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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아시아 최대 열대우림 파괴 현장.. 한국 기업의 팜유개발 실태

BBC 한국계 코린도그룹이 인도네시아 파푸아 원시림을 고의로 불태우고 팜농장을 세운 정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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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연생태의 보고인 파푸아에서 산림 벌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출처Mighty earth

한국계 코린도그룹이 팜농장 개간을 위해 아시아 최대 열대우림에 고의로 불을 낸 정황이 포렌식 데이터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BBC는 이 데이터와 현지 주민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파푸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코린도그룹의 팜유 개발 실태를 보도한다.

뻬투르스 킨고가 인도네시아 파푸아 남쪽 보판 디굴(Boven Digoel) 지역 열대우림 속을 걷고 있다.

"여긴 우리의 작은 시장입니다. 하지만 도시와 달리 여기 음식과 약초는 공짜예요."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킨고는 인도네시아 파푸아 만도부족의 원로다. 그의 부족은 조상 대대로 파푸아 우림에 터를 잡고 살았다. 낚시, 사냥과 더불어 자연에서 수확하는 사고야자(sago palm)는 이들 부족의 주요 식량이다. 열대우림은 지구상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일 뿐 아니라, 이곳 토착민에게는 신성한 곳이며 식량창고이자 집이다.

킨고는 6년 전 코린도그룹을 알게 됐다. 한국인 CEO(최고경영자)가 운영하는 코린도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여러 자회사를 통해 팜유와 목재 생산, 금융, 해운물류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코린도는 그에게 그의 부족과 다른 10부족의 토지를 1헥타르(ha)당 단 8달러(10만루피아)에 넘길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코린도 측은 이미 인도네시아 정부의 사업장 허가를 받았고, 원주민들의 토지 소유권을 "빨리 거래하기 원했다"고 킨고는 말했다. 개발에 대한 약속은 교묘한 협박과 함께 이뤄졌다.

"군대와 경찰이 집에 와서 제가 (코린도) 회사를 만나야 한다고 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떤 일이 제게 일어날지 모른다고 했어요."

코린도는 그에게 개인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에게 '코디네이터' 자격으로 깨끗한 물과 발전기가 있는 집을 제공하고, 자녀들의 학비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문서가 아닌 구두로 된 약속이었다. 그리고 그땐 그의 결정이 부족의 앞날을 송두리째 바꿀지도 몰랐다.

뻬투르스 킨고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열대우림 지역의 일부를 코린도그룹에 팔았다

출처BBC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령 파푸아는 새로운 팜유 산지로 주목받으며, 광대한 열대우림은 팜나무를 심기 위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야자나무에서 추출하는 팜유는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 세제 등 다양한 제품에 널리 쓰인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뛰어나 기업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코린도그룹은 파푸아에서도 가장 큰 면적의 팜농장을 보유하고 있다. 코린도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승인을 받고 6만ha 규모의 광대한 팜유 플랜테이션을 개간했는데, 이는 서울의 크기와 맞먹는 면적이다. 코린도의 사업장은 현재 인도네시아 경비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

코린도와 같은 팜유 기업은 팜나무를 심기 위해 삼림을 개간한다. 불을 지르는 화전방식은 인도네시아에서는 불법이다. 대기오염과 대형화재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린도 측은 파푸아 열대우림에 고의로 불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2018년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가 발표한 보고서도 코린도가 불법 방화를 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코린도는 FSC 회원이다. FSC 인증은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 제품을 상징한다.

하지만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 연구기관 '포렌식 아키텍처'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BBC팀이 함께 분석한 자료에는 코린도의 주장을 의심케 하는 정황들이 드러났다.

포렌식 아키텍처는 건축적 기법을 활용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국가적 폭력, 인권침해, 기업과 국가 환경파괴 사례에 대해 조사해 왔다. 이번에도 항공사진과 위성자료 및 여러 데이터 시뮬레이션으로 코린도의 사업장을 살펴봤다.

사마네 모아피 포렌식 아키텍처 선임연구원 "이것은 화재가 의도적이었는지 아닌지 거의 확실히 알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통해 "수년간 반복해서 (열대우림에) 불을 냈던 대기업들의 법적 책임을 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레식 아키텍처는 위성사진으로 코란도 사업장 가운데 한 곳인 PT. 동인 프라바와의 개간 패턴을 살펴봤다. 또 산불지역을 분석하는데 사용하는 정규탄화지수(Normalized Burn Ratio: NBR)와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사진에서 고온지역을 점으로 표시한 핫스팟 데이터를 2011~2016년에 걸쳐 비교 분석했다.

