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초식마녀가 말하는 비건 이후 달라진 삶

조회수 2020. 11. 20. 18: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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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초식마녀' 박지혜 인터뷰

유튜버 초식마녀는 유튜브 채널 'Tasty Vegan Life'에서 비건 레시피와 일상을 소개한다. 그의 특기는 재료와 재료를 합치는 수준인 초간단 레시피로 뚝딱 조리하고, 버리는 것 없이 적당한 양을 맛있게 먹기다. 


느리고 나긋한 초식마녀의 손짓을 따라 영상을 하나씩 클릭하다 보면 어느새 비거니즘은 내 반찬이 되고 나의 실천이 된다. 동물착취와 생태계 파괴가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시대, 가장 순박한 마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다.

Q.

2019년 초에 비건이 되었으니 비거니즘을 실천한 지 1년 6개월째다. 그런데 같은 소재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가 많기로 상위에 들고 미디어에 많이 소개됐으며 책도 출간했다. 어떻게 보면 짧은 기간인데, 이 시간이 어떻게 느껴지나.

A.

길고도 짧게 느껴진다. 내 생각보다 채널이 잘 성장하고 있어서 신기하고, 인생에 아주 많은 변화가 있어서 길게 느껴지는데 하루하루는 아주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혹시 나이가 들면 다 이렇게 느끼는 건가?(웃음)

Q.

얼굴이 알려지면서 비건의 삶을 유지하는 게 부담이 된 적은 없나.

A.

그렇진 않다. 성격상 내 얼굴을 노출하면서 영상을 찍는 게 가장 큰 부담인데, 비건이 된 뒤 유튜브에서 비거니즘 콘텐츠를 운영하기로 결심한 때부터 흑역사가 남는 데 대한 부담은 없었다. 


원래 내가 ‘프로미룸러’라서 남한테 일을 잘 미루고 나서는 걸 싫어하는데(웃음) 이건 미루지 못하겠더라.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해서 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부담이 아니라 기회로 느껴지고 원동력이 되었다. 

Q.

멋진 결심이다. 비건으로서 사명감도 느끼나.

A.

누가 시킨 적 없지만 혼자 사명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동안 무지하게 육식을 한 데 대한 반성이자 죄책감 같기도 하고. 그래서 종교랑 비슷하게 느껴진다. 회개한 사람처럼 살게 된다.(웃음) 

Q.

이전엔 육식을 즐겼나. 어떤 음식을 좋아했나.

A.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먹는 행복이 큰 사람이었다. 그러다 반려묘를 키우면서 유기견 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개 농장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개들이 비참하게 사는데 식용으로 키우는 동물들은 얼마나 심할까 싶어서 조금씩 불편해졌다. 그런데도 먹는 걸 워낙 좋아하니까 세미 채식주의자로는 살아도 비건은 못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Q.

그래서 폴로테리언*이나 페스카테리언** 등 각자 상황에 맞춰 채식을 시작하기도 하는데, 바로 비건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 (*폴로테리언: 준채식주의자 중 가금류 섭취를 허용하는 사람.
**페스카테리언: 준채식주의자 중 어류 섭취를 허용하는 사람. 

A.

다큐멘터리 '카우스피라시'와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을 봤다. 자극적인 영상이 아닌데 내가 영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사람이더라. 보고 나니까 어떤 동물은 먹어도 되고, 어떤 동물은 먹으면 안 된다고 임의로 결정해 살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가 된 것 같았다. 


비건이 될 때가 됐는데 때마침 이 다큐멘터리 두 편을 본 거지. 회사에는 도시락을 싸서 다닐 거니까 식비를 따로 달라고 했다.(웃음) 사유는 건강 때문이라고 했는데 완전히 거짓말은 아닌 것이 회사에선 외식을 많이 하니까 장염 증상처럼 밥만 먹으면 배가 아파서 식사하기 불안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건강 때문이라고 이유라고 말하고 채식을 시작했는데 건강이 아주 좋아졌다.

Q.

몸이 어떻게 좋아졌나.

A.

그때 요가랑 주짓수를 꾸준히 하고 있었고, 가공식품을 먹지 않고 현미밥에 나물 반찬 같은 자연식 위주로 식사를 했다. 그 때문인지 살을 빼려고 한 게 아닌데 저절로 군살이 빠지고 잠을 조금만 자도 덜 피곤했다. 원래 아침잠이 많아 알람이 울려도 한참 뒤에 깨 시계를 내동댕이치곤 했는데, 새벽 4시 30분에 눈이 확 떠지고 몸이 개운해졌다. 


전보다 피부도 좋아졌다. 아, 그리고 내가 변비인 줄도 몰랐는데 하루 한 번씩 꼭 쾌변을 한다.(웃음) 또 예전보다 활동을 많이 하는데도 전혀 힘들지 않다. 요가 강사도 나더러 더 유연해졌다고 하더라. 주짓수를 할 때도 전보다 오래 해도 지치지 않는다. 밥을 훨씬 조금 먹고 간 날에도 지구력이 좋다. 

출처: 사진. 책 <오늘 조금 더 비건>

Q.

이전 인터뷰에서 “무기력하게 부유하듯 떠다니던 삶이 비건을 선택하면서 뿌리를 내린 느낌.”이라고 말한 게 인상 깊었다. 비거니즘을 실천하며 달라진 삶의 변화를 단어나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A.

한 단어로 말하면 ‘연결’이다. 부유하는 느낌이 곧 단절이었던 것 같다. 나의 식탁과 도축장이 단절되어 있던 상황에서 이제는 다 연결되니까 세상이 다르게 보이고 삶의 태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문장으로 얘기하면 ‘범사에 감사하라’가 될 것 같다. 이것도 왠지 자못 종교적인데.(웃음) 


내 기분을 위해 누리던 것들이 어떤 희생을 초래하는지에 대해 무지했다. ‘우울하니까 치킨 시켜 먹어야지.’ 하고 종종 생각했거든. 이기적이었다. 비건이 된 후 인간으로 태어난 것 자체를 축복으로 느끼게 됐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 두 발로 자박자박 걷는 것 자체가 더없이 행복하다. 그래서 비건으로 살기 힘들거나 불편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받으면 답변을 잘 못 한다. 그런 건 사소한 시련이나 해프닝 정도로 느껴진다. 

Q.

반면 어떤 사람들은 동물들의 고통에 감정 이입을 해서 인간인 게 죄스럽다고 느끼기도 하잖나. 

A.

맞다. 절망과 희망 사이를 계속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도 절망이란 감정을 분리해서 내 삶에 감사하면서 기쁨을 누려야겠다고 생각한다. 동물들의 고통에 너무 깊이 빠지면 분노와 절망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놓치게 될까 봐 기왕이면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게 내 삶을 그쪽으로 집중하는 것 같다. 

Q.

유튜버이자 직장인으로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 라이브 방송 중에 비건인들의 후원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A.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돈을 버니까 기왕이면 비건이 아닌 사람들의 돈을 털어서 비거니즘에 유익하게 쓰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웃음) 나를 응원하는 분들은 대부분 비건이거나 비거니즘에 친화적인 분들이니까 동물 단체에 후원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나까지 후원하려면 힘들지 않겠나. 나는 내가 벌어서 먹고살 수 있으니까 굳이 하지 말라는 취지다. 댓글이나 좋아요,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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