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눈물로 보내줄게..★ '섭종'하는 '포트리스2'

조회수 2020. 12. 2. 19:0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독탱', '포탱', 언젠가 다시 돌아와줘 ㅜㅜ

2020년 12월 31일 정오, ‘포트리스2 레드(이하 포트리스)’가 오픈 21년 만에 사라진다. 게임 제작사 CCR INC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고민 끝에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제한시간 안에 유저들이 번갈아가며 공격을 하는 슈팅 게임인 포트리스는 2001년, 한국 게임사상 최초로 회원 천만 명과 동시 접속자 1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공식홈페이지 발췌) 


지난 9월 25일 이후로는 캐시 충전도 불가능해졌고, 이제는 정말 최선을 다해 게임을 즐겨야 한다. 본체보다 모니터가 컸던 컴퓨터로 친구들과 포트리스를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출처: 포트리스2 공식 이미지

예상은 했지만, 인기 게임을 모아둔 PC방 바탕화면의 탭에선 포트리스를 찾아볼 수 없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게임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하고, 접속하기까지 20분 정도가 소요됐다. 게임 화면이 모니터의 딱 반절 정도에만 출력되는 문제가 발생해서다. 원인을 찾다 보니 시간은 하릴없이 흘렀다. 알고 보니 PC방 컴퓨터의 ‘고사양’에 포트리스2 레드가 적합하지 않은, 말하자면 ‘호환성’이 충돌하는 탓이었다. 게임 설치 런처의 호환성을 ‘윈도우 10’에서 ‘윈도우 7’로 맞추는 등, 우왕좌왕한 뒤에야 게임을 실행할 수 있었다. 

여섯 개의 서버 중 가장 이용자가 많은 곳에 접속했음에도 새로운 방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느렸다. 대기하는 동안 아무도 채팅을 하지 않았다. 전성기 이후 황폐해진 게임이라면 필연적으로 맞이하는 장면일까. 입장이 가능한 방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동안, 서버는 마치 나 혼자 있는 듯 고요했다. 

출처: 포트리스 플레이 화면

오랜만에 게임을 시작한다는 긴장이 해소되니, 포트리스만의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눈에 띄었다. 물탱크의 경우, 게임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캔 음료를 마신다. 포탄과 활 등 공격 무기와 그래픽도 다양하다. 초가집이 있는 한가로운 농촌부터 ‘방사능 비’가 내리는 공장, 구름 사이 자리 잡은 시계탑 등 다양한 맵은 세가(SEGA)사의 비디오게임 시리즈 ‘소닉’을 떠올리게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시간이 흘렀다. 초보자만 느낄 수 있는 묘한 흥분도 잠시, 반복되는 ‘팀킬’과 ‘삽질’로 나는 팀원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못 쏠 수 있냐.”는 비판을 들었다. 느린 플레이로 “모뎀 쓰냐.”는 조롱까지 나오자 “20년 전엔 잘했는데….” 같은 변명으로 양해를 구해야 했다. 초보라서 그렇다는 하소연에, 우리 팀의 누군가 “12월 30일까지 연습하면 된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던졌다. 게임 서비스 종료 하루를 앞두고 ‘고수’가 되면 뿌듯할까? 

출처: 포트리스 플레이 화면

짧은 플레이 시간 중 만난 유저 한 명은, “포트(유저들이 줄임말로 게임을 부르곤 한다)가 사라지면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포트리스 커뮤니티 게시판은 아직 남아 있다. 오류 없이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팁과 함께, 애정이 뒤섞인 글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한 유저의 글은 청춘을 함께한 포트리스에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졌다. “수능이 끝난 후 제일 먼저 찾았던, 휴식이 필요할 때 찾곤 했던 게임입니다. 적은 매출에도 오랫동안 운영해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큰 이변이 없는 이상, 난 초보자로 이 게임을 떠나보내게 된다. 한 달 안에 큰 실력 상승도 어려울 것이고, 무엇보다 함께 게임을 즐길 유저도 극소수다. 다만 서비스 종료가 꼭 게임의 ‘오명’은 아니라고, 클래식 포트리스가 언젠간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그땐 나도 영원한 초보자에서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포트리스 키드의 ‘렙업’은 끝나지 않았다.

출처: 포트리스 플레이 화면

전문은 빅이슈 240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