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것도 없는데 왜 연애도 결혼도 안 해?
“역시 여자라 섬세하시네요.”
“얼굴도 이쁜데 일도 잘하네.”
“장애가 있는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부족한 것도 없는데 왜 연애도 결혼도 안 해?”
여러분 이 말들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누군가에 대한 칭찬이고, 걱정돼서 한 말인데 무슨 문제인가 싶으신가요? 사실 이러한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엄청난 차별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표현들은 여성은 어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입각해, 불필요하게 업무와 외모를 연결하는 말들입니다. 또한 조언을 위장한 외모품평이기도 합니다.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일’로 바라보는 시각이나, 특정 나이가 되면 연애나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 이성 간의 연애나 결혼, 출산을 당연한 과업으로 생각하는 시각 역시 차별적입니다.
이런 말들을 모두 ‘먼지’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먼지’는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먼지는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유해하며, 치우지 않으면 바로 쌓입니다. ‘먼지차별’은 바로 이러한 ‘먼지’ 같은 차별을 말합니다. 일상적이지만, 성별, 나이, 인종, 성정체성, 장애 등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를 담은 표현을 뜻하며, 위에 나열된 특징만으로 개인의 삶을 재단하는 것 또한 포함됩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15년부터 외국에서 사용하는 ‘microaggression’이라는 용어를 차용해, 이러한 일상 속의 차별을 ‘먼지차별’이라고 명명하고 이것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차별 행위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는 캠페인을 진행해왔습니다.
사실 ‘먼지차별’은 직장, 학교, 일상에서 늘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직장에서 업무와 상관없는 질문을 받기도 하며, 회의가 끝난 후의 뒷정리나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는 일은 직위가 낮거나 나이가 어린 직원, 또는 여성이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기도 합니다. ‘여직원’, ‘여류작가’ 등 성별 정보가 중요하지 않을 때에도 이러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첫 작품을 일컫는 ‘처녀작’이라는 표현은 지금도 많은 매체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무심코 반말을 하거나, ‘아가씨’, ‘학생’, ‘어머니’ 등 ‘나이’나 ‘성별’에 따라 그 사람을 재단하고 호칭을 달리하며 하대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받거나, 융통성이 없거나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차별과 폭력이 공고한 사회에서는 이러한 표현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