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면

조회수 2020. 10. 29.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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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들> , 가족이라는 오만

이 가족을 들여다보는 일은 즐겁지 않다. 두 시간 동안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주인공 소년 니콜라를 보며 사춘기를 심하게 앓았던 청소년 때를 회상하다가, 이 아이를 방치하는 가족을 보며 어떤 가족이 이상적인지, 정신장애가 있는 가족 구성원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출처: 사진제공. 연극열전

니콜라의 정신 건강은 위험한 상태다. 외부 세계와 관계 맺기를 거부하고 집 안에 틀어박혀선 부모와도 불화한다.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 안느와 살던 니콜라는 돌연 아버지 피에르와 살고 싶다고 한다. 


피에르는 안느와의 결혼 생활 중 소피아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혼 후 소피아와 결혼해 아이도 낳고 새 가정을 꾸렸다. 니콜라는 왜 굳이 이 새 가족과 함께 살겠다고 했을까. 연극을 다 보고 나면 니콜라의 이 선택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출처: 사진제공. 연극열전

소피아와 피에르는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의 ‘선의로운’ 행동이 늘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들은 기꺼이 니콜라를 환대한다. 오밤중에 니콜라가 집 안의 물건을 집어 던지고 난장판으로 만들어놔도 소피아는 힘든 기색 없이 정리한다. 피에르는 니콜라를 감싸고 예전처럼 돌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렇지만 니콜라의 속내는 알 수 없다. 무엇이 너를 이렇게 힘들게 하냐는 질문에 “모르겠어.”라고 답하더니, 어느 날엔 피에르가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떠났다며 ‘개XX’라고 지칭하며 분노를 쏟아낸다. 누구라도 니콜라의 내면을 들여다봐줘야 하지만, 세 명의 어른은 “니콜라가 왜 그런데?”라는 물음만 쏟아낼 뿐, 해결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출처: 사진제공. 연극열전

부모의 대처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프랑스 작품이지만 자식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부모의 대처는 어느 나라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학교를 빠지고 방 안에 틀어박힌 니콜라를 몇 개월간 방치하다시피 했던 부모는 니콜라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나서야 정신 건강 전문의의 말에 귀 기울인다. 의사는 말한다. 가족과의 격리가 필요하다고. 일주일의 격리 이후, 병원 환경이 낯선 니콜라는 자신을 제발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간절하게 요청한다. 

출처: 사진제공. 연극열전

여기서 부모는 오만해진다. 자신들의 선택이 옳을 거라고, 자신들과 있는 게 아이를 위한 최선의 치료라고 오판한다. 결말은 예상대로다. 집으로 돌아온 니콜라는 영영 세상과 부모를 떠난다.


가족은 가족이기 때문에 영원히 알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사람은 너무나 다채롭고 복잡하기 때문에 가깝다고 여길수록 실체를 알 수 없어진다. 


이 세상의 가족 개념은 내가 틀릴 가능성마저 부인할 만큼 구성원을 속박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연극 '아들'은 이것이 얼마나 기만적인지를 고발하기 때문에 더욱 괴롭게 느껴진다. 

기간 11월 22일까지

장소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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