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 프랑스, 19세기 파리로 여행하는 시간

조회수 2020. 3. 13. 19: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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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화처럼, 호텔 레스케이프

파리의 첫인상은 실망에 가까웠다. 화려할 줄 알았던 거리는 무채색에 가까웠고, 파리지앵은 시크하다 못해 불친절하기 짝이 없었다. 예술과 낭만의 도시를 꿈꿨지만, 파리에선 낭만을 찾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 나는 소매치기에게 지갑까지 털려 딱딱한 바게트를 씹으며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이후로도 두 차례 더 파리를 찾았지만 상상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현실인 건 매한가지. 내가 기대한 파리는 그곳에서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의외의 장소에서 내가 생각한 파리를 만나게 됐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호텔 레스케이프는 19세기 파리의 벨 에포크를 콘셉트로 한 부티크 호텔이다. 남대문을 바로 앞에 둔 위치가 조금 뜬금없긴 하지만 우리가 기대한 파리의 낭만과 로맨틱한 감성을 구현해냈다. 오래된 가스등을 연상시키는 등과 시크한 블랙 컬러의 파사드 입구에서부터 고전미를 물씬 풍긴다. 마차를 타고 파리의 황금기로 시간 여행을 떠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처럼 우리는 회전문을 통해 과거의 파리와 조우하게 된다.

내부는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사유궁 재정비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부티크 호텔의 대가 자크 가르시아가 맡았다. 그는 옛 프랑스 귀족의 취향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19세기 파리가 물랭루주와 인상주의 화풍으로 대표되는 시기인 만큼 과감한 컬러와 패턴을 주로 활용했다.


체크인을 하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리셉션이 있는 7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원목과 거울로 고풍스럽게 장식한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층을 안내하는 우아한 프랑스어가 흘러나온다. 세심함이 돋보이는 설정이다. 프런트데스크에서 건네 받은 객실 키마저 평범한 카드형이 아닌 열쇠 모양으로 디자인돼 있어 눈길을 끈다. 


개성 강한 인테리어 때문에 오픈 당시 호불호가 나뉘었다. 독보적인 콘셉트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호텔이다. 레스케이프의 멋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화려한 패턴의 실크 자수 벽지와 벨벳 소파, 앤티크 가구와 조명들로 호화롭게 꾸며진 아뜰리에 스위트에 머물러 보길 추천한다. 커튼을 걷지 않으면 지금 서 있는 이곳이 서울이라는 사실을 잊게 될 만큼 앤티크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수영장 같은 부대시설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프랑스 살롱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다이닝에 큰 비중을 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호텔의 역할에서 문화와 예술, 미식의 경험을 나누는 ‘사교의 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특히 방배동에 위치한 프리미엄 디저트 숍 메종 엠오와 이태원 헬카페와의 협업으로 선보인 르 살롱은 주말이면 대기 줄이 있을 정도로 인기 높은 핫 플레이스다. 가격대도 다른 호텔과 비교해 저렴한 편이라 투숙객이 아닌 일반 방문객의 비중이 높아 보였다. 아울러, 인상적인 플레이스 중 하나는 스위트 투숙객 전용 라운지인 ‘라이브러리’다. 이곳에서는 고풍스러운 서재 콘셉트 아래 북 콘서트도 열고 있다.

파리에서 그토록 찾았던 낭만을 서울에서 찾게 됐다. 레스케이프는 파리에서 잃어버린 환상을 대신 채워주는 의외의 장소다. 19세기 파리를 충실하게 재현한 호텔은 어른들을 위한 테마파크나 다름없다. 마차 대신 택시를 잡아타고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처럼 짧은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 창밖에 에펠탑은 없지만, #파리갬성 가득한 인증 샷을 담기에는 충분하다. (물론 소매치기 걱정도 없이!) 호텔의 분위기에 더욱 몰입하고 싶다면 미래의 헤밍웨이나 달리를 꿈꾸는 친구와 동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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