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로 만들고 체감하는 VR, '미니어처 리얼리티'

조회수 2017. 7. 27.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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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기술로 독특하고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볼까

쉽게 사용 가능한 기술로 독특하고 재미있는 아웃풋을 보여주기, 그래서 ‘저건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게 해주기. 박성윤 메이커가 ‘미니어처 리얼리티'(Miniature Reality, MR)를 통해 ‘메이커 페어 서울 2017’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바다.

미니어처 리얼리티라니, 생소하다. 어떤 프로젝트인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을 대신해 지은 이름이다. VR이 흥미로운 주제이기는 하나 테크놀로지나 비용 문제로 객체들을 실현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것을 어떻게 하면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재미나게 체험할 수 있을지 고민해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MR이다.


창의력을 꼭 하이테크놀로지, 하이엔드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갖고 있는 여러 소품들을 이용해 충분히 즐겁게 VR의 개념을 공유하는 것이 MR이 추구하는 바다. 일반인이나 학생이나 ‘저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또는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바꿔볼까’라고 자극 받을 수준으로 말이다. MR을 통해 한정된 스케일을 뛰어넘어 환상적인 세계를 만드는 것이 분명 재미있는 주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하이테크놀로지 하이엔드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디지털 위주의 삶을 추구하고 거기서 이익을 내기 위해 기업들이 움직이고 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을 잘못 홍보하는, 인간을 이야기하지 않고 테크놀로지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 러다이트 운동까지는 아니지만 거부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그처럼 변해갈 미래를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내 아이들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그와 같은 고민들이 많다.


나는 디지털적인 삶이라 할지라도 아날로그적인 면 역시 분명히 강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MR은 일종의 아날로그적으로 구현된 첨단 디지털 체험이다. 이처럼 아날로그와 첨단의 융합을 보여주는 활동들을 계속 해보고 싶다.


그럼 메이커페어에서 우리가 MR을 어떤 모습으로 볼 수 있나?


그럼 메이커페어에서 우리가 MR을 어떤 모습으로 볼 수 있나?

‘만약 우리가 로봇 박물관에 가면 어떤 느낌일까?’를 구현하고 싶었다. 작은 박물관을 만들어 그 안에 프라모델을 전시하고 소형 카메라를 통해 VR로 보는 형태이다. 우리가 매번 보던 미니어처보다 더 작은 관람객이 돼 TV, 스크린에서나 보던 로봇이나 탈것 등을 감상하게 되는 것이다.


박물관 내부는 오로지 VR 헤드셋을 쓴 사람만 볼 수 있다.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부를 둘러보듯 확인할 수 있게 꾸미려 한다. 들어갈 때 문이 여닫히는 것부터 시작해 1번 작품 앞에 서면 그 작품을 향해 조명이 켜지고 상하좌우로 둘러보게끔, 다음 작품으로 이동하면 거기도 불이 탁 켜져서 감상하게끔 할 계획이다. 마치 귀신의 집을 지나는 느낌이랄까? 물론 무서운 것은 없다. (웃음) 중학생 아들이 소프트웨어를, 내가 하드웨어를 맡아 준비 중이다.

주로 만들어온 것이 움직이는 미니어처 프라모델이다. 어떤 작품들이 있나?


모형 프라모델 만들기가 대학교 때부터 30년 동안의 내 취미다. 그런데 최근 들어 스타워즈 조립식 키트 등이 매우 간단하게 조립할 수 있도록 개량돼 출시되고 있다. 그 덕에 모형 만들기 자체에 쏟았을 시간과 스트레스를 예전에 비해 훨씬 덜었다. 그 덕분에 생겨난 여유시간에 ‘이 완성품을 어떻게 더 재미있게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B-1 배틀드로이드’의 경우 ‘건전지 없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까?’ 하는 생각에 하나를 추가해봤다. 프라모델의 눈에는 LED를 넣었고 아래쪽에는 건전지 없이 코일을 감았다. 이를 교류발생장치와 닿게 하면 자기장으로 인해 전류가 발생하고 불이 들어오는 간단한 원리다. 이것이 재작년부터 삼성전자에서 한창 얘기하던 무선충전이다. 이미 1800년대에 발견된 원리로,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우는 내용을 응용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인피니트미러’도 연습하고 있다. 하프미러 두 장을 써서 틀 사이에 LED를 넣고 작동시키면 두 장이 서로 반사돼 깊이감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밀레니엄팔콘과 야마토호에 워프하는 듯한 효과를 냈다. 데스스타 내부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설정으로도 인피니트미러를 만들었다. 이때는 좀 더 깊이 감을 주는 한편 뒤쪽 거울 각도를 살짝 틀어 안쪽이 살짝 굽어 있는 느낌도 줘봤다.


