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층짜리 펜트하우스에 마련된 '순옥킴'의 세계!

조회수 2020. 11. 20.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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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출처: SBS 방송 캡처

‘본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지명, 사건, 기관, 배경 등은 모두 창작된 것으로 실제와 관련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매회 시청자들에게 이 정보를 알리지만, 4화에 등장하는 경찰들의 탐문 촬영본 속에는 ‘강남경찰서’ 로고가 찍혀 있다. 서울에 위치한 100층짜리 ‘헤라팰리스’에 모든 것을 좌우할 힘을 가진 이들이 살고 있다는 설정인데, 입주자들은 중세 귀족처럼 차려입고 춤을 추고, 자녀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면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출처: SBS 방송 캡처

건물 속 주민들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채다. 돈과 명예, 영향력에 기반 한 사회적 신분에 안주한다. 그래서인지 ‘자격 미달’인 헤라팰리스 바깥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으면 ‘개복치’처럼 나약해진다. 윤희(유진)와 설아(조수민)를 대하는 단태(엄기준)와 서진(김소연)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의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는 그들이 두렵기 때문에 먼저 곤경에 빠뜨린다. 기이하게 보일 정도인 헤라팰리스 인물들 가운데, 아픔을 품고 현실을 헤쳐 나가는 윤희와 수련(이지아)은 이 현실을 고발하는 장치로 보인다. 이들에겐 조금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배신과 고통을 겪는다.

이 드라마는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로 모자이크가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인물 간의 날카로운 대립각과 낭자하는 피보다 더 무서운 건, 원할 때면 헤라팰리스 입주민들이 그 자원을 활용해 언제든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두들 단지 성공가도에 오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상대를 도둑으로 몰아 자신을 절도의 피해자로 만들고, 사체를 유기했지만 자신들도 속았다고 합리화하면서 문제를 회피한다. “많이 가진 게 약점인 시대니까.” 흘려들을 수 없는 대사다. 현실의 강자들도 약자의 난처함을 훔친다. 

출처: SBS 방송 캡처

드라마를 보는 나는 어느새 한 잔의 사이다라도 마실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악역은 언제 진정으로 고통스러워질까? 감질나는 순간의 시원함일지라도 나는 그들의 추락을 내심 바란다. 많은 이들이 욕하면서 ‘막장’ 드라마를 보는 자신을 자조하지만, 이야기의 속성은 대개 그렇다. 비난도 하고 공감도 하면서 각자 원하는 만큼의 깨달음과 재미를 얻어가는 것이지 않을까. 궁금한 것은 이런 이야기가 쌓인 뒤, 우리가 마주하게 될 드라마 속 강자의 모습은 어떤 형태인지다. 그 역시 실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SBS 매주 월, 화 밤 10시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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