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창궐하면서 벌어진 현 상황

조회수 2020. 3. 24. 10: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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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너무해. 전염병이 바꾼 2020년의 모양.

“코로나19로서 내 삶은 파괴됐다”라는 문장을 쓴다면 ‘코로나19로서’라고 써야 할까, ‘코로나19로써’라고 써야 할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야심차게 시작한 2020년을 파탄 내러 온 대단한 자격의 소유자일까, 어차피 망가질 계획에 숟가락을 얹은 일개 도구에 불과한 걸까,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게 된 까닭은 다 코로나19 때문이다. 


꺾일 줄 모르는 코로나19의 기세가 낯설다. 전 세계에서 드물게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한국은 경기 침체와 불황의 그림자가 서늘하게 드리웠다. 바이러스는 어느새 내 삶에도 침투했다. 마스크 착용과 잦은 손 씻기를 생활화하는 것 외엔 별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나돌아 다니기 좋아하는 성미를 참지 못하던 나를 세기의 바이러스가 막아 세웠다. 


코로나는 2020년의 많은 계획을 미루게 했다. 먼저 새해맞이 ‘여자는 근육’ 프로젝트로 핫바디를 꿈꾸며 등록한 위밋업스포츠의 주짓수 클래스가 멈췄다. 지난 2월 개강한 클래스에서 주짓수 기술을 연마하며, 훗날 폼 나는 도복을 걸치고 상대방을 제압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건만. 한두 주 후면 다시 열릴 거라 예상했던 수업은 안전을 위해 한 달 넘게 쉬어가고 있다. 쇠뿔은 단김에 빼랬는데, 재개강하더라도 흥미를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찌뿌둥한 몸을 풀러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도 무기한 휴관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안내문을 읽었다. 기분전환법 중 최고로 치는 수영을 기한도 모르고 멈춰야 한다는 데 분해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2월 중순만 해도 수영장을 폐장해야 할 정도로 바이러스의 기세가 심하진 않았다. 오히려 덕분에(?) 수영장이 텅텅 비어서 레일 하나를 독차지하고 오리발 끼고 누비는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었건만… 좋다고 나대다가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바이러스는 온 세상을 잠식하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A는 제 옷을 만들어 입겠다는 포부를 품고 듣기 시작한 재봉틀 수업이 휴강한다고 울상이고, B는 회사가 휴업을 결정하자 쉰다는 기쁨보다 월급이 제대로 나올지를 먼저 고민했다. 온라인 커머스와 넷플릭스는 호황인데 시장과 영화관은 울상이다. 땀 흘려 준비했을 공연과 영화는 관객과 만날 날을 연기하거나 취소되고 있다. 와중에 가장 아래서 고생하는 예술계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은 만연하고 소규모 여행사는 줄줄이 폐업 중이다.

어려운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고작 운동 좀 못 간다고 징징대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언제 세상이 아름답고 행복하기만 했나 싶다. 바이러스로서 혹은 바이러스로써, 불평등한 이 사회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난 거겠다. 불행의 무게를 저울로 재서는 안 된다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렸다.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더 어려운 사람에겐 손을 내미는 것으로 자책을 갈음해야 한다. 아니, 이왕이면 자책 말고 남 탓을 하자. 이건 다 코로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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