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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연남동 공간

조회수 2020. 11. 26.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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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시적 인간'입니까?

자주 가는 초밥집은 그날따라 대기 줄이 길었다. 길가에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왠지 지루해져 풍경을 살폈다. 행인들의 표정은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무표정할까. 


저 가게는 벌써 주인이 세 번째 바뀌었구나, 그렇게 일상의 장면들이 낯설어질 무렵, 공중에 걸려 있는 글귀 하나에 시선이 멈췄다. ’Poetic Humans Club’. 맙소사, 시적인 인간들의 클럽이라니. 

시적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정답 없는 질문에 대해 함께 답하기 위해 모두를 위한 공간을 꾸렸습니다. 이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서로 연결되며, 나아가 세계의 확장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곳은 시적 인간, 바로 당신을 위한 공간입니다.

처음 Poetic Humans Club(이하 PHC)을 방문하면 위와 같이 적혀 있는 캡션 카드를 받게 된다. 카페이자, 창작을 위한 아지트, 교류를 위한 광장의 역할을 하는 이곳은 그림 그리는 배윤수와 글 쓰는 박지용이 10개월을 준비해 꾸린 공간. 


누군가는 창가 옆 푹신한 의자에 몸을 담그며 하루 종일 책을 읽고, 또 누군가는 커다란 테이블 위에서 놓인 연필로 무언가를 끄적인다. 여기저기 찰칵찰칵 인증샷을 찍는 무리도 간간이 눈에 띈다. 

향긋한 와인과 해방촌 오랑오랑의 원두로 내리는 드립커피, 폭신한 베이커리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책들과 가지런히 모여 있는 시집들이 이곳의 핵심. 쓸 것과 지울 것이 놓인 커다란 테이블에선 언제라도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PHC는 크게 홀과 서재 공간으로 나뉜다. 배윤수와 박지용은 상호작용을 하는 광장의 의미로서 홀을,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사색과 창작의 공간으로서 서재를 꾸몄다. 서재에 꽉 차 있는 400여 권의 책은 모두 박지용의 큐레이션으로 이루어진 결과물.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모여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장르로서의 ‘시’가 아닌, ‘시적’이라는 확장된 개념을 바라보는 PHC. 과연 시적 인간이란 무엇일까? 이 시대에 시적 인간이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자기 안에 갇혀 점점 고립되는 ‘시’가 아닌, 이야기를 제 스스로 품고 그것을 건넬 줄 아는 ‘시적 인간’들의 클럽.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PHC에서는 그림을 그리고 시를 나누는 일 외에도 다양한 시적 활동들이 펼쳐질 예정이다. 시적 인간의 탐색과 발견, 연결과 확장은 PHC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방향성. 왁자지껄하거나 개성 강한 느낌 대신, 단정하고 내밀한 이곳의 분위기가 누워 있던 생각들을 조용히 흔들어 깨운다.

글. 김선미

사진제공. P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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