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찾습니다..만 가족이 뭔가요

조회수 2020. 12. 3.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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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리뷰

아침 일찍 일어나 TV를 틀던 엄마가 가장 자주 보던 프로그램은 '아침마당'이었다. '아침마당'에는 애잔한 사연과 함께 오래전 헤어진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출연했다. 가족과 떨어지게 된 이유는 다양했고 꾸준한 단골손님은 세계 각국에서 어머니의 나라를 찾아온 입양아들이었다. 


사연은 대개 비슷했다. 외국 가정에 입양돼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살다가 ‘날 낳은 사람은 누굴까?’ ‘나에게 다른 형제자매가 있을까?’ 뿌리가 궁금해 한국에 오게 된 것인데, 방송이 사연을 전하는 방식은 “혈육이 얼마나 그리우셨겠어요.”였다.

시간이 지나 입양인을 대할 때 절대 연민이나 시혜적인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는 걸 알고는 출연자들이 프로그램 포맷에 맞추느라 고충이 컸겠다고 짐작했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의 주인공, 조쉬 코헨도 비슷하다. 조쉬는 두 살 때 미국의 유대계 가정에 입양돼 유복하게 살아오던 중 의문에 빠진다. ‘왜 내 얼굴만 다르게 생긴 거지?’ 


스물두 살이 된 조쉬는 생모, 곧 자신의 과거와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나온다. 하지만 생모의 주소는 ‘재개발’ 때문에 무용지물이 됐고 조쉬는 어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찾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따금 조쉬는 궁금해진다. 왜 한국 사람들은 입양됐다고 하면 동정하는 눈빛을 보내는가에 대해. 그래서 입양인을 불쌍하게 그리는 TV 프로그램에는 절대 출연하고 싶지 않지만 생모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찾기 위해 떠밀리듯 나가 “이름은 김승수입니다. 가족을 찾습니다.”라고 입을 연다.

'에어포트 베이비'는 2016년 초연된 창작 뮤지컬로 사회의 화두인 ‘다양성’을 조망하는 유쾌한 감각이 돋보인다. 조쉬가 유대계 미국인으로 자라왔다는 설정부터 미국 음식을 찾아 이태원에 갔다가 우연히 게이바 ‘딜리 댈리’에 들어가 트랜스젠더 딜리아와 샤스타, 크리스를 만나고 도움을 받아 엄마 찾기에 성공하며 대안가족의 유대를 형성한다는 점도 혈연관계와 정상가족을 강요하는 한국 사회에 통쾌함을 선사한다.

뮤지컬 흥행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 드랙 쇼도 등장하며, 다문화 뮤지컬답게 문화 차이로 발생하는 해프닝을 재미있게 표현하기도 한다. 


조쉬는 생모를 만나러 전남 목포까지 찾아가지만 재회 직전 생모가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문전박대를 당한다. 대문 앞에서 만난 외삼촌은 “이걸 워짜쓰까잉…”이라며 안타까워하는데 사투리가 낯선 조쉬는 알아듣지 못하고 서울에 돌아와 “워치아웃스카이?”라며 아리송해한다. 관객의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가난으로 헤어진 가족이라는 소재가 신파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생모 상봉에 성공한 조쉬가 과거를 받아들이고 40년 전에 연락이 끊긴 딜리아의 파트너를 찾아준다는 결말이 따뜻한 감동을 안긴다.

사진제공. ㈜포킥스엔터테인먼트


기간 2021년 1월 31일까지

장소 서울 신한카드 판스퀘어 라이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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