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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코리아

안온함이 느껴지는 연남동 동네버스 마포05

대형 버스와는 다른 아담한 봉고 형태의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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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에는 좁은 도로를 30km 시속으로 느릿느릿 오가는 아담한 마을버스가 있습니다. 느리지만 노선이 짧아 10분이면 제 몫을 다 해내는 마포05. 연남동의 풍경이 빠르게 변해가도, 멈춰서는 정류장의 이름이 자꾸 바뀌어도, 마포05에는 오래된 연남동의 모습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머리 어디서 했어요? 나는 컬이 그렇게 안 나오던데.”

“00 헤어숍, 거기 단골인데 잘 말아줘요.”


연남동 하모니마트에서 계산을 하려고 기다리는 사이, 마트 사장님과 손님의 대화가 들렸습니다. 오가며 자주 만나는 사람들만이 나눌 수 있는 일상의 대화였습니다. 커트 머리에 살짝 웨이브가 들어간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가진 두 분의 이야기는 제가 계산을 마치고 난 후에도 끊길 줄 몰랐습니다. 연남동으로 매일 출근하는 나는 동네를 거닐다 이런 대화를 들을 때면 왠지 모를 안온함을 느낍니다. 이 동네가 오래된 사람들이 오손도손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입니다.


칭찬

마을버스 정류장의 변천사

동네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하모니마트는 연남동 골목 깊숙이 들어오는 마을버스 마포05의 아홉번째 정류장이기도 합니다. 버스를 애용하는 주민들이 기억하기 쉽게 정류장 이름을 정한다고 들었는데, ‘하모니마트사거리’ 정류장은 그 목적에 잘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이와 달리 2015년 6월, 경의선 숲길이 개방된 이래로 오랜 가게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정류장 이름까지 바뀐 곳도 있습니다. 연남동 주민들이 즐겨 찾던 삼영여성전용목욕탕이 2015년 5월에 폐장하자 ‘목욕탕 앞’ 정류장은 에덴지우아파트가 되었습니다. 10년간 운영되었던 피부관리실도 같은 해에 문을 닫으면서 ‘피부관리실 앞’ 정류장은 에덴맨션이 되었습니다.

이후로 피부관리실이 있던 공간 옆으로 수제 비누숍이 들어오며 그 이름을 따 정류장 이름도 ‘비뉴’로 바꿨지만, 그마저도 2018년에 사라지며 지금의 에덴맨션이 된 것입니다. 조금 서글프게도 아직 버스정류장 간판에는 비뉴라는 명칭이, 마을버스 뒤꽁무니에는 피부관리실이 적혀 있습니다. 빠른 변화를 채 따라가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린 걸음의 마을버스를 보면서는 애잔함이 감돌기도 합니다.


연남동을 발견할 수 있는 마포05

마포05는 어쩌면 연남동을 기억하는 산증인인지도 모릅니다. 혹시 이마저도 사라지고 대형 버스로 바뀌진 않을까 우려도 들지만, 일일 800여 명, 1회 평균 12명의 승객을 태우기엔 10인승의 아담한 봉고가 최적의 수단이지 싶습니다. 14년 동안 버스를 몰고 있는 기사님도 연남동의 좁은 도로엔 이 차가 제격이라며 마포05의 쓸모를 인정했습니다. 

시내버스의 1/3에도 못 미칠 정도로 작지만 마포05에도 있을 건 다 있습니다. 2단 자동문, 타는 곳과 내리는 곳의 철저한 역할 분담, 교통카드 리더기, 요즘은 인기 없는 동전 투입구, 벽과 천장 곳곳에 위치한 하차벨, 그리고 시내버스보다 잘 터지는 무료 와이파이까지. 실제로 사용해보니, 시내버스는 사용자가 더 많아서인지 인터넷 접속이 잘 안 되는데, 마을버스는 속도도 꽤 빠르고요. 


버스는 15분 간격으로 운행합니다. 출발지인 홍대입구 역에서는 대부분 승객이 꽉 차고, 교통카드 리더기는 이 말을 가장 많이 합니다. “환승입니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골목 깊숙이 편하게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이 버스를 타는 것입니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와 지하철 노선의 틈새 구역을 운행하며 목적지 가장 가까운 곳까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동네의 참일꾼입니다. 

듬직

마포 05는 아침 6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운행하며 동네 주민들의 출근길, 등굣길, 마실, 회식 후 집에 돌아오는 늦은 밤까지도 발이 되어줍니다. 마포05에는 그렇게 주민들의 일상이 스며 있고, 그들의 이야기들이 매일 담깁니다. “어디 다녀오세요” “오늘 너무 춥죠” “아이가 많이 컸네요”라며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마포05에선 여전히 보입니다. 이 작은 버스는 한 동네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소입이다. 



버스의 한 켠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잠깐만요, 차가 정차한 후 일어나주세요, 노약자분들도 내릴 시간이 충분합니다’ 시내버스에도 적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면, 입말로 읽어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시내버스엔 ‘버스가 완전히 멈추기 전에 절대 일어나지 마세요’라는 문장이, 심지어 ‘절대 일어나지’ 부분은 경고를 뜻하는 붉은 글씨로 적혀 있으니 말입니다.


뭐랄까, 연남동 마을버스는 이렇게 좀 더 사람 냄새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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