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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은행엔 있지만 카카오뱅크에는 없는 건?

조회수 2017. 12. 4. 14: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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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

‘인터넷전문은행’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낀 감정은 ‘낯설다’ 혹은 ‘안전한가?’였다. 영업점이 없는 은행이라니?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두 번째로 발 도장을 찍은 카카오뱅크의 시작은 나름 성공적이었다. 카카오뱅크가 오픈한 첫 날, 채널에는 24만명의 고객이 접속했고, 단 5일 만에 100만 계좌 개설을 돌파했다. 현재 11월 마지막 주를 기준으로 460만 고객이 함께하고 있다.


‘귀여운’ 카카오 캐릭터 체크카드의 힘이 아니었을까 하는 개인적인 추측을 뒤로하고, 불편함을 없앤 새로운 서비스 철학 및 시도가 성공 요인이자 이목을 끄는 부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만들어낸 새로운 물살에, 금융·IT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카카오뱅크 서비스 철학을 접목시키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니.


정규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12월1일 킨텍스에서 열린 ‘인사이드 핀테크 컨퍼런스 & 엑스포’에서 카카오뱅크 등장 과정과 주제 및 성과를 풀어놓았다.


“많은 기술이 금융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 은행은 영업점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산업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런 거대한 몸집의 은행들과 어떻게 싸워 이길 수 있을까?”

정규돈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

은행은 국가에서 라이선스를 받는 사업이다. 동시에 국가가 예금보장을 해야 하는 부분 때문에 규제와 위험이 있는 사업이었다. 진입장벽을 두고 카카오뱅크는 ‘업의 본질’에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접근했다.

“이 업의 본질은 뭐지?”

“이 업은 왜 탄생했지?”

“우리 또는 기존 플레이어가 이 업에서 뭘 놓치고 있지?”

업의 본질은 단순하게 보면 된다. 카카오택시(현 ‘카카오T’)는 이런 질문 끝에 ‘부르면 와야 하는 택시가 부르면 오지 않는다’는 데서 출발했다. 한편, 은행의 본질은 ‘돈을 다루는 것’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좀 더 확장해 생각했다.


“은행 영업점에 가려면 영업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순서를 기다리고, 모바일뱅킹에선 보안카드가 필요하고, 없으면 못 쓰고. 그런데 ‘돈’을 확장해보면, 결국에는 사용자의 ‘시간’, ‘사용성’도 돈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기존 은행들이 소홀했던 사용성을 극단적으로 높여보는 전략을 가지고 가기로 했다.”

카카오뱅크는 금리에서도 경쟁력을 가져가면서, 사용자의 또 다른 ‘돈’일 수 있는 ‘시간, 사용성, 데이터’ 등을 고려하기로 했다.

여기에 ‘금리’도 무시할 수 없었다. 기존 은행 영업점 비용효율이 50% 이상인 것과 비교해 카카오뱅크는 금리에서도 최대한 경쟁력 있게 가져가는 전략도 넣었다.

사용성 최대화를 위한 방법은, ‘없애기’


기존 뱅킹 앱은 제대로 된 모바일만을 위한 서비스가 부족했다. 


“기존 뱅킹 앱을 보고 느낀 점은 ‘PC 콘텐츠를 옮겨놓긴 했지만, 모바일 사용성을 극대화하지 못했다’였다. 너무 복잡했고, 고객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은행 상품을 나열한 큰 ‘잡화점’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카카오뱅크는 이것들을 없애서 사용성을 키워보기로 했다.”

‘없애기’ 과정을 통해 모바일 온리 서비스로 탄생하고자 한 카카오뱅크의 모습.

물론 여러 가지 속성은 존재할 이유가 있기에 없애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나하나 지워가며 지금 카카오뱅크에는 PC뱅킹, 아이디·비밀번호, 공인인증서, 통장 비밀번호, 금리 우대, 수수료도 없다.

이 과정에서 사용 단계도 줄어들었다. 기존 모바일 전용 은행 앱에서 신규 계좌를 열기 위한 과정이 32개지만 카카오뱅크에서는 22단계로 총 10단계가 줄어들었다. 적금 과정은 10단계에서 6개로 줄었다.

“진정한 모바일 은행을 위한 걸음은 힘겹다…모바일 퍼스트, 기술주도, 업무환경 혁신”

아주 초기 카카오뱅크의 전략은 ‘모바일 온리(only)’였다. 정규돈 CTO는 “어떤 변화를 만들기에 극단적 결심을 하지 않으면 관성이 있어 제대로 된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라며 “극단으로 목표를 찍어놓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혁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이 과정에서 PC에 대한 요구나 염려가 있어 최종적으로는 ‘모바일 퍼스트’를 채택하고 PC에는 보조를 맡겼다. PC의 역할은 모바일에서 끝나지 않은 프로세스를 완결한다. 증명서 발급, 채용, 기업소개 공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초반 카카오뱅크가 많이 받았던 질문. 모바일 온리에 대한 염려.

