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각이라는 '유미의 세포들'에 독자들이 환호한 이유

조회수 2020. 10. 21. 18: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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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의 세포들'이 내 삶에 들어올 때
“매일같이 곧장 집에 와서 만화책이나 보고 혼자 술이나 홀짝거리고, 심지어 잃어버린 두근거림이라니. 청춘 시절은 이미 건어물이 되어버린 노인네 같다 이 말이야.”

- 히우라 사토루, <호타루의 빛>

2004년 고단샤의 'KISS'에 연재된 만화 '호타루의 빛'은 연애를 포기한 20~30대 여성이 주인공인 만화로, 일본과 한국의 여러 창작물에 영향을 끼쳤다. 


20대 직장인 ‘호타루’가 상사의 조언으로 사랑과 이별을 겪고 성장하는 이 이야기가 연재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연애를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는 여전히 독자들에게 새롭게 읽힌다. 그리고 2015년, 이동건 작가의<유미의 세포들>이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된다.


“일을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즐기면서 사는 것도 아니고,
근사한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서른두 살의 평범한 직장인 ‘김유미’. 매달 월세 48만 원, 통신비 8만 5천원, 인터넷 사용료 2만 원, 교통비 20만 원, 관리비 8만 원. 


살 거 다 사고, 먹을 것 다 먹느라 돈은 모이지 않고, 다이어트도 뜻대로 되지 않는 데다 20대 내내 연애하던 이기적인 구남친에게 3년 전 실연당한 이후 ‘사랑 세포’가 혼수상태에 빠져 마음이 가는 직장 동료 앞에서도 무뚝뚝하고 철벽 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직장 후배인 ‘우기’를 좋아하면서도 말을 못 하던 중 우연이 겹쳐 그와 꽃 축제에 다녀온 이후 ‘두근두근 에너지’가 차오르고, 유미의 프라임 세포인 사랑 세포가 깨어난다.

유미의 세포들은 저마다 독특한 성격과 설정으로 이야기에 양념을 더해준다. 하지만 유미의 연애담을 적극적으로 이끌고 방해하는 건 사랑 세포와 응큼 세포, 출출 세포다. 


즉물적이고 저급해 보이지만 이들은 육체의 근원적인 에너지를 상징한다. 요가 등에서 몸과 마음의 관계를 보여주는 차크라와 연결해 생각해보면, 이들은 척추 하단에 위치한 근원 차크라, 물라다라와 연결된다. 


가장 육체적이고 본능적인 영역이지만, 자아 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자 생명력의 근원이다. 이 에너지에서 시작해 가장 중요한 프라임 세포로 자리 잡은 사랑 세포는 ‘두근두근 에너지’가 차오르자 깨어나 유미의 여정을 함께한다. 

“사랑은 일할 때도 써야 하고 취미 생활 할 때도 써야 하는데 사랑을 다 떼먹히고 빈털터리가 돼버리니까 사는 게 이 모양 이 꼴이지!”

20대 내내, 유미의 사랑은 일방적으로 퍼 주는 사랑이었다. 제멋대로 구는 구남친에게 질질 끌려다니기만 했다. 30대가 되어 유미의 연애는 조금 더 성숙했지만, 연애할 때 유미의 1순위는 여전히 자신이 아니라 연인이다. 


연인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 그를 붙잡기 위해 달려갈 용기나 연적과 싸울 용기는 낼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이 여전히 2순위에 머무르는 이상 유미는 연인을 이길 수는 없다. 동등하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이별을 결심할 용기 역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은 따로 없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명이거든.”

사람이 사랑만으로 성장하지는 않는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동력은 한두 가지가 아니고, 남들이 연애를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이 대열에 동참해야 하는 것도, 연애를 하지 못한다고 해서 성장하지 않거나 패배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연애는 유구한 관심사다. 


이를 에너지 삼아 수많은 실수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을 벌이면서도 자신의 싹을 틔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용감하고 아름답다. 


'유미의 세포들'을 지켜본 지난 5년 반은 무뚝뚝하고 솔직하지 못했던 한 여성이 처음부터 사랑을 다시 배워가며 한심하고 어리숙했던 자신을 긍정하고, 나아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며 인생의 꽃을 하나둘 피워가는, 그 빛나는 시기를 지켜보는 과정이기도 했다. 


글 전혜진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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