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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디스켓'을 알까

조회수 2018. 2. 2. 14: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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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하기 버튼의 비밀을 찾아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사진을 한 장 보여 드리겠습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알고 계신다면, 아마 보통 20대 중·후반이나 그 이상 연세인 독자일 테죠. 반대로 처음 보는 물건이라면, 일반적으로 20대 초반 혹은 그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라고 생각해도 크게 틀리진 않을 겁니다.

출처: flickr.CC BY.pandameixiang

한때는 컴퓨터를 켜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장비, 컴퓨터와 떼려야 뗄 수 없었던 동반자 혹은 친구들과 소중한 자료를 나눠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유의 수단이었던 녀석입니다. 이름은 ‘플로피 디스크(Floppy Disk)’, 혹은 ‘플로피 디스켓’이라고도 불렀죠. 편하게 ‘디스켓'(diskette)이라고 불렀던 장치입니다.

(전설 속에서 등장하던..?)


용도는 단순했습니다. 자료를 보관하는 저장매체였죠. 지금 USB 메모리의 할아버지뻘 되는 장치입니다. 하드디스크가 상대적으로 대용량의 저장매체라면, 당시 디스켓은 문서 파일이나 게임의 설치 파일 등 비교적 용량이 작은 정보를 저장하던 이동식 저장매체였습니다. 


디스켓 안에는 자성체로 덮여 있는 암갈색(혹은 검은색)의 회전판이 들어 있습니다. 자성체 회전판 위에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디스켓의 동작 원리입니다. 회전판은 종잇장처럼 얇았습니다. 그런 탓에 쉽게 구부러졌습니다. 찢어지는 사고도 자주 발생했죠. 안에 들어 있는 정보를 못 쓰게 되니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습니다. 5.25인치 크기의 디스켓은 종이 덮개로 감싸고 다녀야 했지요.


크기 얘기가 나온 김에 종류도 알아볼까요. 5.25인치와 3.5인치 크기의 디스켓이 많이 쓰였습니다. 3.5인치 디스켓이 5.25인치 디스켓보다 더 나은 제품이었어요. 회전판에 정보를 저장하는 만큼 회전판 크기가 클수록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회전판의 저장 밀도를 높이는 식으로 용량은 키우고 크기를 줄였던 거죠. 5.25인치 디스켓이 널리 쓰이기 이전엔 8인치 크기의 디스켓도 쓰였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저는 8인치 디스켓을 쓰던 세대는 아니었습니다. 8인치 디스켓은 IBM이 최초로 양산해 보급했다고 합니다.


디스켓의 장점은 지금의 이동식 저장매체와 거의 똑같았습니다. 휴대하기 편했고, 자료를 저장하거나 지우고 변환하기가 쉬웠습니다. 가격도 싸서 누구나 쉽게 여러 장씩 쓸 수 있는 매체였습니다.


용량이 얼마나 됐느냐고요? 들으시면 아마 코웃음을 치게 될 겁니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였던 3.5인치 디스켓이 담을 수 있는 용량은 1.44메가바이트(MB)였지요. 5.25인치 디스켓은 720킬로바이트(KB) 정보 밖에 담을 수 없었습니다.


‘삼국지 영걸전’이니 ‘다크세라핌’이니 하는 게임이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면, 너도나도 디스켓 들고 찾아가 복사해왔던 꼬맹이의 범법행위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우95’ 운영체제(OS)도 초기에는 수십장의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으로 배포됐으니, 디스켓이 얼마나 자주 쓰인 매체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장하기’를 뜻하는 아이콘은 아직도 ‘디스켓’


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요즘 어린이 친구들은 ‘저장하기’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디스켓 모양인 것이 무슨 연유인지 알고 있을까요?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나 ‘한글’ 등 문서작성 도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장하기 아이콘이 이 같은 디스켓 모양인 것은 바로 80년대에서 90년대 많이 쓰인 저장매체 플로피 디스켓을 상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윈도우 OS 속에 기본으로 들어가 있는 ‘그림판’ 응용프로그램에도 디스켓 모양의 저장하기 단추를 볼 수 있습니다.

수많은 응용프로그램의 저장하기를 뜻하는 플로피 디스켓 아이콘. 시간이 흘러 왜 저장하기 기능에 이 그림이 들어갔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모른다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려 드는 것도 아닙니다. 언어를 통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고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예전에 많이 쓰던 IT 장치를 통해 작은 추억을 끄집어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언어가 변하듯, 언어의 기능을 담당하는 아이콘도 바뀔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디스켓이 더이상 쓰이지 않는 마당에 저장하기 아이콘 모양을 언제까지 디스켓으로 유지해야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거지요.


생각해봅시다. 어떤 모양의 아이콘이 저장하기 단추로 가장 잘 어울릴까요? 아직은 USB 메모리가 많이 쓰이니 USB 메모리 모양을 형상화하는 것은 어떨까요. 플래시 메모리를 상징하는 그림도 적절할 것 같습니다. 저장매체가 자주 쓰이지 않고 클라우드 환경으로 완전히 이동하는 날이 올까요. 그렇다면 구름 모양을 저장하기 아이콘으로 쓰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세월이 흐른다고 해서 말이 꼭 바뀌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한 번 굳어진 말처럼 바꾸기 어려운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저장하기를 뜻하는 아이콘이 언제까지고 디스켓 모양으로 굳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는 얘기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장하기 아이콘, 이대로 좋을까요 아니면 다른 그림으로 바꿔야 할까요? 혹은 클라우드 노트 서비스 ‘에버노트’처럼 저장하기 아이콘이 아예 사라질 지도 모를 일입니다.

저장하기를 의미하는 아이콘, 어떤 것이 가장 어울릴까요. 그냥 바꾸지 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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