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카트, '재미'에 골인할 때까지
축제의 소음이 관람객 사이사이 가득 들어찼다. 행사장의 열기는 하늘을 날고 있는 드론에 맞닿을 듯 높았다.
“아빠, 카트 뒤에 뽀로로 좀 봐. 와하하.”
“오 이번 차는 탱크다. 탱크차 화이팅!”
레이싱 도로로 DIY 카트들이 들어설 때마다 관람객들 사이에서 환호와 웃음이 터져나왔다. 참가 카트들이 모두 입장하자 확성기를 든 진행자가 목청껏 ‘출발’을 알렸다. 카트들은 모터 소리를 내며 힘껏 내달렸다. 첫 바퀴를 돌고 깃발색이 바뀌면 추격전을 벌일 수 있다. 카트들이 엎치락뒤치락 할 때마다 환호가 더욱 거세졌다. 10월22일 메이커 페어 서울 2017에서 열린 ‘카트 어드벤처’ 행사장 모습이다.
관전 포인트는 재미, 각양각색의 카트들
카트 어드벤처는 DIY 카트 레이싱 행사다. 전문 메이커팀 팹브로스 제작소가 기획과 진행을 맡았다.
이번 카트 어드벤처에 참가한 팀은 총 8팀. 각 팀의 카트는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2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하나같이 유머러스하다는 점이다. 레이싱이지만 속도전보다는 일단 웃기고 보자는 목표에 의기투합한 것 같다. 두 번째는 팹브로스 제작소가 만든 ‘브로스 카트 키트’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팹브로스 제작소는 참가팀들이 짧은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카트를 만들 수 있도록 키트를 제공했다. 이 키트 덕분에 대부분 직장인인 참가자들은 평균 보름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카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 팹브로스 제작소 – 브로스 마트
팹브로스 제작소 팀은 ‘브로스 마트’ 카트를 만들었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트를 따 만들었다. 실생활에서 흔히 보는 물건을 따와서 메이킹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콘셉트. 제작 기간은 약 4일.
# 메탈릭 카오스 – 맨드러스
메탈릭 카오스 팀은 ‘맨드러스’라는 이름의 카트를 만들었다. 영화 ‘매드맥스’에 나오는 워보이 기타맨에서 콘셉트를 따온 카드다. 카트 앞에 달린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매드맥스 OST가 나온다. 카트 뒤에는 북 치는 뽀로로 인형이 달려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북 치는 워보이를 위트 있게 패러디한 것. 뽀로로 인형들은 경기에서 맨드러스를 추격하려는 뒤차에 장애물로 작용한다. 효용 면에서도 뛰어나다. 제작 기간은 약 일주일.
메탈릭 카오스 팀은 시상식에서 카트가 가장 많이 파괴된 팀에게 돌아가는 ‘보험왕’을 수상했다. 모터가 가열돼 두 번이나 연기가 났기 때문이다.
# 팹랩 서울 – 드래곤 라이더
팹랩 서울에서 활동하는 칠레 출신 메이커 로드리고 디아즈 씨는 ‘드래곤 라이더’를 만들었다. 이름이 말해주듯 콘셉트는 용(드래곤)이다. 로드리고 디아즈 씨의 어린 아들이 추천한 아이디어다. 제작 기간은 약 4일.
로드리고 디아즈 씨는 메인 경기 합계 종합 1위에게 돌아가는 ‘챔피언’을 수상했다.
# DEAN – 포르쉐55
1인 팀인 DEAN은 영화배우 제임스 딘에게서 영감을 얻어 ‘포르쉐55’를 만들었다. 제임스 딘이 죽음의 순간 타고 있던 그의 마지막 애마 ‘포르쉐 550 스파이더’ 콘셉트다. 레이싱복은 영화 ‘르망24’에 나오는 레이서들의 것을 커스텀해 직접 제작했다.
DEAN 팀의 천영환 씨는 정치 스타트업 '와글'에서 일한다. 그는 “기술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라며 자신의 메이커 활동을 소개했다. 그는 이날 ‘장인상’을 수상했다.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카트를 만든 팀에 돌아가는 상이다. 길고 긴 사포질 끝에 포르쉐55가 탄생했다고 한다.
# 김현준 – 베이직
1인 팀을 꾸린 김현준 씨는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베이직’을 만들었다. 현재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김현준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메이커를 즐긴다.
# 만들래:안전불감증 – 탱슬라
만들래:안전불감증 팀은 탱크 콘셉트의 ‘탱슬라’를 만들었다. 전차부대 출신인 전형준 씨가 자신의 군 생활에서 영감을 떠올려 만든 카트다. 전형준 씨와 서기운 씨는 퇴근 후 밤을 새워가며 탱슬라를 만들었다고 한다. 탱슬라는 관람객이 꼽은 ‘가장 멋있는 카트’로 뽑혀 패션왕을 수상했다.
# 무규칙 이종결합공작터 용도변경 – 사이버플렉서블홈리스
무규칙 이종결합공작터 용도변경 팀은 ‘사이버플렉서블홈리스’를 만들었다. 철사 2개로 모양을 잡고 포장재료로 감싼 카트다. 짧은 기간 내 카트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찾다보니 포장재료를 사용했다고 한다. 무규칙 이종결합공작터 용도변경 팀은 바퀴 수를 제한하지 않고 달리는 ‘데스벨리’에서 1위를 해 ‘끝판왕’을 수상했다.
# 팹랩연합 – 달려라얍
팹랩연합 팀이 만든 ‘달려라얍’의 콘셉트 역시 영화 매드맥스다. 팀의 송용우 씨는 메탈릭 카오스 팀의 이성식 씨가 매드맥스 콘셉트를 제안해 달려라얍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콘셉트가 같은 만큼 서로 견제하기도 하고 돕기도 하며 카트를 제작했다.
관람객이 함께한 카트 어드벤처
카트 어드벤처는 관람객 참여로 이뤄졌다. 가장 먼저 10바퀴를 도는 카트가 우승하는 메인경기에서 바퀴 수를 세는 역할도 관객이 직접 했다. 총 8명의 특별 관객이 각각 카트 하나씩을 맡아 바퀴 수를 세는 방식이다.
관람객들은 또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멋진 카트에 투표하기도 했다. 투표 결과 ‘탱슬라’가 인기상을 수상했다.
메인 경기 사이사이 마련된 카트체험 코너에도 관람객이 몰렸다. 김용현 공동대표는 “카트가 8대뿐이라 한정된 인원에게만 체험 기회를 줄 수 있어 아쉬웠다”라며 “다음에는 아예 체험용 카트를 준비해서 더 많은 사람이 체험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카트 어드벤처는 제1회 행사다. 김용현 공동대표는 “관람객, 참가자 모두 재밌게 즐기는 행사였기에 기분이 좋다”라며 “제2, 제3회 카트 어드벤처는 보다 큰 코스에서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