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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길에서 홀로 떨고 있는 아이를 만난 당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동의를 구해 말을 녹음하거나 사진을 찍으면 증거 수집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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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저녁 서울 강북구의 한 골목에서 내복 차림으로 행인들에 의해 발견된 5세 여아

출처SBS 뉴스 캡쳐

한파 속에서 어린아이가 내복 차림으로 집 밖을 홀로 서성이다 발견된 사건이 서울 강북구에서 지난 8일과 10일 연달아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아동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이 논란이 된 와중이어서 '내복 아이'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학대인지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 보호자를 상대로 사실관계 파악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이 아이들은 모두 길을 가던 시민들이 발견해 구조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지난 6월 있었던 창녕 아동학대 사건 뒤에도 아이를 지나치지 않고 구조한 시민이 있었다.

아동 학대가 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학대 아동을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아봤다.

안정감 주기

전문가들은 우선 학대나 방임이 의심되는 아이를 만난다면, 다급하게 묻기보다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창녕 아동학대 사건 신고자 송 씨도 아이에게 급히 이것저것 물어보기보다는 맨발이던 아이에게 자신의 신발을 신겨 줬다. 이후 그는 인근 편의점으로 데려가 아이에게 먹을 것을 사주며 응급 치료를 했다.

송 씨는 이후 SBS 뉴스에 "내가 어른이고 경계할 수도 있어서 우선 편하게 해주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아이는 처음엔 "무조건 괜찮다"라고 답했지만 이후 학대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고 한다.

헬로스마일센터 김진희 아동 심리상담가는 "아이가 심리적으로 보호감을 느끼고 안전하다고 지각하게 되면 자신의 두려운 상태에 대해 터놓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며 "아이를 신고한 시민의 행동은 일종의 라포(rapport·상호신뢰관계) 형성"이라고 설명했다.

학대 피해 아동들이 사람들에게 자신의 자초지종을 털어놓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편안한 분위기 조성은 매우 중요하다.

내복 아이들을 발견한 시민들도 모두 먼저 외투를 벗어주는 등 아이의 몸을 녹여주고 안심시키려고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상담가는 "학대 피해 아동은 부모를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사랑하기도 하는 양가적 마음이 있어서 거부와 폭력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렇기에 자기 부모의 훈육 방식이 잘못됐다고 자각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아이가 '괜찮다'라고 해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직접적인 질문은 피해야

아동학대 이슈를 다룬 드라마 속 장면. 쓰레기봉지 속에 버려진 학대 아동을 발견한 순간

출처TVN<마더>

학대 피해 정황이 보이는 아이와 이야기를 할 상황이 온다면 '직접적인 질문'은 피해야 한다. 아이에게 혼란을 주는 행동일 뿐만 아니라, 유도 질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실제 있었던 일보다 과장하거나 축소해서 말하는 '진술 오염'이 돼 조사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아이 몸에 상처가 있다면 '부모님이 때렸니?', '여기 그 사람이 그렇게 했지?' 등의 물음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피해 상황을 아이에게 계속해서 물어보면 정작 조사실에 왔을 때는 "다 이야기했어"라며 진술을 거부하는 일도 생긴다.

특히 CCTV 등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아동 진술은 법정 판단을 가르는 요소가 되기에 학대 피해 아동과의 대화는 유의해야 한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조인섭 변호사는 앞서 BBC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아동 대상 학대나 성범죄의 경우 아동 진술의 신빙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아동들의 경우 진술을 하면 할수록 진술이 확대재생산이 되는 등 처음과 진술이 일관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섣불리 아이에게 반복 질문을 하거나, 아이가 이야기하지 않은 내용을 추정해서 확인하는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아이가 대답하지 않는다면 더 묻지 말고 전문기관에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신고를 하는 게 좋다.

대화를 하며 시간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쉬운 언어로 객관적인 사실을 짚어주는 정도가 적당하다.

'신발을 안 신었구나', '여기 상처가 있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학대 정황을 기록하기 위해 아이에게 동의를 구해 말을 녹음하거나 사진을 찍으면 증거 수집에 도움이 된다.

부모 찾지 말고 바로 경찰 신고

아이에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바로 경찰이나 관련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가 늦어지면 아이가 더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일도 생긴다.

지난 2016년 12월 인천에서는 12살 소녀가 3년간의 학대를 이기지 못해 집 배관을 타고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16kg로 만 4세 아동 평균 몸무게밖에 나가지 않았던 이 아이는 동네 슈퍼에서 과자를 뜯어 먹고 빵이 담긴 바구니를 훔치다 붙잡혔다.

한겨울에 반소매 옷을 입고 음식에 집착하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슈퍼마켓 주인은 곧바로 경찰에 아동학대를 신고했고 아이는 구조됐다.

2016년 12월 인천에서 맨발로 탈출한 아이와 신고자 슈퍼마켓 주인

출처CCTV 캡처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이 아이는 전에도 한차례 집을 탈출한 적이 있었지만, 다시 감옥 같은 집으로 보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첫 번째 탈출 당시 아이를 본 행인이 도움을 준다는 요량으로 부모에게 인계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경찰에서 "그 어른에게 집이 있다고 알려준 걸 후회했다"고 말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만약 슈퍼 주인 입장에서 '과잣값을 받기 위해 부모를 찾아야겠다'라고 생각했다면 학대 피해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심이 생기면 고민하지 말고 바로 112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에 신고하고 아이와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편의점 등 개방된 공간에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공 대표는 "한국에선 경찰이 10분 이내에 출동한다. 기다려주면 제일 좋지만 어려울 경우 열린 공간에 아이를 맡기고 경찰에게 인계해달라고 요청해달라"고 조언했다.

'신고해도 소용 있나?

현실에선 '신고해 봐야 귀찮아지고 달라지는 것도 없다'는 인식도 있다.

'별것 아닌데 문제를 키운다'거나 '내 자식은 내가 가르친다'는 부모와 갈등이 생기는 등 신고를 했다가 항의를 받기도 한다. 지난 10일에 발견된 5세 어린이의 엄마도 경찰과 신고자들에게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 지내던 이웃이나 지인이 아동 학대 가해자로 의심된다면 고민은 더 커진다. 확실한 증거가 없어 신고가 망설여지기도 한다.

신고자의 신분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0조, 제 62조에 의해 보장된다

출처BBC

이와 관련해 공 대표는 "아동 학대는 다른 사건과 달리 '의심'만으로 신고를 할 수 있고, 신고자의 신고와 신원은 비밀로 보장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부담스럽고 두려움이 있다면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등 관련 기관에 제보해달라. 대신 신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고자의 신분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0조, 제 62조에 의해 보장된다.

이 외에도 막상 용기를 내 신고했지만, 무죄로 판단되면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신고 자체만으로 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조 변호사는 "무고죄는 범행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 거짓으로 고소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수사기관에 신고했다고 명예훼손이 되는 건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 소문이 나면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대 피해 아동의 징후

멍이나 고름 등 외상이 있어 아동학대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울음이나 비명이 들리는 경우, 아동이 위축돼 있거나 실수에 대해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경우,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 등에는 방임이나 학대 피해를 의심해봐야 한다.

공 대표는 "계절에 맞춰서 옷을 제대로 입고있지 않거나 맨발로 돌아다니는 아이가 있다면 일단은 신고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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