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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떠오른 신예, 투잡으로 화제를 모은 유튜버 4

조회수 2020. 9. 24. 14: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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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직업으로서 유튜브
출처: 찰리이즈소쿨라이크(charlieissocoollike) 유튜브 채널

찰리이즈소쿨라이크(charlieissocoollike)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소심하면서도 귀여웠던 찰리는 영국 발음까지 써가면서 소소한 브이로그 영상을 만들던 유튜버로, 당시 유튜브에 살다시피 한 10대 소녀였다면 (나) 빠져들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그가 나이를 먹으면서 유튜브 이후의 커리어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듯했다. 그즈음 몇몇 유명한 영국 유튜버들이 영국 방송국에서 제작 지원을 받아 단편영화를 찍기 시작했는데, 그중 찰리가 가장 유명했기 때문에 그쪽으로 잘 풀릴 듯 했다. 하지만 열심히 만든 영화는 기존 구독자의 호응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몇 년 뒤 찰리는 '펀 사이언스(Fun Science)'라는 책을 출판하고, ‘꿈은 그만 좇겠습니다(Unfollowing your dreams)’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 영상에서 찰리는 ‘자신이 오랫동안 유튜버로 살아왔기 때문에 늘 영상과 관련된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쓰게 되면서 생각보다 글 쓰는 직업이 자신과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유튜버인 찰리를 오랫동안 알아왔던 나로서는 충격적이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찰리의 말이 맞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평생 동안 한 가지 일만을 할 수 없는 노릇이며, 개인의 커리어가 일관적이라는 것 자체가 판타지일지 모른다.  


유튜버와 스폰서
그리고 독립성

유튜버는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독립적인 크리에이터다. 유튜버는 기존의 ‘지루한’ 혹은 ‘영혼 없는’ 직업을 때려치운 후 ‘만족감’이나 ‘자유로움’을 누리기 위해 선택하는 ‘꿈의 직업’이다. 


이런 직업이기 때문에 유튜버는 그 직업에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도 어느 정도 감당하면서 계속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커리어는 구독자들이 지탱한다. 자신의 구독자들에게 이 사실을 계속 상기시키는 대가로 그들에게 솔직해야 하며 속이면 안 된다.

출처: 픽사베이

하지만 이렇게 유튜버와 엮여 있던 ‘가난한 예술가’ 이미지는 유튜브에 광고가 붙고, 광고주를 모으기 위해 플랫폼의 특징이 몇 번 바뀌면서 사라진 지 오래다. 구독자들도 유튜버가 스폰서를 따오면 이해해주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 대가로 풀타임 유튜버는 ‘진정성’을 잃었다. 유튜버가 직업이 된 이상, 구독자들 앞에서 온전히 나 자신일 수 있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 그로써 자신 그대로가 아닌 다른 페르소나로 구독자들을 마주하거나, 그것이 진짜 자신의 모습이라며 속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유튜버에게서는 아예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인가? 적어도 지금까지는 딱 한 가지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유튜브가 두 번째 직업인 이들에게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들은 적어도 유튜버로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진정성’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마이크스 마이크(Mike’s Mic)

호주 멜번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유튜버인 마이클 메시니오(Michael Messineo). 주로 인터넷 밈과 관련된 영상을 올린다. 본인이 개발자이고 기계공학 석사라는 사실을 5분에 한 번씩 언급하는 것 또한 이 채널만의 밈이다. 자칭 타칭 오리지널 니키 미나즈와 레이디 가가의 팬으로서 (각각 일명 ‘바비’와 ‘몬스터’) 트위터 팬들끼리 쓰는 짤을 영상에 자주 삽입하는데, 중독성이 있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영상 두세 개를 보고 나서는 잊지 못하게 된다. 


