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야~호! 는 어떻게 다시 유행어가 됐을까?

조회수 2021. 3. 17. 17: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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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통해 다시 주목받는 지난 방송들

이미 지나간 방송 장면들이 세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어필하는 ‘밈’과 ‘짤’이 되고 있다. 단어 하나만 들어도 “아, 그거!” 하고 누구나 쉽게 알게 되는 과거 예능 프로와 드라마 속 신조어 아닌 신조어들은 기억에서 잊혀가던 작품들을 소환해 다시 인기를 모은다. 재방송을 찾아서 봐야 하는 수고를 불사해야 함에도 자막 덕분에 역주행하는 콘텐츠들은 여전히 많은 팬을 모으고 있다.

‘무야호’는 10년 전, MBC 예능 프로 '무한도전'에 등장했던 대사, 아니 ‘반응’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무한도전 멤버들이 요리를 하는 ‘식객 특집’을 진행하던 도중, 유재석은 “알래스카에 살고 계신 김상덕 씨가 떠오르는 맛.”이라고 한 음식을 품평했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이 말이 ‘알래스카 특집’의 씨앗이 됐다. 멤버들은 알래스카에 가서 무작정 김상덕 씨를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노홍철은 어느 한국 교민에게 “무한~”을 선창하며 '무한도전' 오프닝 액션을 유도한다. “무한도전을 자주 시청하고 있다”는 할아버지의 말을 확인하기 위한 장난스러운 뉘앙스였다. 이에 할아버지는 산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듯 “무야~호!”라고 화답했다. 먼 길을 온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싶은, 최선을 다해 호응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 외마디 탄성은 최근 SNS와 마케팅 문구에 자주 등장해 사실상 밈이 되었다.

‘무야호’뿐 아니라 ‘형이 왜 거기서 나와?’('무한도전' ‘유혹의 거인’ 특집) 같은 자막은 광고 문구나 또 다른 예능 프로의 자막으로 활용된다. 편집 과정에서 만들어진 해골 CG나 특유의 자막은 방영 당시에도 크게 유행했지만, MBC의 유튜브 채널 ‘오분순삭’ 같은 클립형 콘텐츠의 흐름을 타며 ‘국민 예능’의 저력을 다시 과시하는 중이다. 폭소를 유발하는 ‘엑기스’ 장면들은 밈의 소스를 제공한다. 

정극에까지 진출한 ‘예능형 자막’

장르 특성상 자막이나 CG가 많을 수밖에 없는 예능 프로뿐 아니라 과거에 방영한 드라마 역시 자막을 통해 역주행의 흐름을 타는 경우가 있다. KBS에서 운영하는 ‘Kemi TV’에서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 자막을 입혀 새로운 콘텐츠로 업로드해 인기를 끌었다. 같은 방송사의 '포도밭 그 사나이'나 SBS '하늘이시여' 등 방영한 지 시간이 오래 지난 드라마들도 마찬가지다. ‘휙’, ‘띵동’, ‘퍽’ 같은 각종 효과음까지 입히면 슬픈 정서가 중심이었던 정극에 코미디가 섞인다. 당시에는 2030세대, 중·장년층 등 특정 연령층을 타깃으로 내세웠던 콘텐츠가 유튜브를 통과하며 폭넓은 이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특히 '하늘이시여' 클립형 콘텐츠 시청자들은 ‘편집 센스 덕분에 일부러 찾아보게 된다.’고 댓글을 통해 극찬하기도 한다.

예능이 된 과거의 어떤 것

‘TV 시청’과 ‘유튜브 시청’이 사람들의 여가를 비등하게, 혹은 후자가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게 된 지금, 방대한 양의 영상 자료는 오히려 지상파의 장점이 되었다. KBS 교양국은 지난해 10월 초, 가수 나훈아와 아나운서 이상벽이 함께 출연한 '밤으로 가는 쇼'의 일부를 편집해 채널에 업로드했다. 1992년 12월 7일에 방송된 분량이다. 추석 연휴에 나훈아의 콘서트 '대한민국 어게인'이 방영된 뒤 업로드된 콘텐츠였다. 나훈아가 네온사인이 있는 무대에서 ‘무시로’를 라이브로 부르는 영상, 동갑내기 친구인 나훈아와 이상벽이 티격태격하며 쇼를 진행하는 모습은 PD의 자막 해설과 적절한 편집으로 즐길 만한 볼거리가 됐다.

'무한도전' 해당 회차의 존재보다 ‘무야호’를 먼저 알게 됐을지 모르는 세대의 귀에도, 여러 유튜브 콘텐츠나 예능 프로에 자주 등장하는 KBS 'TV 쇼 진품 명품'의 효과음은 익숙할 것이다. 자막, 음악, 출연진의 표정 등 방송의 작은 조각들은 다시 방송에 반영된다. ‘무야호’ 밈이 이 리액션에 푹 빠진 이들에 의해 뼈와 살이 덧붙여져 더 긴 영상으로, 새로운 음악으로도 발전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막과 CG가 다시 빛을 보게 해줄 또 다른 장면이 기다려진다. 준말이나 각종 ‘드립’에 어원이 있듯, 어떤 밈의 ‘유래’는 이미 오래전 방송된 화면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사진.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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