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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지 아나운서가 말하는 미라클모닝 실천기!

조회수 2021. 4. 29. 17: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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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미라클모닝, 그 후

겉에서 보면 삶이 정상궤도로 보일지라도, 내 안은 끝없이 표류하고 있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걸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퇴사 후 늦잠이 아닌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며 나를 되찾아간 이야기다.  

출처: 매일 새벽 인증 사진을 찍어뒀다.

혼돈과 평온의 시기가 무한히 교차되는 삶 속에서 최근 2년간 겪은 혼돈의 시기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일, 가정, 대인관계 모든 게 뒤죽박죽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지켜내야 하는 것과 잃어감을 인정하고 익숙해져야 하는 것을 동시에 겪어내는 일은 참으로 가혹했다. ‘육아’와 ‘일’에 관한 이야기다. 출산 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이를 잘 지켜낼 수 있을까 싶어 겁이 났다. 어렵게 잠이 들면 악몽을 꿨다. 보통 아이와 관련된 악몽이었다. 두려움은 날로 늘고 잠을 이루기는 더 어려워졌다. 서서히 우울이라는 감정을 맛보기 시작했다. 잠이 많아 고생하던 시절이 그리웠다.

어찌어찌 시간은 갔고 1년이 지나 복직했다. 내 자리로 돌아갔으나 내 일은 없었다. 방송은 복직했다고 바로 주어지는 서류와 같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에 투입됐으나 이번엔 내가 문제였다. 머리와 마음과 입이 따로 놀고 있었다. 라디오부스에 들어가 마이크 앞에 앉으면, 세상 무서울 게 없던 이전과 달리 모든 말이 조심스러웠다. ‘내 말이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끝이 없었다. 

출처: 미라클 모닝에서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한 루틴, 책 읽기

결국 회사를 놔버렸다. 방송국에 그만두겠다고 말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8년의 방송 생활을 정리했다. 딱 한 달만 아무 생각 없이 쉬기로 했다. 한 달이 지나고 퇴사 5주 차를 맞이하는 날부터 새벽 3시에 일어났다. 그땐 미라클 모닝을 알지 못했다. 그저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무라카미 하루키 등 유명 작가들이 아침에 규칙적으로 글을 썼다는 사실에 늘 존경하는 마음이 있어서 따라 일찍 일어나 글을 써볼 요량이었다. 아침 일찍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글을 써내려가는 작가를 동경했다. 할 일도 없으니 이 기회에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출산 후 깊이 자본 날을 손에 꼽아야 하기에 억지로 잠을 자려고 애쓰기보다 그냥 박차고 일어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출처: 나의 깊은 고민과 생각을 토닥여준 합격통지서

아침에 일어나면 가족이 깰까 싶어 까치발로 최대한 조심히 움직였다. 이 닦고 세수하고 미지근한 물 한 컵을 벌컥벌컥 마시고 내 자리로 가 앉았다. 내 방은 없었다. 아이 장난감이 꽉 들어찬 놀이방 안에 책상 하나를 욱여넣었다. 온전히 내게 주어진 네 시간 동안 내가 한 행위는 읽는다, 쓴다, 또 읽는다, 또 쓴다, 읽고 쓰기의 단순 반복이었다. 하지만 그 행위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았다.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서 있다가 진정한 나를 찾아 걷고 또 걸으며 안전한 중심지로 이동하는 듯했다. 점차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단단해지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고작 두 달 만이었다. 한 대학의 문예창작과에 합격했다. 괜히 ‘미라클’ 모닝이 아닌 듯하다. 나의 첫 번째 미라클 모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입학하면 끊임없이 읽고 쓸 테니 새벽엔 푹 자기로 했다. 꽤 맛있는 잠을 자기 시작했다. 19학번 새내기 생활을 꿈꾸며…. 그런데 입학을 앞두고 회사로 돌아갔다.

출처: 미라클 모닝 동안 남긴 유튜브 영상 중 하나(조회 수가 나를 슬프게 한다.)

아직도 회사로 돌아간 이유를 한 줄로 명확하게 정리할 수 없다. 모든 상황과 생각의 흐름이 나를 돌아가게 했다. 현실적으로 회사로 돌아갈 수 있었던 건 상사의 혜안 덕이었다. 쉼이 필요한 시기고 쉬고 나면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나를 퇴직이 아닌 휴직으로 처리해두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스튜디오로 돌아가 마이크 앞에 앉고 싶었고, 지금 나는 혜안을 발휘한 그 상사와 동료들에게 진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기쁘게 일에 임하고 있다.


돌아갈 즈음 스멀스멀 걱정이 올라왔다. ‘이전과 같은 실수를 범하고 싶지 않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내게 돌리며 자괴감과 무력감에 빠지는 건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두 번째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기, 샤워하기, 책 읽기, 신문 읽기, 신문 내용 정리하기, 정리한 내용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도 나만의 시간을 루틴을 정해 보내는 것, 나를 잃지 않고, 행복을 잃지 않고, 방송에 대한 감을 잃지 않는 방법이었다.  

두 번째 미라클 모닝은 두 달 만에 막을 내렸다. 복직 후 잠이 늘어 도저히 아침에 일어날 수 없었다. 내게 미라클 모닝의 시작은 내 세계의 가장자리에서 불안한 자세로 서 있음을 의미했고, 미라클 모닝의 끝은 내 줏대가 조금 더 단단해졌다는 것, 그로 인해 삶의 안정권에 들어섰음을 알려주었다. 앞으로 몇 번의 미라클 모닝을 더 행할지 그리고 얼마나 값진 답을 얻을지 기대하고 있다.

글, 사진. 김혜지

전문은 빅이슈 249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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