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달인도 한 수 배워야한다는 깔끔만렙 인테리어

조회수 2020. 7. 25. 12: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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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수 빅판의 임대주택 거주기

홈리스 생활을 청산하고 임대주택에 입주한 지도 어느덧 4년. 이제 노숙 생활은 다시는 생각지도 않을 거라는 안광수 빅이슈 판매원(편집자주_신사역 8번 출구가 그의 판매지였고, 지금은 건강 문제로 잠시 판매를 쉬고 있다)을 그의 집에서 만났다.


정리의 달인 곤도 마리에가 한 수 배우고 가야 할 만큼 깔끔하게 정리된 그의 집에서, 이제 거리가 아닌 집에서 사는 삶에 대해 들었다.


Q.

《빅이슈》는 어떻게 판매하게 되었나요.

A.

2004부터 7~8년을 노숙 생활을 했어요. 점심은 주로 서울역 무료급식으로 해결했죠. 하루는 점식 무료급식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빅이슈 직원들이 빅판을 모집하는 안내 전단지를 돌리더라고요. 


'저 사람들 우리 같은 사람들 이용하는 거 아냐?, 저게 돈벌이가 될까?’ 반신반의하며 전단지를 받아, 일단 잘 갖고 있었죠. 그전에도 자활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었어요. 을지로 근처에 있는 롯데와 신세계백화점에서 청소일도 했었고요. 


제 방을 둘러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성격이 좀 깔끔해요. 그래서 청소일이 잘 맞더라고요. 그런데 자꾸 거리 생활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 ‘더 이상은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빅이슈의 문을 두드렸어요. 

Q.

그때가 언제예요?



A.

정확하게 기억해요. 2014년 3월 14일에 빅이슈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죠. 바로 다음 날부터 판매 일을 배워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날 시작해서 오늘까지 왔네요.(웃음)

Q.

임대주택 입주가 쉽지는 않았을 텐데, 어떻게 입주하게 되었나요?

A.

빅이슈에서는 잡지를 성실히 판매하고, 일정 금액 이상을 저축하면 임대주택 입주 기회를 줘요. 《빅이슈》 판매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판매가 잘 돼서 임대주택 입주 보증금을 빨리 모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저축액이 늘지가 않는 거예요. 


저축이 지지부진해 상심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빅이슈에서 민들레문학상*이라는 공모전을 기획했는데, 입상하면 임대주택 입주 기회와 보증금까지 지원해준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바로 도전해보기로 결정했죠. 


고려대에 계시던 선생님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빅이슈에 오셔서 ‘글쓰기’ 강좌를 해줬어요. 2014년 7월 초부터 12월 초까지 토요일마다 오전 한 시간씩 열심히 글쓰기 교육을 받았죠.

 

첫 수업 한 번만 빠지고 다 출석했어요. 그때 공모전 시 부문에서 제가 우수상을 탔어요. 상금으로 임대주택 입주 보증금을 지원 받아 저의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죠.


(*편집자주: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시, 빅이슈코리아 등이 협력해 홈리스를 대상으로 한 문학 특강과 공모전을 진행했다. 많은 홈리스들이 문학적, 예술적 소양을 기르고 사회와 교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된 문학상이었다.)

Q.

임대주택 입주하던 날이 기억나나요? 그날 기분은 어땠어요?


A.

말도 못 하게 좋았어요. 가장 좋은 건 내 공간이 생긴 거였죠. 짐이랄 것도 없는 이사였는데 막상 이삿날 보니, 집에 냉장고, 세탁기 등이 들어와 있더라고요. 


빅이슈에서 마련해준 것이었어요. 너무너무 좋았죠. 첫날 밤은 잠이 안 왔어요. 내 삶의 계획,포부를 펼쳐 보일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데 너무 좋아 잠을 설칠 정도였어요.  

Q.

안광수 빅판에게 집의 의미는요?

A.

나름의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터전이죠. 내가 펼쳐나갈 수 있는 희망, 꿈의 공간이죠.


Q.

앞으로의 목표는요?

A.

이제 노숙 생활은 다시는 생각지도 않아요. 앞으로의 목표는 거리나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희망 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용기를 못 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가족에게 연락을 해보고 싶어요. 이런 소망이 생긴 것만으로 감사하죠. 빅이슈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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