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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 90년대가 배경인데 MZ세대가 더 좋아할 걸 ★★★★

조회수 2020. 10. 21. 1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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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사원도 토익 600점을 넘기면 진급 시험에 도전할 수 있다는 말에 삼진그룹 여사원들은 다 같이 토익을 공부한다. 여느 영어 수업처럼 '자기소개'가 빠지지 않는 영어 수업시간, "나는 우리 회사가 자랑스럽고, 내 꿈은 커리어우먼입니다!"를 외치는, 긍정순수파워의 자영(고아성), 꿈에 부푼 친구들에게 '초 치는' 소리하는 게 취미인 유나(이솜),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에 빛나는 천재이지만, 임원들의 술집 영수증을 업무 영수증으로 둔갑시키는 데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보람(박혜수) 역시 토익반에서 영어 수업을 듣는다. 

"너희 갑자기 여사원들을 많이 뽑은 이유를 알아? 싸거든, 말 잘 듣고, 커피 잘 타고."와 같은 유나의 대사에서 느껴지듯이 이 영화는 90년대 초반 대기업의 성차별적인 분위기를 영화 전반에 깔고 있지만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기 위한 영화는 아니다. 자영을 비롯한 여성 인물들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상사들의 편견을 되려 영리하게 이용해 추리와 수사의 장점으로 활용한다. 

여성 주인공들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기업에서 승진하고 능력을 발휘하는 게 주제인 것처럼 시작하지만 '영어'는 추리를 돕는 소재일 뿐, 믿었던 회사가 사람들에게 해로운 일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 단서를 발견한 자영과 친구들이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을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더해가며 유려하게 보여준다. 

최근 유행하는 '90년대 레트로'의 유행처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도 당연하게 레트로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주인공들의 착장 뿐 아니라 시대를 드러내는 소품과 장소 등이 90년대를 잘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은 '배경과 주인공'은 90년대이지만 플롯은 밀레니엄과 제트 세대에게 익숙한 '렙업' 구성이라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매번 사건의 다른 국면이 드러나고, '끝판왕'을 깬 줄 알고 보면 다음 악당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인물들이 단계별로 성장한다. 


임의 구성처럼 안간힘을 다해 이번 스테이지를 겨우 깼는데, 다음 스테이지에 더 쎈 악당이 등장하는 식이다. 장면마다 긴장감을 더하는 요소들이 더해졌고, 주고받는 인물들의 대사 역시 구태하지 않고 핑퐁처럼 튄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이는 치밀한 각본과 세련된 유머, 무엇보다 팍팍한 현실을 잠시 잊게 만드는 '유쾌 상쾌 통쾌'한 에너지가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그것이다. 

직장생활을 좀 해봤다면 어떤 부분은 '판타지'처럼 구현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열심히 해서 끝까지 뭐라도 해내'고, '옛날이 좋았지' 하는 향수에서 그치지 않고 끝내 성취를 이뤄내는 활기찬 여성들의 모습은 보는 내내 신이 나고 더불어 힘을 내고 싶게 만든다.


영어 교사로 타일러가 등장하며, 독립영화와 연극계의 반가운 얼굴들이 적소에 쓰였다. 딱 맞는 역할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재치 넘치는 대사를 내뱉는 여배우들을 만나는 재미도 크다. 리듬은 현대적이지만 감성은 레트로하고, 유쾌하지만 어느 순간 질질 짜게 만드는. 오랜만에 극장에 갈 이유가 될 영화다. 10월 21일 개봉. 글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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