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하루 '63빌딩 4개 높이'의 비닐장갑이 버려졌다

조회수 2021. 2. 20. 13: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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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쓰레기 문제는 연일 보도되고 있다. 2018년 폐비닐 수거 대란 이후 쓰레기도 자원이라며 시장 논리에 맡겨 처리되었던 쓰레기의 문제들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한 번 쓰고 버린 일회용품의 급증, 시장에 맡겨진 수거 선별의 문제들, 매립, 소각 등 처리 시설의 사회적 갈등, 해안가에 방치된 쓰레기들, 버려진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야생동물의 모습이 쉴 새 없이 드러나고 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마스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전 국민이 일회용 마스크를 쓰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로 인해 폐마스크가 증가했고,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바다와 새들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로 나타나기도 했다.

2020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관위는 투표자들에게 비닐장갑을 배부해 투표하도록 했다. 이날 사용된 비닐장갑 5,800만 장을 쌓으면, 63빌딩 4개 정도의 높이가 될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이날 사용된 비닐장갑 5,800만 장을 쌓으면, 63빌딩 4개 정도의 높이가 될 정도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 비대면 일상이 늘면서 시민들은 다중 이용시설 이용을 꺼렸고, 온라인 쇼핑이 급증했다. 일상 물품뿐 아니라 식재료까지 배달 주문이 늘면서 스티로폼, 아이스팩의 사용이 늘었다. 

연간 아이스팩의 사용량은 3억 개에 이르며, 대부분 재사용되지 않고 버려진다. 일회용 마스크, 일회용 비닐장갑, 일회용 컵, 일회용 택배 상자, 일회용 배달 용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으로 뒤덮이고 있다.

 

택배, 배달 용기 얼마나 늘어났을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카페, 음식점의 영업이 제한되어 실제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량은 줄었다고 예상한다. 카페 이용도가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동 제약으로 인해 온라인 소비가 늘었고, 배달 음식과 택배 서비스의 이용이 급격히 늘었다. 이동 제한을 받으니 어쩔 수 없이 포장, 배달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연일 뉴스가 쏟아진다. ‘배달 주문 폭주’, ‘일회용품 중독된 배달 왕국’, ‘음식 배달 거래액 84% 늘었다’, ‘코로나로 일상 된 배달’, ‘배달시키니 플라스틱 한가득… 쓰레기의 습격’.

2020년 10월 녹색연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조 6,73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587억 원(2020년 8월 기준)이 증가했다. 증가율이 83%에 이르는데, 상품군별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음식 서비스가 증감률이 가장 높다.(통계 자료에서 음식 서비스는 온라인 주문 후 조리되어 배달되는 음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음식 서비스 거래액으로 환산한 결과, 배달 음식 주문량은 하루 270만 건에 이르며, 플라스틱 배달 용기 쓰레기가 최소 하루에 830만 개 발생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최소 주문금액 2만 원 적용, 주문 시 최소 3개 용기 발생)

문제는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이 늘어날수록 쓰레기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일회용품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가

질병청이 밝힌 코로나19의 전염 경로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며 호흡기 비말이 호흡기에 직접 닿거나 비말이 묻은 손 또는 물건을 만진 뒤 눈, 코, 입을 만질 때이다. 코로나19 감염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므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것이고, 호흡기에 닿은 손을 통해 전파될 수 있기에 손 씻기를 자주 하라는 지침이 감염 대책의 핵심이다. 

더욱이 최근 5인 이상 집합금지나 영업 제한은 밀폐되고 밀집된 환경에서 다수의 사람으로 전파를 막기 위한 방법이다.

질병청 홈페이지에서는 ‘바이러스가 있는 음식의 포장 용기 표면이나 물체를 만진 후 자신의 입, 코 또는 눈을 만지면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지만, 물체의 표면에서 이러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생존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식품이나 포장 용기를 통해 확산될 위험은 매우 낮습니다.’라고 안내되어 있다.

식품 용기나 포장 용기로 인한 확산 위험이 낮음에도 일회용 용기를 선호하는 것은 용기에 접촉한 손으로 인한 감염을 우려한 것일까.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더 안전하다면 식당 등에서 이용하는 많은 용기가 일회용 용기가 되어야 하는데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식당은 거의 없지 않은가. 그동안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해왔던 익숙함, 편리함의 문화의 영향인지는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마주한 기후위기 그리고 쓰레기 대란

최근 전 세계에 유례없는 폭설, 장마, 산불 등이 빈번해지면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더욱 체감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수십 일간 이어진 장마를 두고 시민들은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고 기후위기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기상청은 ‘2020년을 따뜻한 겨울, 역대 최장 장마와 집중호우, 많은 태풍 등 기후변화가 이상기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한 해였고, 전 세계가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화석연료로 만들어진다. 플라스틱 사용이 늘면서 더 많은 화석연료가 사용될 뿐 아니라 폐플라스틱 처리에도 자원과 에너지가 소비된다. 대량생산, 대량 소비가 남긴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는 플라스틱 오염에 처해 각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기 시작했고, 일회용품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늘어난 쓰레기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해 산처럼 쌓여 방치되고, 쓰레기의 최종 처리를 위한 매립지, 소각장의 입지 갈등 문제는 점점 더 많은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의 시대에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고 일상에서는 쓰레기에 뒤덮여 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탈플라스틱의 삶 가능할까

우리는 삶의 전환의 기로에 놓여 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례없는 일상을 경험했다. 정치, 경제, 교육, 복지 분야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그러하다. 근무 형태의 변화, 영업 금지 조치, 온라인 교육 등 방역을 위한 과감한 정책 결정으로 초유의 경험을 하고 있다. 우리는 알고 있다. 플라스틱의 편리함으로 플라스틱 사회가 되었듯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한 번 쓰고 버리는 사회에 익숙해진 우리의 습관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쓰레기 문제는 처리의 문제가 아니다. 발생부터 줄여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을 최우선해야 한다. 

기업들은 생산·유통·판매 등 제품이 만들어지고 유통된 후 폐기처리 될 때까지의 전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고려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대량생산, 대량 소비 시스템을 유지하는 삶의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익숙한 일상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쓰레기 대란을 반복해서 경험할지 모른다. 

쓰레기 대란에 그치지 않고 급변하는 기후위기로 인한 영향을 피하지 못할지 모른다. 당장 코로나19 확산은 막아도 또 다른 코로나19의 확산은 막지 못할지 모른다.

코로나19와 함께 보낸 1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을까. 2021년 4월, 보궐선거가 진행된다. 이번 선거에서도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해야 할까?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은 과연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것일까?

플라스틱 문제를 들여다볼수록 답은 더 명확해진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려면 플라스틱 문명이라 할 만큼 익숙한 플라스틱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글/ 녹색연합(허승은), 사진출처: Unsplsah

출처: http://www.bigissue2.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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