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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훈련 안하면 부하들 피를 부른다" 정곡 찌른 주한미군사령관

조회수 2020. 11. 16. 16: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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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시크릿> '훈련 불만 작심 토로' 주한미군사령관의 정곡 찌른 한 마디


◇ “실탄사격 훈련 하지 않으면 부하들의 피를 부르는 일”


“실탄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실전에서 부하들의 피를 부르는 일입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은 최근 한국군 현역 또는 예비역 장성들을 만나면 종종 이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 실전적인 실탄사격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인데요, 오늘은 최근 한·미간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주한미군 훈련여건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훈련문제 불만이 외부에 널리 알려지게 것은 지난 7월1일 한미동맹재단 초청 강연행사 때였습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최근 폐쇄된 사격장, 민간 시위로 불충분한 사격장 사용 등으로 우리 준비태세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고, 제병(諸兵)협동훈련을 막는 준비태세를 소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공개적으로 “준비태세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주한미군사령관을 비롯한 주한미군 관계자들은 훈련 문제와 관련. “군사대비 태세에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왔었기 때문입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우리는 기갑, 보병, 박격포, 포병, 헬기, 근접항공 등의 전력이 포함된 실사격 훈련을 실전적으로 해야 하고, 항공 전력은 계속해서 훈련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DB
지난 7월 한미동맹재단 초청 강연행사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이 자리에서 그는 매우 이례적으로 주한미군 훈련부족에 대한 강도 높은 불만을 쏟아냈다.


◇ 주한미군 A-10 공격기 등 해외 원정훈련


그는 또 “훈련장 사용이 제한될 때 훈련을 하기 위해 우리 전력을 한반도 외에서 훈련하도록 보내고 있다”며 “이는 유사시 대응할 전력이 줄어들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는 주한미군에 배치돼 있는 ‘탱크 킬러’ A-10 대지공격기, AH-64 아파치 공격헬기 등이 훈련장 인근 주민 민원 때문에 한국내에서 훈련이 어려워 태국 등 해외에 나가 훈련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6·25전쟁 개전 직후 한반도로 긴급 출동했던 스미스 부대(특수임무대)의 패배를 거론하면서 “이런 교훈을 절대 되풀이하지 않도록 적절한 무장을 갖추고 기강 잡힌 군을 유지해야 한다. 강도 높은 훈련을 지상과 공중에서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파잇 투나잇’(Fight Tonight·상시전투태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파잇 투나잇’(Fight Tonight)은 오늘 밤 갑자기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싸워 이길 수 있는 태세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 뿐 아니라 역대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군 수뇌부들이 항상 강조해왔던 말입니다. 군내에선 주한미군 훈련과 관련해 에이브럼스 사령관을 ‘열받게’ 만든 것은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 사격장)과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 문제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배치돼 있는 주한미군 아파치 공격헬기들.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 중단 문제는 주한미군 훈련 문제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 아파치헬기 사격훈련, 포항 수성 사격장으로 옮겼지만 민원제기로 훈련 중단


로드리게스 사격장은 주한미군 최대 훈련장(1322만㎡ 규모) 중 하나입니다. 주로 주한 미 2사단 전차·장갑차 등 기갑부대와 포병부대,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 등이 훈련해왔습니다. 제병협동 훈련을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곳 중의 하나인데요, 간혹 민가나 한국군 부대에 유탄이 떨어져 주민들의 훈련장 폐쇄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작년엔 주한미군 AH-64 아파치 공격헬기 대대가 1년 이상 이 훈련장에서 훈련할 수 없게 되자 아파치 대대 철수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측은 2018년 1~5월 해당 사격장의 안전 확보를 위해 130억원을 들여 공사에 나서기도 했지만 결국 헬기 사격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로드리게스 사격장 민원이 이어져 훈련을 할 수 없게 되자 한·미 군당국은 아파치 공격헬기 훈련을 포항 수성사격장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주민 민원 때문에 헬기 실사격 훈련이 난관에 봉착한 것입니다. 군 당국이 국회 국방위 한기호 의원(국민의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 훈련의 경우 1년에 최소 64일의 훈련 일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 20일씩 1년에 총 40일만 훈련이 가능하다는 방침을 내놨다고 합니다. 주민 민원을 감안한 고육지책이었겠지요.



◇ 미군, 일정 수준 실탄사격 훈련 하지 않으면 진급 등에서 불이익


하지만 주한미군측에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우리 국방부와 군 당국도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일각에선 훈련일수를 채우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는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또 미군 입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주둔국인 한국의 사정도 감안해 융통성 있게 훈련 수준을 조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라크·아프간전 등 수많은 실전을 겪은 미군은 실전적인 실탄사격 훈련을 매우 중시한다고 합니다. 앞서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언급했듯이 ‘평시에 실전적인 실탄사격 훈련을 많이 해야 실전에서 희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미군의 흔들림 없는 생각이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미군은 야간에도 일정 시간 이상 실탄사격 훈련을 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미군은 규정된 일정 수준 이상의 실탄 사격훈련을 하지 않으면 감봉 등 경제적인 불이익과 함께 진급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미군은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이고 감봉 등에 우리보다 훨씬 민감합니다.


군 소식통은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군 지휘관들은 부하들의 훈련여건을 보장하지 못하면 부하들이 진급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현실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실탄사격 훈련을 하고 있는 주한 미 2사단의 M109A6 팔라딘 자주포들. 주한미군 자주포 부대도 훈련장 인근 주민들의 민원 제기로 사격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미군 수뇌부, 훈련보장 못하면 부하의 커리어 망칠 수 있다는 부담감


훈련을 제대로 못하게 하면 부하들의 ‘직업군인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강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훈련장을 둘러싼 갈등에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불만이 주한미군 내에서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5월 로드리게스 사격장에선 주민들이 표적 지역에 무단으로 들어가 예정된 직사화기 훈련이 실시되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주한미군의 다연장로켓(MLRS) 사격이 이뤄지는 강원 철원 담터 사격장에서도 주민 시위가 벌어져 훈련이 취소됐다고 합니다.


일각에선 에이브럼스 사령관 집안 배경과 개인 성향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미국의 소문 난 군인 명문 가문 출신입니다. 그는 6·25전쟁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크레이튼 에이브럼스 전 육군참모총장의 3남으로, 큰형과 작은형도 각각 예비역 육군준장, 예비역 육군대장입니다.


별만 모두 13개에 달하는 ‘장군 집안’입니다. 아버지 에이브럼스 장군은 기갑의 명장으로 미군 주력전차 M1 ‘에이브럼스’ 별명이 그의 아버지 이름을 딴 것입니다. 한 예비역 장성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엘리트 명문 군인 가문인데다 여러 차례 참전 경험이 있어 주한미군 훈련이 주민 민원 때문에 중단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 한미 안보협의회에서도 주한미군 훈련 문제 등으로 미측 강경 입장


주한미군 훈련 문제는 지난달 미 워싱턴에서 한·미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SCM)에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들이 나옵니다. 이번 SCM 공동성명엔 미측의 입장이 이례적으로 많이 반영됐는데 이는 미측이 주한미군 훈련 문제 등으로 매우 강경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주한미군 훈련여건 보장문제는 어물쩍 넘길 단계를 벗어났습니다. 주한미군의 제대로 된 훈련과 전투준비 태세 강화는 솔직히 우리 안보에도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군당국 뿐 아니라 청와대와 총리실 등 정부도 더 이상 ‘강건너 불’ 보듯이 하지 말고 적극적인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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