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법률 서비스 '리걸테크'

조회수 2019. 12. 5. 08:1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AI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법률서비스를 지향하는 스타트업과 산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2019년 8월 한국에서 열린 '알파로 경진대회(Alpha Law Competition)'에서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리걸 AI와 변호사 혼합팀과 변호사만으로 구성된 팀이 제한 시간 내에 근로계약서의 문제를 찾는 대결이었다. 예상대로 승리는 리걸 AI팀에게 돌아갔다. 승부를 가른 것은 역시 문제를 읽고 분석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인간 변호사는 문제를 읽는 데만 몇 분이 걸렸고 이를 분석하는 데 20~30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러나 AI는 계약서 내용을 넣고 7초 만에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 이벤트를 계기로 이제 AI의 활용 범위가 법률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제 본격적으로 리걸테크(LegalTech) 시대가 열릴 것을 예상하고 있다.


리걸테크란 리걸(Legal)과 기술인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결합된 말로, 본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 및 소프트웨어를 일컫는 용어였으나, 최근 들어 AI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법률서비스를 지향하는 스타트업과 산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의미하고 있다.


리걸테크 산업은 2010년 전후로 형성된 신산업으로 정확한 시장 규모가 계산되고 있지는 않지만, 리걸테크 스타트업 투자액이 2011년 9,140만 달러에서 2015년 2억 9,200만 달러로 4년간 3배로 확대된 것처럼 지속적으로 성장세에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전자청구, 법률사무관리 등 법률서비스 소프트웨어 시장은 2015년 기준으로 38억 2,800만 달러에서 2019년 57억 6,3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영미권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고, 법률 관련 서비스 시장도 다양화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2010년 전후로 스탠포드대학교의 '코드엑스(CodeX)' 프로젝트 가동 등을 계기로 시장 성장이 본격화되었고, 2016년에 미국에만 1,100여 개의 리걸테크 기업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에 리걸테크 기업들은 판례 수집, 문서 분석 등 빅데이터 처리 기술 개발에 집중되었으나 최근에는 자동화된 서류 작성, 법률자문 시스템 등의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 독일 부세리우스 로스쿨이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리걸테크 시장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는 디지털화를 도와주는 기술이다. 종이 문서로 존재하단 데이터를 디저털화해주거나, 서로 다른 시스템 속에 저장된 데이터를 통합해주거나, 클라우드 저장매체에 설치해주는 기술들이다. 민간한 정보를 많이 다루는 업계 특성상 보안 시스템 기술도 포함된다. 이러한 기술들은 변호사 사무실이 리걸테크 기업으로 변화하기 전에 필요한 최소 인프라를 구성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지원 기술이다. 이 기술은 법조계 좆ㅇ사자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준다. 변호사, 검사 등에게 필요한 특정 기능을 따로 만들어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뢰인 사건 혹은 판계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클릭 몇 번만으로 검색과 분류 저장을 한 눈에 보게 만드는 기술이다. 로펌 회사에 맞춤화된 고객 관리 시스템, 경영 업무 보조 기술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셋째는 실제 변호사를 도와주는 기술이다. 여기에 반복 업무를 알아서 자동화해주거나 계약서 구조나 초고 작성을 대신해주는 기술이다. 방대한 판결 정보를 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알아서 도출해내는 기술도 포함된다. 이 기술이 더 고도화되면 앞으로 변호사가 하는 일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주디카타

리걸테크 기업은 주로 미국, 영국, 독일에 주로 포진되어 있으며, 온라인 사업으로 각종 변호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격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여 고객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선 검색 서비스 분야의 대표적인 리걸테크 기업으로 미국의 스타트업 '주디카타(Judicata)'를 꼽을 수 있다. 스탠포드대학교 로스쿨의 리걸테크 산업 관련 프로젝트가 배출한 기업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 조건을 입력하면 방대한 법률 및 판례 DB 등 법조 기록 자료를 추출해 문서 형태로 제공해주고 있다. 검색 시 다양한 조건을 설정해 판사의 특성까지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환경오염 분쟁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사건'이라고 검색하면 환경오염, 분쟁, 손해배상책임 등의 세부적 사항들을 중심으로 관련된 법령, 판례, 논문 등을 단시간 내에 제공할 수 있다. 현재 주디카타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판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미법 계열의 국가에서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나서고 있다.

