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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조인성한테 전화가 왔다

조회수 2020. 3. 13. 19: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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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비상인 영화관, 그럼에도 꿋꿋하게 개봉하는 독립영화 감독 정가영

“그 사람 내가 만난 남자 중에 제일 섹시해.” 유부남 남자사람 친구에게 다른 유부남을 좋아하는 연애 감정을 토로하는 여자 주인공 가영의 대사에는 거침이 없습니다. 이 대사와 연기를 감독이 직접 한다는 점에서 <하트>는 감독의 색깔이 드러나지만, 자세히 보면 <하트>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이 진짜 나인지에 대한 고민이 짙게 묻어납니다.


자기 서사가 묻어나는 영화에서 직접 연기까지 하며 꾸준히 작품을 만들고 있는 <하트>의 정가영 감독. '코로나19'로 전국의 영화관이 비상이지만, 뛰어난 독립영화 감독의 작품은 지금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영화들입니다. 언젠가 빛나는 트로피를 들고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을 때 봉준호 감독의 KAFA(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인 <지리멸렬>을 다시 보듯이 “그때 그 영화들도 참 좋았지”라며 또 한 번 챙겨볼 수 있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트>는 어떤 영화?
1부 — 미술학원 교사 성범(이석형)은 결혼해 아이도 있지만, 가영(정가영)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성범에게 연애 고민을 이야기한다. 어느 날 또 성범을 찾아온 가영은 유부남을 좋아한다며 연애 고민을 털어놓는다.
2부 — 가영은 다음 영화 촬영을 위해 배우 제섭(최태환)을 만나고, 시나리오를 읽은 제섭은 “이거 감독님 본인 얘기세요?”라고 묻는다. 가영이 질문을 하는 상대인 성범, 고민의 주인공인 유부남 명진, 가영에게 새로운 질문을 하는 제섭. 세 명의 남자와 가영의 이야기다.

출처: <하트>
<하트> 정가영 감독

직접 연기하고, 짝이 있는 남성과 관계가 있는 와중에 다른 남자와의 연애가 끼어든다는 점이 전작의 연장선에 있다.  

공통된 점이라면 당시의 정가영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다른 점이라면 <밤치기>와 <비치온더비치>가 비주얼보다는 대사나 이야기의 밀도에 중점이 있었던 반면 <하트>는 보는 재미가 더  있는 작품이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촬영이나 미술을 더 신경 썼다.  


시나리오에 대사가 아주 많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이 궁금하다.  

워낙 대화가 주는 긴장감을 좋아한다. 수다의 건강함이 사람한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둘이 나누는 대화 속에도 긴장이나 편안함이 있지 않나. 작업할 때에도 그런 대화 내용에 집중해서 쓴다. 말에 긴장이 끊기지 않게. 쓰는 시간은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걸린다. 분량을 정해놓고 쓴다. 일주일에 3일, 하루에 다섯 페이지씩 쓴다.


성적인 욕망을 주저 없이 드러내는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 주제가 감독에게 매력적인 이유가 있나.

20대 때는 온통 연애 감정에 대한 앓이를 심하게 했다. 그 덕분에 즐거웠고 또 슬펐다. 그런 감정들이 나를 가장 살아 있게 하는 것 같다. 생생하고 분명한 그런 기억과 감정들을 영화로 남기는 게 나에게 중요했다. 연애라는 주제는,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하고 싶다.  

전작 <너와 극장에서>에는 감독이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질문을  받는 장면이 있다. 질문 내용이 “영화가 감독님이 겪은 이야기냐”는 건데, <하트>에서도 제섭이 똑같이 가영에게 묻는다. 이  질문을 실제로도 많이 들을 것 같다.  

직접 질문을 받은 적은 없는데 내 영화에 대한 리뷰를 보면 그런 호기심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이지만 GV가 편하지만은 않다. 어찌 보면 관객과 직접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지만 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별로 나다운 모습이 아닌 것 같더라. 그때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GV 끝나고 집에 가면 지나치게 말 많이 한 날 후회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웃음) 


<비치온더비치>의 가영은 여자친구가 있는 구남친에게 ‘다시 만나자’고 하는데, <하트>에서는 심지어 가영이 유부남을 만난다. 그렇게까지 윤리적인 선을 확 넘은 이유가 있나. 

형적인 혼란에 빠지지 않으려면 입체적인 고민이 필요하겠단 생각을 했다. 그냥 항상 마음속에 품어왔던 의문이나 고민들이 나온 건데 다만 그걸 작품으로 남기면서 소화시키려 노력하는 거다. '하트'도 시간이 지나서 보면 내가 이 작품에 위안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는 영화 속의 조인성이라는 배우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는 대사도 있는데 그냥 나오더라.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을 텐데 수정 요청이 없었나.  

그래서 조인성 배우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워낙 좋은 분이셔서 언제든 어떤 식으로든 다시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다. 그 단편을 하면서 정가영이라는 감독을 많이 알릴 수 있었다. 작업하면서도 너무 즐거웠고. 영화에서처럼 정말 갑자기 배우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 받고 ‘이게 꿈인가’ 싶었다.


갑자기 조인성 배우 목소리가 나오니 놀라게 된다. 들으면서도 ‘이거 누가 흉내 낸 건가’ 싶더라.  

흉내 잘 내는 개그맨 섭외한 줄 아는 분도 있다.(웃음) 시나리오를 소속사로 보내고 하루 만에 조인성 배우한테 ‘같이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거다. 사실 진짜로 배우가 읽어주길 기대도 안 했다. 짓궂은 대사들도 있었기 때문에. 화를 하면서 음성을 동시녹음으로 딴 건데, 조인성 씨가 네 번의 테이크를 가면서 다 다른 애드립을 해줬다. 그중 가장 재미있는 대사들을 뽑아서 편집을 했는데, 그런 부분까지 배려를 해준 것 같아서 고맙더라. 

아직 2G폰을 쓴다. 심지어 유튜브 계정 ‘가영정’에 2G폰으로 찍은 브이로그를 올리기도 했더라.  

좋아서 계속 쓰긴 하는데, 이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는 불편함을 주는 거라 고민된다. 스마트폰이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서 섣불리 못 바꾸고 있다. 


창작 속도가 빠른 편이다. 2017년에 세 편을 찍고 2019년에는 작품이 없었다. 다음 작품은 정해진 게 있나.  

가제는 <서른>이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고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난 남녀가 썸을 타는 이야기다. 꽁냥꽁냥하고 귀여운 연애 이야기? 전작 세 편을 찍으면서 내 영화의 1막이 끝났다고 느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 방식으로는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다른 형태의 작업을 하고 싶었고 마침 좋은 제작 피디를 만나게 돼서 그 작업도 즐겁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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