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주의※ 애교쟁이 강아지와 '개냥이'의 일상!
지난 2014년, 강아지 백호의 하루하루를 짧은 일기처럼 기록했던 ‘이웃집의 백호’라는 트위터 계정은 이제 44만여 명에 이르는 랜선 누나, 형들과 함께하고 있다. 두 반려동물은 ‘백호랑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백호랑이의 ‘누나’ 승연 씨는 이런 관심과 사랑이 ‘기적 같은 일’이라고 반복해서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돌보고 애정을 기울이는 보호자일 뿐 아니라, 어쩌면 그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얻으며 다시 만난 세계에서 살아가는, 백호랑이의 ‘반려적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누나를 비롯해 초면인 사람들에게까지 관심받길 원하는 본투비 스타 백호와 그런 백호의 동생으로 살아가는 발랄한 이 집의 막내아들 호랑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인터뷰는 보호자 강승연 씨와 진행했지만, 백호의 애교 어린 방해 공작과 더불어 호랑이가 백호와 뒹굴며 다투는 시간은, 사람의 언어로 담을 수 없지만 그 자체로 인터뷰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승연 씨의 말마따나 “주인공은 백호랑이니까요”.
오래전 반려견을 떠나보낸 후, 추억거리가 없다는 걸 깨닫고 SNS를 시작하셨잖아요. 지금은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고 있어요. ‘이웃집의 백호’ 계정 운영이 가져다준 깨달음이 있다면요?
저한텐 백호가 가장 예쁜 강아지고, 호랑이가 제일 예쁜 고양이잖아요.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는 게 참 신기해요. 이젠 백호 이야기를 기다리는 분이 많아졌잖아요. “백호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하다.”라고 하시는데, 전 그게 기적 같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들이 없었다면, 기록하는 걸 그만뒀을 것 같아요.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개냥이’ 스타일의 호랑이, 상대적으로 승연 씨와 오랜 시간 함께한 백호의 가장 큰 공통점과 차이점은 뭔가요?
두 아이 모두 사람을 좋아해요. 제 친구들이 다 고양이를 키우는데, 놀러 가도 고양이들 얼굴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호랑이는 사람 무릎에도 앉아요. 예뻐해달라고 머리도 들이밀고요. 그 모습이 백호 같다고 생각했어요. 백호가 처음엔 호랑이를 ‘얜 뭐지?’ 식으로 대했거든요.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요. 그러다 시간이 가면서 ‘나랑 사는 애구나, 안 가는구나.’(웃음) 하고 깨달은 것 같아요. 호랑이는 양치질이나 귀 청소를 할 때 백호를 보고 배워서. 도망가거나 할퀴지 않아요.
유튜브를 통해 많은 정보를 알리고, 팬들이 많아지니 책임감도 느끼실 것 같습니다.
백호를 보고 웰시코기가 귀여워서 데려왔는데, 별로라 파양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본인 집에 특정 품종의 고양이가 있는데, 호랑이 같은 코리안쇼트헤어는 밖에서도 살 수 있으니 자기 집 고양이를 데려가라는 경우도 있었고요. 사람들이 잔인하다고 생각했죠. 저는 호랑이와 가족이 되고 싶어 데려왔을 뿐이거든요. 호랑이 엄마에게 분유 같은 걸 후원하다 보니 입양을 가지 못하는 호랑이에게 마음이 간 거고요. 사실 유튜브 콘텐츠에 특정 품종 개나 고양이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 역시 특정 품종 개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백호가 받은 사랑을 더 많은 동물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저는 유튜브에서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아요. 백호랑이가 주인공이지 제가 아니니까요. 제가 유튜브를 늦게 시작한 게 동물을 이용해 인위적이고 설정한 모습을 담는 게 싫었기 때문이에요. 동물을 이용한 챌린지 같은 거요. 왜 그렇게까지 해서 카메라를 들이밀어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져요.
새끼들의 모습이 많이 재생산되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이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인스타그램에도 저는 백호의 어릴 적 모습을 거의 안 올렸는데, 많이 궁금해하셔서 얼마 전에야 유튜브에 한 번 올렸어요. 키우는 사람에겐 정이 쌓이고 교감하는 지금의 모습이 가장 예쁘거든요. 저한테도 아이들이 어릴 때 너무 귀엽지 않으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전 굳이 어릴 때 사진을 보면서 ‘이때 참 예뻤지!’ 하진 않거든요. 저는 백호와 호랑이의 지금이 제일 예뻐요. 내일이면 내일의 백호랑이 모습이 제일 예쁠 거고요.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를 위한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후원을 어려워하는 분이 많으세요. 그분들을 위해 호랑이를 캐릭터로 한 MD 상품을 판매하게 되었고요. 제작비, 인건비를 빼고 모든 수익금으로 유기동물 보호소에 필요한 물품 등을 구매해 기부하거든요. 유기동물들이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잠깐 머무르는 곳인데, 보호소에서 지낸 기억이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나눔과 기부가 승연 씨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집안 형편이 무척 어려울 때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거든요.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여러 고객을 만났는데,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이번에 본인이 후원한 아이가 대학에 갔다고요. 무척 기뻐하고 행복해하셨어요. 마음의 여유라는 건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죠. 그때부터 지금은 어렵지만 생활에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반드시 수익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어요. 백호 덕분에 뜻하지 않은 수입이 생겼는데, 지난해엔 그 기부액이 1억 원이 넘었어요. 나누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됐죠.
그러다 보니 삶이 엄청 바뀌었어요. 조금 비싸더라도 수익금이 기부되는 상품을 사는 게 좋고요. 세상을 이전과 다른 눈으로 보게 된 것 같아요. 기부가 좀 중독적이더라고요.(웃음) 저는 아주 기쁜 일이 있거나, 아주 슬픈 일이 있으면 기부해요. 기분 때문에 뭘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처럼 기부를 하게 되더라고요. 친구들끼리도 “모인 돈으로 기부 한번 할까?” 하고 얘기하는 게 당연해졌어요.
올해 백호랑이와 함께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팬데믹 상황이 해제되면 백호 데리고 산책회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백호가 뛰어놀 수 있도록 잔디밭을 만드는 중이거든요. 올해 완성하고 싶어요. 사람 많은 곳에서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백호를 위해 아무 걱정 없이 나가서 놀고 산책하는 때가 어서 오면 좋겠어요. 창밖 보길 즐기는 호랑이를 위해서는 또 다른 캣타워를 놓을 예정이에요. 호랑이가 보는 세상이 넓어지길 바라요.
글. 황소연
사진. 김슬기
전문은 249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