출처: 노스포인트

다음으로 분석 분야의 대표적인 리걸테크 기업으로 미국 기업 '노스포인트'가 AI 기술로 개발한 '컴파스(Compass)'를 꼽을 수 있다. 법률 분석 시스템은 사건을 분석하고 판결을 미리 예측해 의사결정의 판단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컴파스는 법정에서 폭력 사범인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을 분석하는 AI이다. 실제로 2013년 미국 대법원은 한 피고인의 항소에 컴파스가 제공한 분석이 기반하여 '검사가 중형을 구형한 것이 부당하다는 피고인의 항소에 대해 컴퍼사의 보고서는 가치가 있는 정보를 제공했으며, 인공지능을 근거로 한 선고 역시 타당하다'고 판시함으로써 법률 영역에서의 AI의 활용 가능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2019년 9월 대한민국 대법원에서도 판결문 작성 때 AI 활용방안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보도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적용된다면 전문 법조인이나 기업 내 법무팀의 업무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리걸줌

다음으로 법률 관련 서류 작성을 AI가 대신하는 기술인 '작성 분야'를 살펴볼 수 있다. 대표적인 리걸테크 기업으로는 법률 자문사인 '리걸줌'을 꼽을 수 있다. 리걸줌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월 평균 최고 69달러에서 최대 400달러만 지불하면 고객에게 맞는 변호사를 선정하고 선임하는 과정까지 지원하고 있다. 특히 유언장 작성, 상속재산 신탁, 저작권 및 상표권 관련 등록 등의 법률서식 작성을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제공한다. 미국의 평균 변호사 선임 비용이 1시간당 200~520달러(2017년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한 달에 한 건만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비용이 70~80%가 절감되는 셈이다. 변호사를 따로 둘 여력이 없는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주요 고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서비스를 통해 법무 관련 비용절감을 할 수 있으며 그 활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총 4차례 투자를 받았으며 총 투자금은 8억1,100만 달러(약 9000억원)나 된다.


리걸줌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의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들도 있다. 국내 스타트업인 '로아팩토리'의 이영준 대표는 처음에 변호사 검색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지만, 사생활보호법으로 인해 변호사 정보 공유를 할 수 없었다. 이 대표는 이후 '모두싸인'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계약서를 온라인으로 서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변호사 고용, 직접 대면, 물리적 서명 등이 필요 없다. 또 전자 계약은 안전하게 보관된다. 현재 모두싸인은 약 12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으며, 기업 회원 중에는 카카오 같은 IT 회사나 한국전력 같은 공기업도 있다. 회사의 매출은 매월 5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 말 쯤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국 정부도 법조계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 초 법제처는 법에 능통한 인공지능 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또한 인공지능 발전에 필수인 법령·판례 등의 법령 정보를 토대로 지식 베이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출처: 두낫페이

마지막으로 법률 상담서비스와 관련해 AI를 이용한 챗봇으로 법률 시장의 문턱을 낮추고 있는 영국의 '두낫페이'를 꼽을 수 있다. 두낫페이는 스탠포드대학교 조슈아 브로우더가 개발한 AI 채팅봇으로 행정기관의 부당한 과태료나 수수료에 대한 취소 청구 또는 기업에 대한 보상 요구 등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개발자 브로우더는 자신이 30회 이상 주차위반 과태료를 부과받자 이에 대해 행정기관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터득한 법률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두낫페이를 개발했다. 행정기관의 과태료 부과 등이 실제로 철회되는 것을 관철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발표된바 있어 그 활용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리걸테크는 AI, 빅데이터 등의 ICT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한 스타트업 및 관련 투자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2019년 기준 미국 내 리걸테크 기업이 여전히 천 여개가 넘고 향후 법률분야에서도 AI 등 ICT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AI 기술의 고도화로 신사업 분야인 리걸테크 산업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