자체 기술 개발로 사용자 접점 ↑


많은 금융권이 기술 면에서는 외주 개발방식을 많이 취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외주 인력으로는 기술 주도 면에 있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외주가 틀린 방법이라거나 나쁘다고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업에는 많은 변혁이 있을 것이고, 10년 내에 무수한 변화를 겪을 것인데 우리가 어느 시기에 있느냐는 문제와 만난다. IT기술이 전체 산업을 파괴하고 있는 시기에, 이런 방식은 속도를 저해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카카오뱅크는 개발자를 직접 뽑아 기술 자체 구축에 나섰다. 


이 부분은 사용자 접점에도 영향을 준다. 기존 은행은 모바일 서비스가 있음에도 기술은 외주로 운영하는 동시에 여전히 오프라인 영업점 중심으로 운영돼 사용자 접점이 흐트러질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모바일이 단독 영업점이다. 사용자 접점을 한 곳으로 집중시킨다.

모바일 전문은행에 맞는 은행시스템 재설계


모바일 전문은행이 되고자 했을 때 기술적인 도전 중 하나는 ‘모바일 트래픽’이다. 


트래픽을 셀 때 TPS라는 단위를 쓴다. ‘초당 트랜지션’(Traffic per Second)으로 초당 들어오는 트래픽의 개수를 말한다. 기존 지방은행의 모바일 트래픽은 300-400 TPS, 시중 대형은행은 2000-3000TPS다. 카카오뱅크 개시 당일 42만명이 몰렸고, 약 3000TPS 이상이 들어왔다. 하지만 금융 서비스인 만큼, 혹여 행사를 하거나 사람들이 몰리는 때를 대비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어야한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구현한 오픈소스를 사용했다. 


“트래픽은 일정하지 않고 언제나 변동이 있다. 그래서 ICT 접근을 통해 스케일업(고성능 장비 도입)보다는 스케일 아웃(장비 추가 도입)으로 걸쳐놓는 기술을 선택하고 가변적인 트래픽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처음 설계했다. 이 과정에 오픈소스를 많이 구현하게 됐다. 오픈소스는 자체 구현해 완성도를 높였으며 리눅스, x86 같은 저가형 소스를 도입했다. 더 나아가 빅데이터를 수집해 AI와 인텔리전스를 대응하고 있다.”

“창의력을 위해서는 자유로운 업무 환경이 필요하…안된다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에서 혁신적인 생각이 탄생한다. 그래서 많은 IT 기업들이 그런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다. 그런데 카카오뱅크는 은행업 인가를 받은 은행권이었다. 즉, 엄청난 규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다. 심지어 업무환경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혁신과 아이디어를 펼쳐야 하지…? ㅠㅠ”

“그렇다면 금융 환경을 바꾸자.”

기존에는 인터넷 존과 금융 존으로 나눠, 인터넷 존에는 더미 PC(전시, 테스트용)가 있고 모든 작업을 인터넷이 되지 않는 금융존으로 밀어놨다. 카카오뱅크는 금융감독의 허락을 받아 새로운 금융 환경을 만들었다.


“인터넷이 되는 핀테크 랩을 새롭게 구성해 좀 더 자유롭게 여러가지 업무를 보게 했다. 인터넷이 안되는 금융존에는 핵심 개발을 뒀다. 그리고 VCI(가상화 환경)존을 구성해 실제 고객 정보는 이 곳과 금융 존 두 군데로 분리해 더 깊이 밀어두는 조치를 했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말이다.”

기존 금융 환경. 인터넷 존과 인터넷이 되지 않는 금융 존으로 구성돼 있다.
카카오뱅크의 금융 환경. 핀테크 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업무환경을 구성하고, 금융 존과 VDI(가상화 환경)존에 개인 정보 보호를 포함해 좀 더 중요한 업무들을 배치했다.
가상 환경에서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카카오뱅크 모습.

고객 중심을 위한 ‘시작’일 뿐


정규돈 CTO는 카카오뱅크 시작을 말하면서 “카카오뱅크는 지도, 뉴스, SNS도 콘텐츠 앱도 아니다. 기능적인 앱이다”라며 “심지어 사용자는 기본적으로 모바일에 은행이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애초에 큰 허들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냈다”라고 말하며 ‘유일한 성공스토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여전히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카카오뱅크 개시 전 경영진이 가지는 생각, 경험, 가치관의 차이가 극명해 선택의 갈림길에 선 적이 많았다. 다행히 개시 후 많은 사랑을 받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 내재화하기 위해 블록체인이나 인공지능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고객 중심 서비스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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