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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로봇'으로 4차 산업혁명 이후 내다보기

조회수 2017. 9. 11. 09: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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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바보상태다.
김용승 메이커와 그가 준비 중인 작품 자판기 로봇 (사진: 장지원)

메이크앤메이커스의 김용승 메이커는 작년 메이커 페어에 마스코트 로봇 ‘메이키'(Makey)를 실사화해 화제를 모았다. 그랬던 그가 또 하나의 붉고 큼지막한 로봇을 ‘메이커 페어 서울 2017‘에 선보인다. 자판기 로봇이다.


김용승 메이커가 출품할 자판기 로봇이 기존 자판기와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모터와 바퀴가 있어 이동이 가능한 점, 내부가 투명하게 보이고 그 안에서 미니 로봇들이 재롱을 떤다는 점이다. 김용승 메이커에게 직접 탄생 비화를 들었다.


자판기 로봇을 만들게 된 계기는?

여름철 한강공원에서 운동할 때면 곳곳에 편의점은 있지만 내가 필요로 할 때 보이지 않아 불편했던 적이 있었다. 코엑스나 킨텍스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관람할 때에도 목이 마르거나 출출한 순간에 가야 할 곳이 너무 멀어 곤란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이동하는 자판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그와 비슷하게 기차에서 이동판매, 야구장에서 비어보이 등이 있기는 하다. 다만 내가 떠올린 바는 ‘이것들이 나중에는 로봇화가 되겠구나’다. 그래서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구상을 시작한 시기는 올해 3월쯤부터였다. 메이커 페어가 항상 있어왔으니 ‘올해도 있겠지’ 하고 미리 준비에 들어갔다. 중간에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그래도 계속 만들었다. 잘 풀려서 다행이다.

김용승 메이커가 자판기 로봇을 만든 까닭과 의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장지원)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글에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했던데?


인공지능과 생산이 결합하고 연결돼 산업형태가 바뀌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아닌가. 상품을 원하는 고객 앞에 로봇이 스스로 찾아가 판매하는 것도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 중 한 형태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북유럽 쪽에서는 거리에서 휴대전화로 물건을 주문해 기다리면 달려오는 차량 편의점이 나온다더라고.


지금 만들고 있는 자판기 로봇이 그렇게까지는 구현되지 않는다. 시간도 모자라고 내가 가진 기술도 부족하니까. 그렇지만 앞으로 위 예시처럼 기존 상품에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하면 새로운 형태의 무엇인가가 나오리라는 점을 패스트 프로토타입 형태로 보여주려는 것이다.

김용승 메이커가 구상 중인 자판기 로봇의 최종 디자인 (사진: 장지원)

자판기 로봇의 구동 방식은 어떻게 되나?


동전을 넣으면 크기별로 동전이 분류되고 센서가 투입금액을 인식한다. 투입금액과 판매금액이 딱 맞으면 방출되는 상품을 미니로봇이 뒤돌아서 받고 구매자 앞으로 다시 반 바퀴 돌아 전해주는 방식이다. 로봇이 서빙해주는 느낌으로 말이다.


기존 자판기는 밀폐형이어서 작동되는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판기 로봇은 동전을 넣고 상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하도록 내부를 공개했고 미니로봇들의 퍼포먼스를 더했다.

자판기 로봇의 씬스틸러가 될 미니 로봇 (사진: 장지원)

판매 예정인 물품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지금 생각한 상품은 초콜릿이다. 그 외로는 메이커 관련 소품 정도도 고려하고 있어서 실물을 넣을 수 있게 버튼과 구멍을 크게 땄다. 판매와는 별개로 하나는 그냥 기부금 버튼으로 설정해서 돈을 계속 투입할 수 있게 해둘까 한다. (웃음) ‘기부를 해주시면 내년에는 로봇 팔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또는 ‘미니 로봇들의 재롱이 궁금하다면 기부해주세요’ 처럼.


굳이 이렇게까지 만든 이유는 기능적인 것보다 개그적인 요소를 중심으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들의 직장을 위협한다고 하지만 사실 아직은 바보지 않나. 그리고 한동안 쭉 바보 상태일 것이다. 로봇은 사람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니 말이다. 사람들이 로봇을 경계하지 않게끔 친숙히 다가가도록 ‘어떤 동작을 취하면 구매자들이 재미있을까’를 궁리해가며 만들었다.

김용승 메이커가 자판기 로봇 앞에 서서 시연해 보이고 있다 (사진: 장지원)

이동은 어떻게 하는지?


