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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멍때리는 게 요즘 트렌드?

조회수 2021. 1. 17.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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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집콕을 부탁해

가만히 있을 시간이 필요한 당신을 목적도 성과도 필요 없는 ‘멍’의 세계로 초대한다. 흥미롭고 신나는 포인트도 제각각. 결과물이 남는 활동 못지않게 생산적이다. 생각보다 재밌고 따분하지 않다. 시간 ‘순삭’을 위해선 한껏 늘어질 수 있는 멍때리기 콘텐츠도 이젠 필수다.

유튜브 동영상 속 DIY는 크게 해볼 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 백종원의 요리는 해볼 만한 것을 넘어 성취감까지 준다. 철판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과정은 어려워 보이지만 도구만 있으면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다. 범접 불가능한 기술을 뽐내는 성대모사나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를 하나하나 입혀 해리 포터 시리즈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2차 창작물 성격으로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하는 ‘장인’들의 ASMR은 팬들을 열광하게 하고, 새로운 창작물에 영향을 준다.


그 외에 따라 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그렇다고 보고 나서 딱히 남는 정보도 없는 콘텐츠들을 활용할 방법은 없는 걸까.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보면 평생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영상들도 접하게 된다. 강원도의 깊은 산속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이나 세 분의 ‘고양님’을 위해 털을 빗기고 마사지를 해주는 집사의 모습 등이 그렇다. 말없이 감탄하면서 보게 되는 영상이 있다면 멍때릴 시간에 활용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불멍’이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때우는’것이 아니라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시간 ‘때우기’ 말고 ‘즐기기’

느릿느릿한 속도로 진행되지만,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영상 중 하나가 ‘미니어처’ 세상이다. 미니어처 요리 콘텐츠만 해도 김장김치, 라면 두부김치, 늦가을 아침밥상, 게장에 개성주악까지, 아주 구체적인 상황 설정이 현실감 없는 자그마한 미니 소품과 대비되어 더욱 귀여움을 발산한다. 


게임 ‘어몽 어스’의 맵이나 만화 ‘스폰지밥’ 속 공간을 두꺼운 종이로 실사화하고, 콘센트 크기의 방문 속 인형의 공간을 창조한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에선 그들의 자신감과 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미니어처 요리 콘텐츠에서는 세계 각국 크리에이터들이 자국 전통 요리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표정, 그러나 만족스러운

상대적으로 동적인 멍때리기는 어떨까. 손으로 짜주머니를 조금씩 짜서 케이크를 만들고, 버려지기 직전의 커튼으로 새 옷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들은 보통 재생 속도를 열 배 정도로 높여 생동감을 극대화하고, 그에 맞는 빠른 박자의 배경음악을 입힌다. 케이크 30개를 만드는 장면을 6분 안에 볼 수 있다. 물체를 반듯하게 자르거나 맞추는 데에서 오는 만족감과 충족감을 안겨주는 ‘새티스파잉 비디오’(satisfying video) 성격의 콘텐츠를 선호한다면 케이크나 마카롱을 만들거나 음식에 필링을 채워 넣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며 풍족한 멍때리기가 가능할 것이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건 오래된 물건을 고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고장 난 시계나 노트북 수준이 아니다. 녹슨 식칼, 바닷가에서 주운 오일 라이터, 강에서 주운 도끼, 옛날 철도 신호등…. 신은 인간에게 손재주를 고루 분배하는 대신 소수에게 몰아준 듯하다. 이런 건 물건을 구할 수 없으니 따라 하려야 따라 할 수가 없다. 그라인더로 쇠막대를 자르고, 표면의 녹을 약품으로 닦아내고, 거친 부분을 사포로 문질러 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각종 장비가 등장하지만, 그게 뭔지 알아내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래된 붕어빵 기계를 고쳐 직접 붕어빵을 굽는 모습까지 보고 있으면 어느새 온고지신의 교훈까지 깨닫게 된다. 

전문은 빅이슈 243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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