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벌새'라고 부산영화제에서 난리 났던 영화
남매의 여름밤
할아버지 집에서 살게 되었다고 말하는 아빠(양흥주)에게 옥주(최정운)는 묻는다. “할아버지한테 얘긴 했어?” 어딘지 못 미더워 보이는 아빠와 야무진 10대 딸 옥주, 마냥 해맑은 초등학생 동주(박승준)는 여름방학을 할아버지 집에서 보내게 된다.
거동도 불편하고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할아버지와 돈이 없는 아빠, 애들을 돌봐주겠다며 집에 머물기 시작한 고모까지… 할아버지의 오래된 양옥집은 갑자기 가족으로 북적댄다.
<남매의 여름밤>은 각자의 이유로 옛집에 모여 살게 된 가족의 여름 한때를 관조하는 영화다. 전형적인 80년대 가옥으로 가족의 추억이 묻어 있는 양옥집에서 아이들은 한 계절을 보낸다.
그 여름은 늦은 밤 찾아온 고모부가 난동을 피우기도 하고, 고모도 아빠도 혼자 있을 때는 한숨만 쉰다. 눈치 빠른 옥주는 어른들의 세계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하지만, 나름의 첫사랑을 시작하기도 하고 외모에 대한 고민을 하는 등 사춘기의 계단을 착실히 밟아간다.
영화는 엄마의 부재, 점차 심해지는 할아버지의 치매 증상, 사업이 안 풀리는 아빠, 이혼을 고민하는 고모 등 어른들의 복잡한 사정에 집중하기보다는 대낮의 여름빛, 마당에서 물 호스로 장난을 치는 소년의 천진한 웃음소리, 늦은 밤 모기향을 피워놓고 추억을 되새기는 아빠의 나직한 목소리 등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가족이 함께 통과한 여름날을 기록하고, 그 속에서 어른도 아이도 자기 방식대로 치유하고 성장하는 모습은 관객에게도 저마다의 어떤 시기의 냄새와 소리를 떠오르게 한다.
감독 윤단비
출연 양흥주 박현영 최정운 박승준 김상동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 8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