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만난 친구를 실제로 만난다면?

조회수 2020. 3. 13. 19: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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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제겐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SNS 친구입니다. 친구라곤 하지만 우리는 사는 곳도 심지어 목소리조차 모릅니다. 그러다 문득 SNS를 매개로 만난 제 친구가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는 정말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친구 찾아 내 친구가 사는 신대방동에 가봤습니다.


SNS를 통해서만 소통하다가 이렇게 실제로 만나니까 신기하고 반가워요. 우리가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됐는지 기억해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죠! 팔로우 했을 당시에 은식은 SNS에 주로 영화 관련 글을 올렸던 것 같은데, ‘어, 나도 학교에서 이런 거 하는데!?’ 하면서 맞팔한 것으로 기억해요.

소리의 그림 계정을 다시 보다가, 2년 전 제가 쓴 댓글을 발견했어요.

그 시간 동안 제가 많이 변했을 것 같아요. 가끔씩 피드를 정리하면서 옛날 글을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던가?’ 싶을 때가 있거든요. 지금과는 너무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어요. 예전에는 사랑이 너무 궁금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대답을 수집하고는 했는데, 요즘은 사랑에 대한 신비로움을 믿지 않고 수집도 하지 않아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지구가 멸망했을 때 인류가 단 한 가지를 지킬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사랑이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게 사랑이라고 믿고 싶거든요.



소리의 사랑 수집을 좋아해요.

서로의 단점 때문에 헤어지지 않는 것, 내 나이에는 아직 모르겠는 것, 어려운 것, 사랑은 사랑이다, 증거를 찾을 수 없는 것, 느낌으로 딱 아는 것, 서로가 주고받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 남는 것, 나랑 너랑 구분이 안 생기는 것, 좋아하는데 어떤 선을 넘어서 더 좋아하게 되는 것, 내가 밖에서 얼마나 볼품없는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많은 실수를 했는지 하나도 소용 없어지는 것, 교실 문이 열릴 때 혹시 네가 아닐까 돌아보게 되는 것, 안고 자는 베개에 아무도 모르게 네 이름을 붙이게 되는 것, 어깨에 닿지도 않는 머리카락을 자꾸만 쓸어 넘기게 되는 것, 반말하고 싶어지는 것, ‘상대의 마음을 훔치는 50가지 기술’ 따위가 아무 소용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속수무책인 것, 마음에 꽁꽁 둘러친 ‘안전제일’ 테이프를 걷어내게 되는 것, 아무튼 사람을 굉장히 없어 보이게 만드는 것 등.


귀찮고 어렵고 까다로운 제 질문에 다들 성실히 답변해줘서 감사했죠. 자신만의 대답을 해주려고 고민하는 사람의 표정도 사랑이라고 느꼈어요. 추잡한 표현을 쓰는 사람도 있는데, 그것도 그 사람에게는 사랑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웃음)


매년 ‘올해의 〇〇〇’ 연말정산도 직접 하시잖아요.

2015년부터 해오고 있어요. 심심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던 것들의 대답들을 목록화하다가 시작하게 됐어요. 제 별명이 앙마인데, ‘앙케트 마귀’를 줄인 거예요. (웃음)


소리가 위로에 대해 쓴 게시물이 제 삶에 큰 영향을 끼쳤어요.

위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처럼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거죠. 하지만 어느 순간, 위로의 차원에서라도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고 깨달았어요. 이 사람은 지금 겪고 있는 것이고, 나에게는 지나간 것을 얘기하는 거니까요. 그 사람 입장에서는 무용담처럼 느껴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이 사람이 이야기라도 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질문을 해요. ‘그래서 너는 어땠는데? 그래서 네 기분은 어땠는데?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건데?’ 이런 위로법을 터득하게 된 것은 제 친구 덕분이에요. 제 친구가 이런 방법을 썼거든요.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을 하고 나면 마음이 풀렸어요.

동네의 첫 인상은 어땠어요?

인천에서 대학교를 다녀서 5년 정도 자취를 했어요. 그러다 갑작스럽게 취업을 하면서 서울에 집을 구했죠. 이 회사를 다니게 해준 친구가 옆 동네인 신림동에 살거든요. ‘그 친구 근처로 와야겠다’ 하다가 부동산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됐어요. 같이 알아보기로 한 친구가 지각을 해서 다른 담당자 분에게 배정 받았고, 바뀐 담당자 분이 소개해준 곳이에요. 신대방은 오아시스 같은 곳이에요. 여기는 이렇게 한적하고 평화로운데, 옆 동네들은 시내의 북적북적한 느낌? 처음에는 서울에 사는 것이 사람이 너무 많고 돈도 안 모이고 해서 너무 싫었어요. 특히 지하철 타고 다니는 게 힘들었죠. 그런데 신대방역에만 내리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 보니 이 동네와 많이 친해졌구나 싶어요.


동네의 첫 인상은 어땠어요?

일본 같았어요. 지상으로 지하철이 다니고, 조그만 하천이 흐르고, 지하철역에서 집에 가는 길 쪽이 더 그래요. 집이 오밀조밀하고 벽돌로 짓고, 가로수가 양옆으로 있고, 깔끔하고 평화로운 모습이죠. 그래서 좋았어요.



소리는 친구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대학교에 다닐 때 인간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나 자신이 최악이라고 느낄 때에도 같이 밥 먹어주는 사람이 친구 아닐까요? 나를 지켜봐준다는 건 적어도 밥맛 없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런 정도만으로도 가능하고 또 소중한 거죠.


우리도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늘 이렇게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내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잖아요. 이런 시간은 쉽게 주어지지 않죠. 서로 노력해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오늘부터 친구예요.


그 전에는 친구가 아니었어요?

SNS 친구에서 그냥 친구가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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