ATV(사륜오토바이)의 프레임과 DC 모터를 구매해 장착했다. 애초에는 모터도 프레임도 좀 더 작은 제품을 구하고 싶었다. 크게 만들면 이송할 때 곤란하니까. 지난해에 만든 메이키도 페어에 가져가려는데 매우 힘들었다고. (웃음) 하지만 이미 구매한 ATV의 프레임 사이즈에 맞춰 자판기 로봇의 사이즈 또한 정해야만 했다.


이동방식은 뒤에다 핸들을 장착해 전동카트처럼 운전하면서 갈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무선조종자동차(RC카) 느낌으로 조종할지 고민이다. 제작 시간이 어느 정도 남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하다. 원래는 얘가 스스로 움직이며 관람객들을 살펴가면서 판매하게 만들까 했지만 지금으로써는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내가 만들었어요’라고 소개하며 다니고 싶다.

현재까지 제작된 자판기 로봇의 모습 (사진: 장지원)

목표 매출은 얼마나 되는지?


하루 100개씩 1천원에 팔면, 10만원? (웃음) 이틀이니까 총 20만원 정도가 목표겠다.


그런데 들어간 재료비가 지금까지만 해도 100만원이나 된다. 더 들어가야 한다. 이것저것 추가도 해야 하고 도색 비용에 운송비까지 합하면 200만원은 넘되 300만원은 안 될 만치 들 것 같다. 그래도 남기자고 하는 일은 아니니까.


지금껏 해온 활동들에 대해 지인들은 어떻게 보나?


어떤 회사 동료는 내 얘기를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는 왜 집에 가서도 일하냐?’고. (웃음) 반면 다른 많은 동료가 메이커라는 내 모습을 매우 좋아한다. ‘자기가 못 하는 것을 네가 대신 이뤄준다’는 대리만족으로. 내가 만든 것들을 보여주면 신기해하면서 아이디어도 함께 많이 준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들의 경우에도 대화를 나누면 보통 아파트 얘기나 돈 얘기, 최근에는 육아 얘기, 미래 걱정이 주요 주제인데 별로 관심이 없던 이전과 달리 요즘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말할 때면 굉장히 관심을 두고서 ‘너는 미리 시작하길 잘 했다’며 부러워한다.

메이키(MAKEY)는 올해도 어김없이 메이커 페어의 마스코트로 관람객 앞에 선다 (사진: 장지원)

본인의 만족도는 100% 중 몇 %라 생각하는지?


메이커로서의 만족도? 내 작품을 보고 느끼는 만족도는 물론 높다. 다만 나라는 메이커에 대한 만족도는 70% 정도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새로운 것이 계속 나오는데 못 따라가서 더 하고 싶은데 못하는 문제들이 분명 있으니까.


메이커로 활동하며 외부적인 면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나?


올해 상반기에 메이커 관련 행사가 별로 없었다. 나라가 어지러웠고 대선까지 겹쳐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다가 올해 하반기 들어 갑자기 엄청 많이 생겼다. 개최 주기도 그렇지만 일회성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행사들도 너무 많다. 이것들이 균일하게 지속해서 편성된다면 일정에 맞춰 계획을 짜가면서 다양한 참가가 가능할 텐데 그렇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정부에서 주최하는 행사부터라도 꾸준해졌으면 좋겠다.


또 나처럼 취미로 하는 메이커를 향한 지원도 보다 확충돼 제작비 정도라도 지원받는 기회가 늘어나기를 바란다.

김용승 메이커는 메이커 행사에 관한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도 던졌다 (사진: 장지원)

메이커로서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면?


결국 창업 쪽이지 않을까?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나면 취미로 했던 부분들을 업으로써 활용할 수 있을 방안들을 모색 중이다. 그래서 현재도 창업을 살짝 눈여겨보고는 있으나 지금은 엄두가 안 난다. 여태껏 만든 것들이 많이 팔릴 물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나중에 아이도 다 크고 경제적인 여건이 나아질 즈음 창업으로 나가기가 최종 목표다.

김용승 메이커는 메이커 행사에 관한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도 던졌다 (사진: 장지원)

메이커 페어 서울 2017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지난해에는 메이키를 전시장 입구에다 세워만 놓고 내 부스에서는 그냥 노트북으로 메이키를 만든 과정만 영상으로 보여줬다. 그랬더니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이 ‘뭐야? 이 부스 비었나?’ 하고 가버리는 사례가 많았다.


반면 당시 나와는 다르게 자기 작품을 끌고 다니면서 여러 메이커를 만나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그래서 ‘올해에는 무조건 이동형 작품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가 직접 자판기 로봇을 데리고서 다른 메이커나 관람객들에게 내 작품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서로 묻고 답하는 시간까지 많이 만들고 싶다.


돈이 안 되면서 메이커를 하는 이유도 표현의 욕구 때문이다. 나 자신의 만족감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신기한 것들을 계속 보여주고 싶다. 이로써 나와 같은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덩달아 늘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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