마이클은 온갖 대중문화에 관한 밈 제조기라서 사실 뭘 좋아하든 입문 영상은 있으리라 믿는다. 개인적으로 ‘레시피 없이 '라따뚜이' 영상만 보고 '라따뚜이 만들기(Making ratatouille but the movie is my only reference)’ 영상이 나의 입문 영상이었다. 이 외에도 아무렇게 고른 듯한 주제에 관한 영상들을 보고 있자면, 새벽에 친구들과 ‘아무말대잔치’를 할 때 특유의 정신 나간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  

조애나 시디아

2년 전 유튜브 추천 페이지에 혜성처럼 떠오른 10대 소녀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조애나 시디아(Joana Ceddia)다. 2018년 여름은 제이크 폴(Jake Paul)의 팀 텐(Team 10)같이 소속사나 스폰서를 낀 10대 인플루언서가 대거 등장했을 시기다. 


대표적인 게 엠마 챔버레인(Emma Chamberlain)인데, 고향에서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는 수수하고 털털한 이미지였다가 LA로 이사를 가고 난 뒤로 물질 중심적으로 변하고 구독자들과 멀어졌다는 평이 있었다. 그녀의 패션 스타일이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티셔츠 등의 상품이 굿즈로 출시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질에 비해 가격이 높아서 기존 구독자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졌다.

출처: 조애나 시디아(Joana Ceddia)

이때 조애나가 ‘엠마 챔버레인 의류 굿즈 DIY로 만들기(I DIY’d Emma Chamberlain’s new clothing line)’이라는 영상을 만들면서 엄청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조회수가 900만에 달하는 (2020년 8월 18일 기준) 이 영상은 제목에서 예상되는 것과 달리, 엠마의 굿즈가 별로라고 비판하는 것보다는 혼자 집에서 옷을 만들어 입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보여주는 영상이다.  


어찌 됐든 기가 막힌 시기에 등장한 이 어정쩡한 소녀는 당시 많은 구독자들이 갈망하던 친밀감과 아마추어스러움을 완벽히 보여줬다. 또한, 조애나는 물리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기숙사에 살지 않고 통학을 하면서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부모님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평범한 학생으로 사는 듯하다. 

네이선 제드

네이선 제드(Nathan Zed)는 더써드퓨(The Third Pew)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2014년 초반, 세 명의 백인 바인(Vine) 스타 남자아이들이 ‘남자들이 여자에게 원하는 것(What guys look for in girls)’이라는 상당히 여성 혐오적인 영상에 대한 반박 영상을 올리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매우 논리정연하면서도 빠르고 깔끔한 편집 스킬 덕에 구독자들이 빠르게 모였고, 브이로그브라더스 (Vlogbrothers)같이 비교적 큰 유튜브 채널에도 소개되는 등 본격적으로 유튜버로 성장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대학에 바로 진학하게 되면서 소위 말하는 ‘대2병’에 걸린 것처럼 이야기를 해댔다. 앞으로 뭐 먹고 살아야 하지? 무엇이 현재로서 최선의 선택일까? 이 일이 나의 가치를 입증해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은 네이선 말마따나 ‘스물다섯 살에 성공하지 않으면 영원히 실패자(Succeed by 25… OR FAIL FOREVER)’라고 말하는, 소위 영앤리치 컬처가 흥하면 흥할수록 마음 놓고 느긋하게 생각해볼 수 없는 고민들이다.  

출처: 네이선 제드(Nathan Zed)

특히 어떤 직급이나 수입의 한계가 없는 인플루언서를 직업으로 가진 이들에게, 그리고 인플루언서가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열심히’ 하는 태도가 미덕이 된 사회에 사는 모든 이들에게 ‘충분함(good enough)’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갈수록 이런 질문에 빠르게 대답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낄 때 또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나만 이런 걸까? 물론 아니다. 네이선처럼 큰 플랫폼을 가진 이들이 이런 질문을 가볍게나마 해준다는 것과 그런 영상에 수천 개의 코멘트가 달린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경영 학위를 받고 대학을 졸업한 네이선은 지금도 어떤 커리어를 추진하겠다고 명백히 말하지 않는다. 그의 채널은 유튜버 커리어를 일관적으로 쌓아온 사람의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한 청년의 생각이 어떻게 변하고, 어떤 경험을 쌓았는지 그 과정의 기록이다. 그 기록은 앞으로 이어진다면 계속 변할 것이고, 어느 순간 멈출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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