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를골라보자] ①패널 방식
노트북만 몇 년을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이나 동영상 편집 같은 몇 가지 이유로 오랜만에 모니터가 필요해서 쇼핑몰을 뒤져봤습니다. 이런 이야기하면 옛날 사람같지만 거의 5년만에 보는 모니터 가격은 꽤나 뚝 떨어진 느낌입니다. 10만원대면 꽤 그럴싸한 제품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생각했는데요. 모니터도 따져봐야 할 게 의외로 많더군요. 해상도, 화면 비율, 패널 방식도 제각각입니다. 가격과 화면 크기, 해상도 정도만 보고 살 건 아니더군요.
그래서 모니터를 구입할 때 따져야 할 몇 가지 부분들을 짚어봅니다. 먼저 패널 방식입니다. 네, 답은 다들 알고 계시죠? IPS나 PLS가 대체로 좋습니다. TN은 쌉니다. 하지만 무조건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각각의 특성이 있습니다. 알고 사야겠죠.
빛을 열고 막아 색을 표현한다
이제는 LCD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초기에는 ‘액정’이라고 불렀습니다. LCD의 의미가 사실은 액정이 맞긴 합니다. 노트북이나 모니터에 쓰던 LCD의 방식은 계속해서 발전해 왔습니다. 지금은 잊혀졌지만 STN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초기 노트북에 많이 쓰였지요. 이 디스플레이는 싸게 만들 수 있는 대신 색이 썩 좋지 않고, 가시각이 아주 좁습니다. 정면에서만 봐야 화면이 제대로 보입니다. 그래서 일반 디스플레이 용도로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대신 한 군데 쓰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은행 ATM기입니다. 화질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주변에서 화면의 내용을 보면 안 되기 때문에 보안에 좋지요. 그나마도 요즘은 TFT로 바뀌고 있지만 종종 STN을 쓴 ATM 기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요즘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TFT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TN이지요. 그리고 우리가 고급 디스플레이로 부르는 IPS, 그리고 요즘 뜨고 있는 PLS 등 3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또 다른 방식들도 있지만 모니터에는 이 3가지가 주로 쓰입니다.
TFT 모니터의 기본 원리는 비슷합니다. LCD 디스플레이는 패널 속에 액체 형태로 섞인 액정 입자들에 전기를 주어서 색을 만들어냅니다. 빛의 3원색을 기억하시나요? 디스플레이는 R(빨간색), G(녹색), B(파란색)의 3가지 빛을 섞어서 색을 만들어냅니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맨 뒤에는 흰색의 빛을 내는 백라이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LCD 소자가 그 위에 올라가고, 맨 앞에는 컬러필터가 있습니다. 백라이트는 빛을 만들어내고, 컬러필터는 색을 냅니다. 그럼 그 사이에 있는 LCD 소자가 빛을 얼마나 통과시킬지 결정합니다. 그렇게 픽셀마다 R, G, B의 빛을 조정해서 섞으면 픽셀마다 고유의 색을 냅니다. 3가지 빛을 모두 섞으면 흰색, 모두 가리면 검은색이 됩니다. TN이니 IPS니 하는 것들은 이 중간 LCD의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그에 따라 고유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싸고 응답 속도가 빠른 TN
TN은 수직 방향으로 움직이는 액정입니다. 각 픽셀의 컬러필터, 백라이트 격자, 액정 입자는 모두 길쭉한 모양인데 액정 입자가 백라이트 격자와 같은 방향으로 서서 빛을 막으면 그 색깔은 표현되지 않고, 다른 모양으로 흩어지면 빛이 흘러나오게 됩니다.
일단 TN은 평소에는 아무렇게나 배열됩니다. 이때는 빛이 통과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TN 패널의 기본은 흰색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에 전기를 주는 것에 따라 액정 소자들은 수직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빛이 통과하게 되는 거죠. 길쭉한 판이 평면으로 서 있으면 빛이 가려지고, 이걸 빙글 돌려 수직 방향으로 세우면 문이 열리듯 뒤에서 비치는 빛을 내보내는 원리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액정이 빛을 얼마나 내보낼지 결정했다면 그 빛은 각각의 색을 내는 컬러필터를 통과해 각각의 색을 내고, 이를 섞어 우리가 보는 사진, 글자들로 만들어냅니다.
이 TN 방식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합니다. 값이 싸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가장 많은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방식입니다. 반응 속도도 빠르고, 전력 소비도 낮은 편입니다. 네,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화각이 썩 좋진 않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160~170도 정도까지는 보입니다. 물론 옆에서 모니터를 볼 일은 없으니 180도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야각이 넓어야 앞에서 볼 때 꼭 정면으로 보지 않아도 색이 변하지 않습니다.
TN이라고 하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있는데, 꼭 TN이 나쁜 건 아닙니다. 요즘은 어느 정도 앞에서 본다는 느낌이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봐도 색이 크게 변하진 않습니다. 다만 위·아래 가시각 문제는 아직 잘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누워서 볼 게 아니면 TN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색 좋고 시야각이 넓은 IPS/PLS
IPS는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광시야각’ 디스플레이죠. ‘좋은 패널=IPS’라고 인식돼 있지만, 사실 IPS는 광시야각 디스플레이의 한 방식이고 TN과 다른 특성을 가진 패널일 뿐입니다. TN의 액정 소자가 수직 방향으로 움직였다면 IPS의 소자는 수평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옆으로 빙글빙글 비틀어 움직이는 것으로 빛의 양을 조절하는 겁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이점은 시야각이 좋다는 겁니다. TN의 소자는 각도를 갖기 때문에 특히 위·아래로 볼 때 색이 변하는 특성이 있는데, IPS는 각도 없이 옆으로 돌면서 빛을 내보내기 때문에 가시각이 넓어집니다. 화면을 눌러도 색이 잘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터치 패널에도 많이 쓰입니다.
대신 액정 소자를 움직이는 데 전기를 조금 더 많이 씁니다. 액정을 움직이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죠. 그러니까 반응 속도도 TN에 비해 조금 느린 편입니다. 하지만 색 표현이 좋고 가시각이 넓기 때문에 인기가 있습니다. 게이머들이라면 약간 고민이 될 수 있는데, TN의 가시각이 기술로 해결되듯 IPS의 반응 속도도 기술로 해결되고 있습니다.
PLS는 삼성전자가 밀고 있는 방식입니다. IPS라고 하면 으레 ‘LG디스플레이’가 떠오르듯, PLS라고 하면 ‘삼성디스플레이’를 떠올리면 됩니다. 네, 특성은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IPS에 대응해 VA, 혹은 PVA라는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큰 인기를 누리진 못했죠. 결국 삼성도 IPS와 비슷한 방식으로 디스플레이를 만듭니다. PLS라고 하면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IPS와 비슷한 광시아갹이라고 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