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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 인터넷 예매, 유감

조회수 2017. 10. 25. 15: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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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예매를 시도했지만 돌아온 건 '쒗떆 놁딓 덈땖' 같은, 평소에 마주하기 힘든 글자뿐

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신상부터 까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2009년 나지완의 시리즈 끝내기 홈런을 보고 야구팬이 되어 5458875(7년간의 순위입니다)를 지켜보고 8년 만에 찾아온 응원하는 팀의 한국시리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에 사는 탓에 잠실에서 열리는 3, 4, 5경기를 예매하고자 어제 인터파크를 방문했습니다. 수많은 수강신청과 명절 기차표 예약을 거쳤기 때문에 클릭을 기다리는 긴장감은 익숙했습니다. 2시가 되고, 손끝이 저리는 클릭과 입이 마르는 로딩 시간을 거쳐 수차례 예매를 시도했지만 돌아온 건 ‘쒗떆 놁딓 덈땖’ 같은, 평소에 마주하기 힘든 글자뿐이었습니다. 인터넷 예매 참 편리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참으로 유감이었던 점을 몇 가지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유감 1 : 서버는 맨날 터지는데

이런저런 예매 과정에서 서버가 터지는 건 익숙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서버가 터진 게 워너원 때문이랍니다. 찾아보니 요즘 가장 잘 나가는 그룹 워너원의 팬들이 ‘연습’ 삼아 한국시리즈 티켓 구매에 참여하고, 그걸 또 팔았다는 겁니다. 귀가 의심되는 내용입니다. 아니 누구는 8년 만에 찾아온 건데, 고작 연습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며 기회를 뺏는 걸까?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 워너원 팬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 연습한 팬이 있을 순 있겠지만, 마치 원인의 전부를 제공한 것처럼 몰아가는 상황은 억울할 수 있죠. 물론 이런 논란을 종결지을만한 확실한 근거는 없습니다.

유난히 올해 예매 경쟁률이 더 치열했다고 하지만, 매치업을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KBO 최고의 인기팀 기아타이거즈입니다. 제가 응원하는 팀이라서 과장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기아타이거즈는 전국구 인기구단입니다. 두산도 직전 2년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 반지를 손에 넣은 팀이고요. 꼭 ‘우리 팀 인기 있어서 그런다!’는 말이라기보단, 여러 외부적 원인이 있을 수 있단 겁니다.

이런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단일 창구에서 판매되는 현행 시스템을 개선해 좀 더 다양한 창구에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한국시리즈 예매 문제 외에 지난 5월에도 티켓 예매 사이트 티켓링크에서 접속 장애 사태가 벌어져 결국 야구장이 무료 개방된 적도 있었습니다. 창구의 분산으로 좀 더 안정적인 시스템이 구축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출처: 자리가 빠진 다는 건 이런 느낌 이랄까…? (사진=네이트판)

유감 2 : 연습까지 해야 한다고?

하나 다시 짚어보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연습’,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그냥 빨리 클릭하면 될 것 같은데, 뭘 연습하나 싶습니다. 편집국 내에서 ‘클릭 좀 하시는’분의 설명에 의하면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인터넷에 익숙한 친구들도 예매에서 군동작을 빼기 위해 연습을 해서 최대한 필요한 속도를 올려 빠르게 예매에 필요한 정보를 입력한다는 겁니다. 생각해보니 대학에 올라와서 집에 내려가는 열차표를 예매할 때, 어버버버버버 하다가 버스를 타고 몇 시간 동안 멀미와 함께 내려간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연습의 당위는 모르겠지만, 필요성에는 공감하게 됩니다.


여기서 궁금한 게 하나 더 생깁니다. 그럼 인터넷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예매할까요? 워낙 인터넷 예매에 익숙하다 보니 인터넷 예매가 어려운 사람들 생각을 못 하게 되는데요. 현장예매나 전화예매의 방법이 있습니다. 예매로 진행되는 경복궁-창경궁 야간 개장의 경우 만 65세 이상 어르신이나 장애인을 위해 전화예매를 병행한다고 합니다. 야구경기의 경우, 온라인 예매 사이트만 주로 쓰이는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편의점에서도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고도 하고요. 인터넷 예매의 보편화로 인한 장년층이나 장애인의 소외는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출처: 스터프허브 한국시리즈 티켓 내용 갈무리

유감 3 : 온라인 암표

한국시리즈를 티켓을 판매하는 인터파크도 ARS 예매를 병행하긴 합니다, 직접 구매하려고 해 보니 연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고, 할당된 좌석도 경기당 100장 정도로 소량만 가능했습니다. 

현장판매나 전화예매의 축소는 인터넷의 보편적인 접근성 확대가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이겠습니다만, 심각한 암표 문제도 한 원인입니다. 이번 논란에도 암표 문제가 섞여 있었습니다. 예매가 큰돈 드는 것도 아닌데, 몇 배에 팔 수 있습니다. 당연히 관심 두는 사람이 많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예매의 진정한 적은 암표상입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자동 프로그램을 활용해 예매합니다. 꼭 암표상들만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자동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이 프로그램 사서 티켓 예매하고 다시 팔면 남는 장사거든요. 손으로 클릭하는 게 아무리 빨라도 컴퓨터를 이길 순 없는 법입니다. 암표상들은 이렇게 무더기의 표를 확보해놓고 비싸게 팝니다. 티켓이 안 팔리면 그냥 환불해버리죠. 이렇게 무더기 취소표가 나오고, 정작 보고 싶었던 사람들이 경기를 못 보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이번 포스트시즌 경기에서도 무더기 취소표가 나온 탓에 말이 많이 나왔습니다.


상당수가 이런 상황을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아직 법이 없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파는 암표는 경범죄로 처벌 대상이지만, 온라인에서 되파는 표를 규제할 법이 없다고 합니다. (법 적용의 문제로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법의 빈 곳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티켓의 적정 가격이나 2차 티켓팅 시장에 대한 논의도 좀 더 활발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암표란 근본적으로 적정가격을 찾아가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금의 야구 입장료도 여타 공연 등과 비교하면 싸다는 의견도 있고요. 물론 저도 많이 비싸지면 엄두도 못 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규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싶기도 합니다. 중고나라 측에 확인해 보니 이번에 한국시리즈 표를 팔겠다고 올라온 게시글만 무려 5천여건이라고 합니다.

KBO는 최근 프로스포츠 단체 최초로 티켓 재판매 앱인 ‘KBO리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최대 30%까지 더 받을 수 있는데요, 지금 암표 시세가 티켓 가격의 4-5배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 안 됩니다. 실제로도 지금은 이 앱을 통해서 매물 구하기가 무척 어렵기도 하고요. 지금은 좀 아쉽지만, 나중에는 양성화된 2차 시장이 자리 잡아 암표 문제도 조금씩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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