비교적 어렵지 않은 원리로 독창적인 것들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모습인데?


나는 지금 과학교육교재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식하는 우리나라 로봇 교육에 대한 부족한 점이 약간 있다. 첨단 프로그래밍이나 하드웨어 조합은 교육하지만 정작 로봇이 움직이기 위한 소자적인 면에는 소홀한 것이다. 게다가 재미없는 것들만 예시로 보여주면서 도구를 잘 쓰는 법이나 조종을 잘 하는 법, 소위 말해 손가락 교육이나 받고 있다. 이것들이 창의성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같은 작품을 어떻게 더 잘 만들지의 교육이 아니라, 어떻게 더 새롭게 만들지의 교육이 돼야 한다. 누구나 다 아는 개념을 갖고도 거기서 어떤 아이디어를 얹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내 직업이 그러한 쪽이다 보니 좀 더 기초적인 과학 테크놀로지를 가지고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고 새로운 창의력을 향한 토대를 주는 활동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활동들을 해오면서 느끼는 본인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항상 부족하다. 이 창작활동들이 직업이 아니라 취미이다 보니 시간이 언제나 약간씩 모자라다. 하루 4시간씩은 하고 싶지만 2시간 밖에 못하는 식이다. 늘 나름대로 프로젝트별 소요기간은 정한다. 그 안에 완성을 못하면 그것은 영원히 완성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정한 기간 안에 마칠 때면 얘는 붓질을 좀 더 했으면, 쟤는 저기를 좀 더 다듬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신 그런 아쉬움이 있으니까 저번에는 무슨 테크놀로지가 모자랐으니 이번에는 이것을 보완해 더 잘 해보자고 다짐한다. 지난번 부족했던 부분이 오히려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데 동력이 되는 것이다.


완성품을 고치는 데 쓸 에너지를 그냥 새로 다른 것을 만드는 데 쏟는 것 같다.


그것이 나는 훨씬 더 창의적인 활동이라 생각한다. 창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무언가를 만들어냈느냐 아니냐라고 본다. 무엇이든 간에 눈앞에 입체화를 시켜놔야 그것에 대한 수정·보완점이 나오는 것 아닌가.


머릿속으로만 수정하고 보완하고 있으면 평생 그 안에서만 될 뿐이다. 당장 만들 때 부족해 보이고 어설퍼 보이더라도 우선 무언가를 완성하고 다음 것은 나아지기를 고민하며 이같은 활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최근에 만든 작품인, 거리에 감응하여 작동하는 스톰트루퍼 모형의 만족도는 80% 정도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다시 만들지는 않는다. 또 다른 아이디어로 새로이 작업한다. 물론 몇몇 작품은 최선의 결과를 위해 계속 보완하고도 있다. 언젠가는 내 인생작도 나오겠지, 생각한다. (웃음)


올해 메이커 페어에 참여하게 된 이유와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메이커들의 활동을 볼 때면 두 가지를 느낀다. 하이테크놀로지를 보며 놀라거나 창의력을 보고 놀라거나. 처음에는 ‘하이테크놀로지에 엄청난 창의력까지 보여줘야 한다면 나는 못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꼭 하이테크놀로지를 겸비하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것들을 만들기만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알았다. 그래서 나도 도전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곳에서 새로운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메이커 페어는 만드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자리니까. 다양한 분야의 메이커들을 만나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내 작품을 선보인다니 그 또한 매우 흥분된다. 비록 작은 작품이지만 이로써 다른 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정말이지 행복할 것 같다. 많은 관람 부탁드린다.

프로젝트명 : MR(Miniature Reality)
팀명 : DXA (Digital X Analog) (덱사)메이커페어 참가 횟수 : 1회(2017)프로젝트
한줄 설명 : 아날로그로 체험하는 디지털테크놀로지
글: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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