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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코리아

할아버지가 참전용사였던 감독이 카메라 들고 베트남에 간 이유

베트남전쟁을 둘러싼 서로 다른 기억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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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을 만드는 모든 작가들은 ‘나’의 이야기에서 첫 삽을 뜬다. 상업에서 대중적인 성공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나가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사실 대중적인 성공을 하고 해외영화제에서 국가를 빛내야만 좋은 감독은 아니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세상에 꼭 필요한 영화를 완성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창작자다. 


여기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이 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자리에 한국을 두고 베트남의 시민들을 촬영한 <기억의 전쟁>의 이길보라 감독이다. 이길보라 감독은 전작 <반짝이는 박수 소리>에서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 농인 부모의 청인 자녀로서 지켜본 부모의 삶을 온기 있게 전달했고 차기작 <기억의 전쟁>에서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출발해 베트남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고통에 주목하고 연대한다.

<기억의 전쟁>은 어떤 영화?
다 자라 20대가 된 손녀는 스스로를 ‘용사’라고 칭하던 베트남 참전 군인 할아버지의 기억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베트남 전쟁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가족을 잃고 남겨진 피해자들. 그리고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참전용사’라는 자랑스러운 칭호를 안고 사는 노쇠한 군인들 사이 기억의 간극은 얼마나 벌어져 있는 걸까.


영화 <기억의 전쟁> 이길보라 감독 인터뷰

지난번 '반짝이는 박수 소리'는 농인 부모의 이야기를 담았고 이번엔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를 따라간다.

할아버지께서 ‘참전용사’라는 말을 사용하셨다. 또 고엽제 후유증으로 받은 훈장이나 표창장 같은 게 집 안에 걸려 있어 자연스레 그것들을 보면서 자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한국군이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민간인 학살을 저질렀단 걸 알게 됐다. 이 간극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베트남에 가게 됐는데 탄 아주머니(응우옌 티 탄)를 만났다. 탄 아주머니는 내 할아버지가 참전군인임을 알면서도 따뜻하게 환대해줬고, 가해국에서 온 내게 밥 먹으라고 하는 거지?  하는 의문을 품으며 영화를 시작했다.


영화의 배경은 한날한시에 학살당한 마을 주민들을 기리는 위령비가 세워져 있고 매년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퐁니·퐁넛 두 마을은 세 명의 주인공을 선택하며 자연스레 배경이 됐다. 세 사람은 여성(응우옌 티 탄)과 시각장애인(응우옌 럽)과 청각 장애인(딘 껌)이었다. 당연히 내 출생과 연결되는데, 부모님이 농인이다 보니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 또 내가 여성이다 보니 여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됐고, 내가 전쟁 3세대니까 2세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가해국에서 왔고 어떤 시각으로 주제를 다룰지 모르는 상황에 서 경계심을 드러냈을 법도 하다. 세 사람은 영화 촬영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나. 

일단 내가 전쟁 3세대고 딸 같은 나이이다 보니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갔을 때 다른 카메라보다 더 환대해주신 거 같다. 실제로 탄 아주머니네 막내와 내가 동갑이었다. 세 분 모두 “너희가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구나. 잘 담아서 한국 사회에 잘 이야기해줘라”라고 말씀해주셨다.

응우옌 티 탄이 증언한 2018년 시민평화법정에서 주심 김영란 전 대법관은 ‘대한민국 정부에 책임이 있음’을 선고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사과나 참전군인 개인의 사과가 실제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선 안타깝다.

탄 아주머니의 몸이 좋지 않아서 방한하기 힘든 데도 불구하고 어렵게 한국에 오셨다. 사실 탄 아주머니가 시민평화법정에서 얻고자 한 건 대단한 게 아니었다. 탄 아주머니가 한국 여정에서 받고 싶었던 건 ‘이 자리에 학살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면 올라와서 내 손을 잡고 사과하라’는 단 한 가지였는데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법정에 참전군인이 있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굉장히 안타까웠다. 


과거의 상처를 꺼내 상기시키며 수차례 증언을 반복해야 하는 탄의 어려움도, 감독의 미안함도 컸겠다.  

죄송했다. 이미 여러 번 담았는데도 영화에 쓰기 위해, 우리 영화의 무드에 맞추기 위해, 인터뷰와 숏컷을 따기 위해 내가 탄 아주머니를 다시 한 번 그 고통스러운 기억의 시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감독으로서 무겁고 어려운 일이었다. 


제목도 '기억의 전쟁'이고, 양측의 입장이 있다. 참전군인들은 시민평화법정 날 민간인을 죽인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어떻게 해석했나. 

그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푸티지(촬영 필름)를 통해 들여다보니까 우리 할아버지와 같은 한 개인으로 보이기 시작하더라. 따지고 보면 그들은 전쟁의 가해자이자 피해자다. 아무도 자기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계속 저렇게 광장에 나와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거 같았다. 이들을 악의 축이나 흑백논리로 다루는 게 아니라 다른 기억을 가진 하나의 주체로 그리기로 했다. 가해자만이 아니라 결국 가해자이자 피해자, 또 다른 기억을 지닌 사람들로 담으려고 노력했다.  

베트남인 피해자들과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참전군인들 사이에서 개인으로서 무력하단 생각도 든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하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베트남전쟁이 무엇이었는지를 각자의 시선에서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고, 새 기억을 만들 수 있고,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 수 있다. 이 영화가 담론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말하게 하는 촉매제가 됐으면 좋겠다. 가슴에 그런 물음표, 질문을 가지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해답을 주는 영화는 아니지만 각자의 질문을 품고 삶에서 대답을 찾는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다.


영화의 주인공인 세 사람도 완성된 영화를 시청했나.

2019년 베트남에 방문해 위령제를 지내고 상영회를 열었다. 탄 아주머니네 집에 텔레비전이 있어서 다른 마을에 사는 럽 아저씨와 껌 아저씨를 모셔왔다. 모두 너무 좋아하셨고 자기의 이야기가 영화화될 수 있다는 데 놀라고 자랑스러워하셨다. 이들의 이야기가 한국 사회와 베트남 사회에 잘 전달돼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대해, 자기들의 이야기에 대해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길보라 감독이 계속해서 집중하는 논픽션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현실이 픽션보다 훨씬 재밌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서 다뤄야 하는 이야기가 많고, 허구보다 현실이 더 허구 같은 부조리극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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