보장형 속도’가 중요하다”라며 “스펙터를 접목해 초당 100회 이상 트랜잭션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반 대중이 쓰는 블록체인 킬러 콘텐츠 만든다”


글로스퍼는 인피니티 개발과 동시에 이를 기반으로 한 실증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노원구청과 함께 내놓은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노원’(NO-WON·NW)도 그중 하나다. 노원은 글로스퍼가 블록체인 기술 실증화를 고심한 끝에 내놓은 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이다.

우리는 모래사장에서 ‘모래로 뭐든 만들 수 있어’라고 말하기보다 직접 만들어서 눈앞에 보여주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 노원화폐는 블록체인 업계 사람들만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일반 대중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다.

김태원 대표는 ‘실증화’를 빠르게 해낸 플랫폼이 차세대 블록체인 플랫폼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글로스퍼가 이 부분에서 앞서고 있다”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더리움이나 퀀텀을 기반으로 한 DApp이 많이 나오고 있다”라며 “하지만 블록체인을 알고 뉴스를 찾아보는 업계 사람이 아닌 일반 대중이 느낄 만한 서비스는 아직 없다”라고 짚었다.

김태원 대표의 최종 목표는 ‘블록체인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하나의 나사에 비유했을 때, 이 나가사 꼭 맞아 떨어지는 구멍을 찾아 서비스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김태원 대표는 “아직 이 콘텐츠를 찾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 암호화폐 분야를 개척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할 수 있는 건 그 킬러 콘텐츠를 찾는 프로세스가 빠르다는 것”이라면서 “우리 개발팀은 오늘 개발해서 내일 시장에 내보이는 걸 잘 한다. 빠르게 개발해 내놓으면 영향력이 클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 빨리 만들어야”


김태원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스타트업 대표로서 정부에 바라는 제도적 뒷받침’을 물었다. 그는 “일단 규제 샌드박스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라고 답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신사업 분야에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규제 샌드박스의 첫 적용 대상으로 블록체인과 드론을 선정한 바 있다.

김태원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현재 콘셉트만 논의되고 있는데 빨리 만들어야 한다”라며 “사업을 추진할 때 법이나 경제적인 것이 아닌 ‘기술’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 샌드박스가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정책 지원금을 ‘간략하게’ 풀어야 한다고 했다. 김태원 대표는 “한국에서 기술 스타트업이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가, 장사꾼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새로운 컵을 만든다고 치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나오는 첫 질문은 ‘너 어떻게 그 컵을 만들 생각을 했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스왓(SWOT) 분석을 해보라고 한다. 개발자가 스왓 분석을 알아야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나는 이게 잘못됐다고 본다.

김태원 대표는 “한국에서는 개발자가 스타트업을 차리기 위해 회계분석, 기업 가치 평가, 스왓 분석까지 해야 한다”라며 “‘내게 이런 기술이 있어요’라고 하면 사람들이 모이는 실리콘밸리와 당연히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엔지니어가 엔지니어로, 기술인이 기술인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 지원금 대상을 선별할 때 개발자가 개발자로 남을 수 있게끔 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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