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랜선집구경] 첫 전세 대출을 받아서 구한 20대의 집

조회수 2020. 11. 18. 19:59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1. 집으로 맺은 인연


집은 인간 생활의 필수 요소입니다. 그런데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집을 구하는 일부터 난관이니, 이얼마나 복잡한 세상입니까! 월세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기숙사 합격 연락만을 기다리던 대학교 2학년 때, 선뜻 공간을 내어준 선배가 생각납니다. 참으로 고마운 인연 덕분에 독립의 자유와 책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3년이 지났고, 그사이 우리 둘의 주거 환경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자주 이사를 하던 언니는 처음으로 계약을 연장하고 싶은 집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과연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이은 언니의 집에 가봐야겠습니다.

2
계절감이 있는 집

자기소개를 부탁해.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의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스물여섯 살 박이은입니다. 먹고 마시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밀도 높은 삶을 추구합니다.

집에 처음 왔을 때 가지에
눈이 쌓인 풍경이 너무 예쁘더라.
그때 감이 틀리지 않았어.
나무를 바라보며 힐링할 때가 많아.

언니 집에 오니까 ‘이사의 고통’에 대해 써서 포스팅한 글이 생각나. 이 집을 얻을 때도 고통스러웠어?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거나 알맞은 공간을 찾은 뒤에도 계약을 파기당하면서 20대 초반에 상처를 많이 받았었지. 당장 이사해야 하는데 못 하니까 사람이 되게 지치더라고. 밥 먹다가 우는 일을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늘 계약 기간 만료 3개월 전 무렵부터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


그런데 이 집을 구할 때는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 대출’ 덕분에 예산이 넉넉해서 여유롭게 이사 준비를 할 수 있었어. 이자율도 낮아서 사회 초년생인 내게 아주 좋은 기회였지. 


그리고 집을 보던 날 맨 처음본 이 집의 느낌이 굉장히 좋았는데, 다른 집을 봐도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서 바로 계약했어.

이 공간의 첫인상이 어땠는데?


넉넉한 수납공간과 감나무가 매력적이었어. 비밀 공간처럼 수납공간이 있어서 참 좋았지. 

그리고 침실 창문을 열면 감나무가 손 닿는 거리에 있어. 집에 처음 왔을 때 가지에 눈이 쌓인 풍경이 너무 예쁘더라. 그때 감이 틀리지 않았어. 나무를 바라보며 힐링할 때가 많아.


짐이 아주 많은데 수납공간 덕분에 깔끔하구나.

정리가 잘된 소품 가게 같아.


내가 맥시멀리스트라 정리, 정돈에 신경 쓰는 편이야.

벽에 뭔가를 붙이거나 곳곳에 소품을 놓는 걸 아주 좋아해. 오키나와에서 사 온 모빌은 바람이 불면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참 좋아.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과 들려오는 새소리가 좋으네.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집에서 사는 게 참 좋은 것 같아.

봄이면 새싹이 돋고, 여름에는 초록빛으로 물들고, 가을이 오면 감이 열리고, 겨울이면 눈이 쌓여. 

가끔 아침에 까치가 깨워주기도 해. 창틀에 새들이 자주 찾아오거든. 플랜테리어를 하고 싶을 정도로 자연이 좋아졌어.

3
맥시멀리스트의 감각적인 집

추천하는 정돈 방법이 있다면?


천 가방을 좋아하는데 쌓아놓으면 손이 잘 안 가더라고.

가방걸이를 문 뒤에 설치하니까 깔끔하고 색깔이나 모양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아.


화장실에 갇힌 적이 있다면서?


화장실 문고리 수리를 미뤘는데 최근 외출 준비를 하다가 화장실에 갇혔어. 공간이 작아서 더 무서운 데다, 맨몸이니까 구조되어도 문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10분 정도 어쩔 줄 모르다 심기일전해서 문을 미니까 열렸어. 되게 무서웠는데 상황이 종료되니까 너무 웃긴 거야. 문고리는 그날 바로 고쳤어. 

게으름 부리다가 그런 변을 당하다니! 반대로 반드시 지키는 루틴이 있어?


아침에 사과 먹기! 그런데 오늘은 못 먹었어. 루틴이 있는 삶이 평화롭고 건강하다고 생각하는데 매번 실패해.

그래도 주말 아침에 청소하는 계획은 무조건 지켜.


안락한 내 공간에서 보내는 매 순간이 좋지만 주말 아침에 깨끗한 집을 바라볼 때가 특히 좋아.

4
나의 집과 나의 감정

집 구석구석 정성스럽게 꾸며놓았어. 집에 대한 언니의 감정이 궁금해.


이전 집들도 물론 좋았지만 이 집은 구석구석 내 손길이 닿아서 그런지 애착을 느껴. 이사 갈 때쯤 되면 항상 다른 집을 알아봤거든! 그런데 이 집은 가꾸면서 오래 살고 싶어.

휴식과 위로의 공간이야.
힘들 때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
노래 들으면서 차 마시고
일찍 잠들면 기분이 바로 나아지거든.

독립하면서 겪은 고충이 많았구나.


내 삶을 온전히 내가 관리할 수 있다는 게 독립의 제일 좋은 점이야. 하지만 집과 관련한 모든 걸 혼자서 책임지고 관리하는 건 분명 외로운 일이라 가끔씩은 ‘이래서 같이 살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사람 사는 곳이니까 집에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기는데, 집을 혼자 가꾸는 거랑 누군가와 함께 가꾸는건 분명 다르잖아. 혼자라서 좋지만 이면의 좋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


힘든 점이 있어도 지금의 생활을 유지하는 이유는?


이제는 ‘자취방’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고 ‘우리 집’, ‘내 집’이라고 표현해. 내 생활 패턴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잖아, 여기가. 최근 전주 집에 갔다가 서울 집에 돌아왔을 때 ‘아, 집에 왔다!’ 하는 느낌이 드는 거야.

5
설익은 감정들이 무르익어 나를 유연하게 할 때

숱한 시행착오 끝에 언니는 더 이상 집에  집착하지 않고, 언니 숨결이 닿아 살아 숨 쉬게 된 공간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언니와 집은 서로를 숨 쉬게 했습니다. 예쁜 소품들을 눈에 담고 내어준 차와 빵을 맛보며 제 감각들도 생생하게 깨어났습니다. ‘이은의 집’과 이은 언니가 더 아름답게 이어지는 과정을 옆에서 바라보며 참 행복했습니다.


글/ 손유희, 사진/ 이규연

출처: http://www.bigissue2.kr/
샵(#)빅이슈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