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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2008년 가을, 나는 군 정신병원에 갇혔다.'

성소수자란 이유로 군대에서 차별과 괴롭힘을 당했던 그는 동성애자 군인의 이야기를 설치작품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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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씨는 군 정신병원에서 116일을 보냈다

출처BBC

"군대에서의 경험은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정신병원에 갇혀있던 116일. 그 시간이 그 이후 거의 10년에 큰 영향을 미쳤어요.”

2017년 육군 중앙수사단이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해 군형법 92조6을 위반한 혐의로 형사처벌하도록 지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23명이 입건됐고, 9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시각예술활동가 강제람(35) 씨는 당시 뉴스를 접하고 설치 전시 ‘유 컴 인, 아이 컴 아웃(You come in, I come out - Letters from Asylum)’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9년 전인 2008년, 그도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악몽같은 시간이 시작됐다.

군 정신병원에서의 116일

강씨는 부대에서 다소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괴롭힘의 대상이 됐다. 그는 몇몇 선임들과 부대원들이 그의 신체를 만지고, 귓불에 바람을 불고 속옷을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한 부사관이 그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고 그는 자신이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하지만 믿었던 부사관은 바로 다음날 '아웃팅(성 정체성을 타인이 강제로 공개하는 것)' 했다고 말했다.

"다음날 부대 사람들이 다 알더라고요. 한 선임은 제게 ‘지난밤에는 누굴 유혹했느냐’고 물었어요.”

그는 당시 '관심병사'를 표시하는 노란색 스마일 라벨을 군복에 붙여야 했고, 정상적인 군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군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그곳에서 116일을 보냈다.

강 씨는 병원에서 항우울제를 복용했고, 군 전역 심사에서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그는 복무부적합 판정을 받아 조기 전역했다. 사유는 “히스테리성 인격장애 및 자아이질적 동성애로 인한 병역부적합”이다. ‘자아 이질적 성적 지향’이란 자신의 성적 지향이 무엇인지 인지하지만, 그것을 긍정할 수 없어 스스로 고통을 느끼는 경우다.

“전역 심사 때 전 ‘나 자신의 모습을 다르게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거든요. 그런 내가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난 내가 동성애자인 걸 알지만, 나 자신을 긍정하면서 살고 있거든요.”

동성애자의 군복무

한국은 동성애자의 현역복무를 원칙적으로 허용한다.

국방부의 부대관리훈령 제7장은 동성애자 병사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이 다른 장병과 마찬가지로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병사의 신상비밀 보장, '아우팅' 제한, 동성애자에 대한 구타, 가혹행위 등 괴롭힘과 차별 금지, 성적 소수자 인권보호 교육 등 구체적인 금지사항과 의무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군형법 92조6항은 “군인·군무원·사관생도 등에 대해 항문성교 및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행위의 장소나 때, 방식, 강제성 등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고,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조항이라는 지적이 여러차레 제기됐다.

군형법에는 군대 내 강간 혹은 강제 추행에 대한 별도의 처벌 조항이 존재한다. 따라서 92조6항이 필요없다는 지적도 있다.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군형법 제92조 6항을 폐지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한편 육군본부는 2017년 ‘육군 성소수자 색출사건’과 관련해 현역 장병이 동성 군인과 성관계를 하는 것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사생활과 군 기강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군형법상 '추행죄'로 처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씨는 군대가 “모순된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되는데 동성애 행위는 처벌한다는 것이 모순된다”고 말했다.

“제 경우에도 무슨 동성애 행위를 한 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군은 내가 나를 동성애자라고 정체화하고 그것이 나의 어떤 모습 중 하나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게 했어요.”

강 씨는 이번 작업을 통해 자신이 2008년 군에서 겪은 일을 편지 형식으로 풀었다

출처BBC

'레터스 프롬 어사일럼'

영국에서 유학을 하던 시절, 그는 ‘육군 성소수자 색출사건’을 접했다. 그리고 2018년 그는 타지에서 처음 한국 성소수자 군인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의 증언을 바탕으로 하게 됐다.

“누군가 작은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냈을 때, 거기서 변화가 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이 설치 작업은 안전한 공간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어사일럼(asylum)이란 단어는 ‘정신병원’이라는 뜻과 ‘망명지’라는 뜻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는 이 중의성에서 한국 사회를 봤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의 다양한 삶과 정체성을 응원하고 지지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모두가 안전한 그런 공간이겠지만, 서로 혐오하고 차별하고 소외시키면 정말 감옥같은 공간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전 그런 중의적인 의미들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병풍으로 만들어진 그의 작품에는 4명의 성소수자 군인의 증언이 편지 형식으로 적혀있다. 하지만 설치물 밖에서는 이 증언을 읽을 수가 없다. 병풍의 바깥쪽에는 거울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밖에 있는 관객은 거울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만 보게 된다. 설치물 안쪽으로 비로소 들어왔을 때, 사람들은 군인 개개인의 증언을 읽을 수 있다.

2018년 영국에서 그가 자신의 증언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면, 2년 후 서울에서 이 설치물은 4명의 성소수자 군인의 증언을 담은 작업으로 발전했다. 1998년, 2008년, 그리고 2018년 군대에 있었던 이들의 목소리는 다르면서도 같다.

그는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사회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군대에는 군형법 92조6항이 아직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군형법 92조6

군형법 92조의 6은 1962년 제정된 이후 지금껏 세 차례 위헌 심판대에 올랐지만, 세 번 모두 합헌 판결을 받았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2017년 2월 인천지법에서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으로 이 조항의 위헌 여부를 네 번째 심리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6년 “동성애 편견과 차별을 내포하는 군형법 추행죄를 폐지하거나 개정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그리고 2010년에도 당시 이 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헌재에 “군인 동성애자들의 평등권 및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강 씨는 군형법 92조6항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90%가 넘는 대한민국 남성이 군대에 다녀와요. 그래서 전 군형법92조6항은 단순히 동성애자 군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이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법으로 누군가의 존재가 불법이 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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