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정신과 재미가 만났으니, '팹브로스 제작소'

조회수 2017. 10. 10. 11:55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팹브로스 제작소 김용현·정성일 공동대표 인터뷰

파란색 벽에 분홍색 굴뚝, 건물 옆에 무심한 듯 서 있는 거대 기린인형.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팹브로스 제작소’ 건물은 개성 강한 외관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이런 건물을 만나면 으레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부는 어떨지. 누가 어떤 일들을 꾸미는 곳일지.

그 답을 미리 꺼내놓자면 이렇다. 이곳은 팹브로스 제작소의 김용현·정성일 공동대표가 메이커 문화를 기획하고 다양한 제작 업무를 하는 공간이다. 공장으로 쓰이던 단층 건물을 두 사람이 직접 2층 구조로 개조하고 공간을 나눠 꾸몄다. 내부에는 제작소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물건들이 들어차 있다. 한쪽 벽면 가득 채운 제작 도구들, 용접기, 절단기, 건설 현장에서나 볼법한 기다란 철제 꾸러미 등. 이곳에서 국내 메이커 문화 융성을 도모하는 김용현·정성일 공동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팹브로스 제작소의 김용현(왼쪽)·정성일 공동대표

잉여로운, 그래서 환대와 탄생이 있는

김용현·정성일 공동대표는 한양대 기계공학과에서 대학 친구로 처음 만났다. 둘은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공통의 관심사가 있었고 ‘만들래’라는 메이커 동아리 활동을 함께했다. 대학 졸업 후엔 같은 회사에 다녔다. 그러니까 메이커가 이들의 첫 커리어는 아니다. 김용현 공동대표는 “회사에서 메이커 교육 등 업무를 했었다. 본 업무는 아니었고 우리 관심사여서 맡았다”라며 “그러다가 좀 더 깊게 하고 싶어져 (회사를) 나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2016년 1월 전문 메이커 그룹 팹브로스 제작소가 결성됐다. 팹브로스 제작소의 활동은 실질적 제작 업무는 물론 메이커 교육, 메이커 경연대회 기획까지 입체적이다. 공간, 교육, 교류, 제작을 아우른다. 다양한 층위에서 이뤄지는 활동들의 목표는 하나로 수렴한다. 국내에 건강한 메이커 문화가 자리 잡고 융성할 수 있는 토양을 가꾸는 것이다.

“(국내에서) ‘메이커’라는 단어가 많이 퍼지고 있긴 한데 창조경제, 4차 산업혁명, 창업 생태계 붐 같은 것들과 맞물려서 의미가 퇴색된 부분이 있다. 해외의 메이커 문화는 만들면서 일단 즐기고, 그 뒤에 파생되는 것들을 얻으면 되는 거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만들고, 만든 걸 가지고 창업을 해야 한다. 부가가치를 내야 한다는 식이다. 우리는 이런 인식을 해외에서 잘 돼 있는 메이커 문화 쪽으로 조금이라도 이동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 정성일

“쉽게 말해 외국에 있는 차고(garage) 문화를 우리나라에 잘 정착시키자는 거다. 잉여로운 공간들, 그래서 무언가를 탄생시킬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찾아왔을 때 환영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 김용현

팹브로스 제작소가 확고한 방향성을 잡고 항해를 시작한 지 1년 9개월여가 흘렀다. 이들은 현재 자생 가능성을 실험 중이다. 김용현 공동대표는 ‘정부 과제를 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한 번도 안 했다”라며 “메이커 문화로 진짜 자생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해본 사람이 없으니 지금도 궁금하다. 우리는 ‘이걸로 돈 벌고 밥 먹고 살 수 있을까?’를 실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게 될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가능성을 사람들에게 유쾌하게 보여주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팹브로스 제작소에 있는 제작 도구들

“재밌게, 재밌게, 재밌게!”…카트 어드벤처

팹브로스 제작소는 현재 ‘제1회 카트 어드벤처’를 기획하고 있다. 카트 어드벤처는 예의 실험정신과 유쾌함으로 빚은 기획으로, ‘메이커 페어 서울 2017’에서 동시 진행된다.

카트 어드벤처는 DIY 카트 레이싱 행사다. 참가 팀들이 직접 카트를 만들어 행사장에 마련된 공간에서 레이싱을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실제 사람이 타고 레이싱 경기까지 해야 한다니 얼핏 능력자들만을 위한 행사로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다. 행사 기획 의도는 ‘부모와 자녀, 친구들이 모여 재밌게 자동차를 만들고 같이 노는 문화 만들기’이다. 팹브로스 제작소는 이 의도에 맞게 카트의 기본 뼈대를 만들 수 있는 ‘브로스 카트 키트’를 참가 팀들에게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참가 팀들은 키트로 만든 기본형 위에 각자의 개성을 살려 다양한 모양과 기능을 가진 카트를 만들어야 한다. 정성일 공동대표는 “포인트는 ‘재미’다. 재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참가 팀들에 주어진 미션 중에는 ‘제일 웃긴 카트 만들기’도 있다.

출처: 팹브로스 제작소 페이스북
팹브로스 제작소도 행사에 참여한다.

‘만들고, 즐기고, 배우자’라는 팹브로스 제작소 모토에 알맞게 팹브로스 제작소는 카트 제작을 위한 무료 가이드도 제공한다. 김용현 공동대표는 “올해는 제1회라 주변 메이커들을 초대해 행사를 한다”라며 “올해 행사로 경험이 쌓이면 다음번 카트 어드벤처가 열렸을 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