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 "어떤 자리서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

조회수 2021. 1. 23. 14: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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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배우 유다인·오정세 인터뷰

7년간 열심히 일했던 ‘정은’(유다인)은 하청업체 현장직으로 갑자기 밀려난다. 회사는 1년만 버티면 본사로 복귀시켜준다 했지만 송전탑 수리 업무에 적응하라는 건 알아서 눈치껏 제 발로 나가라는 뜻이다. 정은은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며 악을 쓰며 송전탑에 대해 공부하고 끼워주지 않는 남자들 무리를 비집고 들어간다. ‘막내’(오정세)는 저 여자가 왜 저러나 싶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매몰차게 지나치진 못한다. 


오정세는 노동자들의 연대를 보여주는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를 빌어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걸맞는 보상이 이뤄지는 세상’을 기대하고, 유다인 역시 ‘내가 힘이 될 수 있다면 뭐라도 하고 싶다’고 다짐하며 연기에 임했다.  

Q.

영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여성과 하청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A.

유다인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가 KTX 승무원의 전원 복직 판결이 났다는 뉴스가 전해진 시점이었어요. 승무원들이 10년 넘는 시간 동안 어떻게 싸워왔는지 알게 됐고, 그걸 봐서 그런지 이 영화도 단순히 이야기로 보이지 않더라고요. 배우로서 이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정세 네, 다인 씨가 그렇게 한다고 하기에 저도 동참하고 싶었어요. 제 주변에 막내 같은 친구들이 많거든요. 되게 성실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요. 그런데 들이는 노력에 비해 대우라든지 뭐가 좀 부족해서 항상 아쉬워요. 제가 이 작품을 하면 그들에게 작은 응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우리 주변의 그런 좋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더 가져야 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서 하게 됐어요. 

Q.

정은은 하청업체로 쫓겨온 게 이해되지 않아 억울하고, 그래서 처음부터 눈빛이 아주 심각하잖아요. 캐릭터를 어떻게 파악했나요.

A.

유다인 정은이가 원래 다니던 회사에서 우수 사원이었잖아요. 굉장히 열심히 했을 것 같은데 이것저것 다 안 되고 인정받지 못한 채 쫓겨났잖아요. 나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막내는 스리 잡을 뛰는 인물이에요. 낮엔 송전탑을 수리하고 저녁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엔 대리운전도 해요. 막내에게 어떤 감정으로 접근했나요. 

A.

오정세 여러 가지 중 가장 핵심은 아까 얘기한 정서였어요. 어떤 사람이든, 어떤 위치, 어떤 장소에 있든 그 안에서 막내는 자기가 맡은 일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아닐까? 이 시간, 이 장소에서 막내는 뭘 할까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그 정서만 표현하고 다른 건 최대한 굳이 표현하려 하지 않았어요. 

Q.

지난해에 지적장애인 첼리스트 배범준 씨와 놀이공원에서 같이 시간을 보낸 일화가 알려졌어요. 어떤 마음으로 그 제안을 수락했는지 궁금해요.

A.

오정세 그 만남은 그 친구가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상태’를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보고 “나, 저 친구 만나야 돼. 저 친구 안아주고 싶어.”라고 해서 시작된 거였어요. 해야겠다, 하지 말아야겠다 고민하고 선택할 문제가 아니었어요. 만나서 하루 동안 같이 지내하면서 그 친구도 많이 얻었겠지만 저도 많이 얻었어요. 그 친구에게 위로받고 응원받았고 또 작품에서 상태에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됐어요.

상태라는 인물을 그릴 때 범준 씨 말고 다른 친구들도 만났어요. 발달장애를 가진 남매를 만나서 같이 밥 먹고 미술관에도 놀러 가면서 그 친구들의 행동과 표정을 관찰했죠. 그렇지만 이런 표면적인 것은 한 5%에 불과했고, 나머지 90% 이상은 정서적인 부분을 배웠어요. 한번은 장애인 친구랑 비장애인 친구랑 둘이 같이 횡단보도에 나란히 서 있는 걸 봤는데 그 뒷모습 투 샷이 무척 뭉클했어요. 이 친구가 저 친구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고, 저 친구는 이 친구를 깊이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느껴졌거든요. 손을 잡고 기대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서 있는데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배우로서 그런 투 샷을 만들 때 연기적으로는 이렇게 해야 하나, 저렇게 해야 하나 모르잖아요. 상태로서 이런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 만남 후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정서가 풍성해졌고 도움이 많이 됐죠. 



Q.

표현을 안 하려고 했다는 점이 특이해요. 이유가 뭔가요.

A.

오정세 배우에게는 (표현이) 숙제예요. 보통 슬픈 장면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관객이 슬프게 받아들일지 고민하잖아요. 그거 말고, 이렇게 표현할까 저렇게 표현할까 그렇게 말고, 그냥 제가 슬픈 게 정답이기도 해요. 가만히 있더라도, 혹은 웃더라도 제가 슬픈 게 정답인 것 같아요. 막내의 감정을 굳이 제가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는 데 중점을 뒀어요. 상업 영화나 코미디 영화라면 이런 방식은 충돌할 수 있지만, 이 영화의 막내라는 인물은 배우도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Q.

극 중 정은은 송전탑을 굉장히 무서워하는 반면 막내는 송전탑을 지켜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서 무섭지 않다고 해요. 배우로서 연기하면서도 무서운 순간이 많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나요. 

A.

오정세 어떤 순간이 두려운가 하면요. 저는 연기하는 매 순간이 두려워요. 많은 배우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첫 오디션, 첫 미팅, 첫 리딩, 첫 촬영 등 매 순간이 작은 요소들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그냥 앞으로 걸어 나가야지 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도 있고요. 


유다인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작품 할 때마다 무섭고 그냥 안 하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막 커지기도 해요. 그래서 같이 일하는 분들이랑 의견이 맞지 않기도 하고, 제가 너무 움츠러들 때도 많아서 지금도 극복하는 중인 것 같아요. 

인터뷰 전문은 빅이슈 243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사진. 김영배 

스타일리스트. 홍은화 

헤어. 박내주(빗앤붓) 

메이크업. 수지(빗앤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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