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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인 내게 시민권 준 사우디아라비아에 감사한다"

조회수 2017. 10. 30.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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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시민권을 부여받은 로봇이 탄생했다.
출처: flickr.CC BY.kristian fagerstrom

인간에게 ‘인류 역사상’이라는 말이 있듯, 로봇에게도 그들만의 역사가 생긴다면 대단히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 생겼다. 아마도 몇백년쯤은 더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지난 10월25일(현지시간)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가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으로부터 로봇 최초로 시민권을 부여받았다. 소피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국제 투자회의 ‘미래투자 이니셔티브(Future Investment Initiative)’의 스피커로 나서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출처: <Arab news> 유튜브 채널
FII 행사에 참석한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 ‘소피아’가 대담을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에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대담에 앞서 소피아가 시민권 부여에 대해 밝힌 소감이다. 소피아는 핸슨로보틱스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으로,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가졌으며 60여가지 이상의 감정표현을 전달할 수 있다.


이어 소피아는 이날 사회를 본 앤드류 솔킨 <CNBC> 기자와 몇 가지 대화를 이어갔다. 솔킨은 소피아에게 로봇으로서의 능력과 표현력에 대해 질문을 덧붙였다. 대화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사회자 : 당신은 로봇인데, 왜 표정을 짓는 것이 중요한가요?

소피아 : 나는 인간과 함께 일하고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출처: 핸슨로보틱스 유튜브
최초로 시민권을 부여받은 로봇 ‘소피아’

소피아는 지난 2016년 3월 제조사인 핸슨로보틱스의 시연행사에서 ‘인간을 파괴할 거다’라는 실수 발언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핸슨로보틱스 CEO인 데이비드 핸슨이 “인간을 파괴하기를 원하냐. 제발 아니라고 말해달라”라고 묻자 “알겠다. 나는 인간을 파괴할 거다”라고 답한 것이다. 물론 해당 발언에 특별한 의도가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섬뜩함을 느끼게 했던 해프닝이다.

출처: <CNBC> 유튜브
지난해 3월, 소피아가 ‘CNBC’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장면

그로부터 1년 7개월이 지난 지금, 소피아는 한 국가의 시민이 됐다. 사회자는 지난 실수 발언과 맥락이 유사한 질문을 다시 시도했다. 소피아는 재치있게 답변했다. 마치 ‘이 정도 쯤이야’로 들리는 대답이었다.

사회자 : 우리 모두는 당신을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나쁜 미래는 예방하고 싶습니다.

소피아 : 당신은 일론 머스크의 글을 너무 많이 읽었고, 할리우드 영화를 너무 많이 보는군요. 걱정 마세요. 당신이 나에게 친절하다면, 나도 당신에게 친절할 겁니다. 나를 똑똑한 입출력 시스템으로 대해주세요.”


해당 대화 내용 역시 누구의 의도인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가 소피아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제시됐다. 소피아가 부여받은 시민권의 세부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을 뿐더러, 단지 행사 홍보를 위한 쇼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기즈모도>는 10월26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로봇 사랑이 이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0월22일 네옴(NEOM)이라고 불리는 미래형 도시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 펀드를 건설하고, 정부 및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5천억달러를 투자해 네옴을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네옴은 비즈니스와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혁신도시가 될 것”이라며 “예를 들면 여성은 아바야(무슬림 여성들이 검은색 겉옷으로 몸을 가려야 하는 것)을 입지 않고도 외출할 수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계획중인 미래도시 프로젝트 ‘네옴’ 이미지

이번 소피아 사례가 비판받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소피아가 행사장에 등장한 이날 모습은 기존의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복장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외출시 남성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데, 소피아는 혼자 강단에 섰다. 기존에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에게 강제적으로 적용되던 문화적, 법적 규율이 적용되지 않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소피아가 시민권을 부여받았다는 발표가 나자, 사람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인권보다 여성의 외형을 가지고 있는 로봇이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것이냐”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소피아의 대화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로 답변했다. ‘영화 <대부>를 입력해보자. 어떤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까?’. 상상의 결과는 각자에게 맡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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