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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에 대응하는 예술계의 바람직한 대처법!

조회수 2020. 9. 23. 14: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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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각자의 자리에서 예술하기
출처: 새탕라움에서 열린 김기대 개인전 <Space of Zero>

특정 국가나 언어, 직장과 계약 기간 등에 큰 제약을 받지 않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예술가들은 국경 이동에 있어 상대적으로 그 어떤 노동자들보다 자유로웠다. 이제 국경을 넘는 일 자체가 위험해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예술가들은 어떤 삶의 방식을, 일의 방식을 찾아가게 될까? 


작가들이 국경을 넘는 일은 국제 교류를 명분으로 하는 크고 작은 체류 프로그램이나 전시, 전 세계적 규모의 아트페어나 비엔날레 같은 대형 행사를 통해서 주로 이뤄진다. 하지만 작품을 한 장소에 모아서 대규모로 보여주는 국제 행사들은 이제 필연적으로, 좀 더 빠르게 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출처: ⓒ일민미술관

온라인으로만 거래한 '프리즈 아트페어'가 성황이었다는 소식은 이 대안들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아트페어나 컨퍼런스, 비엔날레 등의 행사가 취소되거나 웹으로 옮겨졌다. 모든 콘텐츠를 온라인을 통해서만 공개하는 일민미술관의 '고스트커밍'(2020. 8. 20~8.23)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전시와 행사의 형식을 고민하는 흥미로운 행사였다.


서울의 미술관에서 기획한 '고스트커밍'의 한 프로그램에 대담자로 나서면서, 난 제주도의 전시 공간에 있었다. 어느 지역에서 접속하는지 모르는 대중을 상대로 화상회의 앱을 통해 토크를 했다. 관객들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내 얼굴을 더 많이 보게 되는 신기한 행사고, 이제는 이마저 점점 적응이 돼가는 중이다.


사실 국제교류 전시는 진즉에 기획 단계에서의 회의는 이미 온라인 화상채팅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구현돼야 하는 국제교류 전시의 결과물도 결국은 온라인 구현 방식으로 바뀌지 않을까. 온라인으로 국제교류 기금의 인터뷰 심의를 진행하며, 코로나로 인한 대안을 함께 준비해 발표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예술, 대안을 찾아 나서다

출처: 독립출판 아트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

국경 넘기가 더 이상 자유롭지 않은 시대엔 현재 위치한 지역이나 국가에 집중하고, 그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이 십분 발휘된 새로운 기획 자체의 탄생을 기대하고 후원하며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독립출판물 아트페어인 '언리미티드 에디션'(2020. 9. 1~9. 3)은 매번 경이로운 방문자 수를 기록하는 잘 기획된 지역 행사의 표본이다. 


올해 12주년을 맞은 행사는 이례적으로 전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한창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인 대한민국에서 9월 1일부터 3일까지 단 3일간 온라인으로만 열린 이 행사의 웹사이트에 40,082명이 61,494회 방문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출판사도 책을 두 권 출품했는데, 단행본 한 권이 50여 권 남짓 판매됐다.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도 한 달에 20권 남짓 팔릴까 말까 한 미술 전문 책이 말이다. 자기 자리에서 자신들의 취향과 방식대로 기획하며 성공하는 멋진 사례를 보여줬다. 코로나가 오건 말건, 어떤 악조건에서도 결국은 해결책을 찾아내 앞으로 나아가고야 마는 힘이었다. 행사의 존재 이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참여자들을 믿으면서, 관객들을 신뢰하면서, 결국은 해내고야 말았다. 

출처: 새탕라움에서 열린 김기대 개인전 <Space of Zero>

서울과 광주비엔날레는 내년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과감히 행사를 감행한 부산비엔날레는 디피를 마치고도 오픈을 미루다, 결국 비대면 방식의 오프닝을 치렀다. 


그 대신 지역의 작은 비엔날레는 살아남았다. 창원조각비엔날레와 여수국제미술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등이 지난 8월 말과 9월 중순 사이에 개막했다. 떠들썩하게 홍보를 하고 적극적으로 관객을 모으진 못하지만, 자기 자리에 조용히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6월, 나는 제주에 동료 기획자와 작가와 함께 아티스트런스페이스 새탕라움을 오픈했다. 말 그대로 전시가 필요한 작가(아티스트)가 적당한 공간을 찾지 못해 직접 공간(스페이스)을 운영(런)하게 되는 형태인 이 공간은 상대적으로 여타 기관에 비해 전시를 위한 문턱이 낮다.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게, 이런 대안적 공간의 존재 이유다. 내 자리에서 내 방식으로 예술을 하기 위해, 새탕라움은 코로나의 시대에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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