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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탓인가?’

검색해보니 (다른 기기이지만) 무게 430g짜리 기기에도 ‘커피 한 잔 무게’라는 홍보 문구가 붙었다.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리디북스 설명으로는 비슷한 크기의 태블릿PC, 종이책보다 가벼운 무게라고.

용량은 전작처럼 8GB를 지원한다. 용량이 더 필요한 이들은 마이크로SD카드를 32GB까지 추가 탑재해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는 1200mAh로 기존 2800mAh 용량 배터리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사용시간은 오히려 3배 이상 늘었다. 기존에 쓰던 CPU가 전력을 많이 소모해 이번에는 배터리 소모가 적은 i.MX6 CPU를 새롭게 장착해 배터리 효율을 높인 덕분이다. 김종원 팀장은 “i.MX6 CPU는 코보, 킨들 같은 유명 제조사 제품에도 들어가 있는 칩셋”이라고 말했다.

블루투스 기능을 뺀 것도 무게 때문이다. 김종원 팀장은 “책 보는 데에 블루투스 기능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무게와 가격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블루투스 기능을) 넣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격은 24만9천원이다.

페이퍼프로는 군더더기를 빼고 책 읽는 기능을 구현하는 데만 집중했다. 단일 모델로 출시한 이유도 ‘최고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모토 때문이었다고 한다.

야심한 밤 독서가를 위한 페이퍼프로

종이책은 불 꺼진 방에서 읽을 수 없지만 전자책은 밝기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어두운 방 안에서도 어느 때고 읽을 수 있다. 자기 전 언제든 책을 읽다 잠들 수 있다는 건 전자책이 가진 훌륭한 미덕 중 하나다. 

1세대 리디북스 페이퍼는 스마트폰처럼 빛 밝기를 조절할 수 있었는데, 2세대에서는 색온도 조절 기능이 추가됐다. 어두운 곳에서 볼 수 있다고 해도 시력이 걱정됐던 이들, 또는 눈이 조금 시렸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기능이다. 손가락을 단말기에 댄 채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거나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동작으로 빛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1세대에서도 지원되던 기능이다. 여기에 두 손가락으로 드래그를 하면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조작법이 직관적이다.

기존 물리키의 단점도 개선했다. 리디북스의 전자책 단말기는 물리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전 모델은 단말기 양쪽에 ‘이전 장’, ‘다음 장’을 넘길 수 있는 버튼이 각각 탑재돼 있었는데 단말기를 양손으로 들고 있을 땐 편리했지만 한 손으로 사용할 때는 양쪽에 있는 버튼을 조작해야 하기에 번거로웠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세대 페이퍼프로는 양쪽 면에 ‘이전’, ‘다음’ 버튼을 모두 탑재해 한 손으로 사용하기 더 편해졌다.

해상도는 300PPI를 지원한다. 리디북스 설명에 따르면 ‘7.8인치 전자 잉크 디스플레이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해상도’다.

전자잉크는 여전히 ‘깜빡깜빡’

참. 전자책 단말기가 낯선 이들에게는 전자잉크의 ‘깜빡거림’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LCD가 빛을 ‘쏘는’ 방식이라면 전자잉크는 검은색과 흰색 캡슐이 이동하면서 디스플레이를 표현한다. 전자잉크는 배터리 소모도 적고 눈에도 편하지만 캡슐이 이동하면서 화면을 나타내기 때문에 특유의 잔상을 남기게 된다. 전자잉크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단점이기도 하다.

페이퍼프로는 소프트웨어상으로 5페이지, 10페이지, 15페이지마다 잔상을 지연시킬 수 있게 해 사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 

김종원 팀장은 “1세대 리디북스 페이퍼는 250만명 독자 중 일반 독자 30%가량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를 60%까지 늘리고, 전자책을 낯설게 느껴왔던 소비자에게도 다가갈 수 있도록 외연 확장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직접 써본 페이퍼프로는 1) 가벼웠고 2) 색온도 조절이 가능해 밤에 읽기 좋을 듯했고 3) 이것만 있으면 나도 프로독서가가 될 것 같았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게 가능한 시대에 오직 독서만을 위해 만들어진 디바이스라니. 모든 디바이스가 '나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요것도 해요'라고 외치는 시대에, 기존에 있던 기능마저 '읽기'에 집중하기 위해 빼는 선택이라니. 왠지 낭만적이지 않은가. 페이퍼프로 덕에 전자책이 아니라도 뭐든, 책을 좀 읽어볼까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