모아피 연구원은 "불이 난 패턴과 방향, 속도가 사업장 개간할 당시의 패턴, 속도, 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고의로 화재를 일으켰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만약 화재가 사업장 외부에서 발생했거나, 기후조건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면 다른 방향으로 분산됐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확인했습니다."

코린도 측은 여러 차례 BBC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그리고 성명을 통해 불을 내서 개간한 것이 아니라 중장비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또 이 지역은 극심한 건기에 자연산불이 자주 발생하며, "인근 주민들이 목재 더미에 숨은 큰 쥐를 잡기 위해 불을 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BBC가 직접 확인한 주민들의 증언은 달랐다.

마을 주민 사프낫 마후제은 코린도 인부가 남은 목재를 쌓아 불을 지피는 것을 봤다고 한다.

"목재를 줄을 맞춰 쌓았어요. 긴 줄이었는데 100~200m쯤 됐죠. 그리고 휘발유를 붓더니 불을 붙였죠."

또 다른 마을주민 에사우 카무엔은 산불로 인한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렸다고 한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불을 내는 화전개간이 거의 매년 인도네시아 우림에서 발생해 연기가 동남아시아 일대를 뒤덮고, 학교와 공항이 폐쇄되기도 했지만 기업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수십년 만에 가장 규모가 컸던 2015년 인도네시아 산불로 발생한 연무는 동남아 일대를 뒤덮고, 이로 인해 약 9만 명이 조기 사망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 산불로 발생한 이산화탄소의 양은 같은 해 미국의 탄소배출량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파푸아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열대우림이 있는 곳이다

출처Greenpeace

앞서 FSC도 코린도를 상대로 제기된 주민들의 주장을 2년간 조사했다. 코린도가 3만ha에 달하는 천연림을 파괴했으며 이는 FSC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코린도는 FSC 조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압박했고, 결국 FSC의 최종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BBC 취재 결과 확인됐다.

BBC가 입수한 보고서에는 "(코린도의 삼림 훼손) 증거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넘어선다"고 적혔다. 아울러 코린도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지역주민들의 전통과 인권을 침해했고, "군부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아 지역주민들에게 불공정한 보상을 통해 이득을 취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분명하게 코린도의 FSC회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FSC 이사회가 이를 거부했다. 환경단체들은 이사회의 결정은 FSC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또 19개 지역 환경단체들은 FSC에 보낸 성명에서 FSC 인증이 더 이상 "산림보호, 지역주민의 권리와 환경증진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킴 카스텐슨 FSC 총괄디렉터도 독일의 FSC본부에서 가진 BBC와의 인터뷰에 "코린도가 우리의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스텐슨은 "이미 벌어진 일"이라며 "이게 최선이라면 우리의 정책을 위반했다고 앞으로 그들과 어떤 일도 하지 않아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의 코린도 회원자격 유지 결정 취지는 "진전이 이뤄지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코린도는 성명을 통해 어떤 인권침해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지만, 개선의 여지가 있다며 주민들의 불편 접수를 받는 절차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또 원주민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했으며, 추가로 1ha당 8달러에 해당하는 벌목비용, 즉 인도네시아 정부가 사업장 허가를 위해 결정한 금액을 냈다고 밝혔다. BBC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코린도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팜유 농장에서 팜유를 수확하고 있는 노동자들

출처ALBERTUS VEMBRIANTO

뉴기니섬의 서쪽 절반을 차지하는 파푸아는 1969년 주민투표로 인도네시아령에 편입됐으나, 당시 찬반투표에 불과 1063명의 부족원로만 참여하게 해 논란이 됐다. 이후에도 독립을 요구하는 운동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특히 파푸아의 풍부한 천연자원은 화약고가 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파푸아를 군사작전 지역으로 지정하고 분리독립 운동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군대는 특히 파푸아의 풍부한 자원을 목적으로 진출하는 다국적기업과 결탁해 토착민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활동가들은 지적해왔다.

갈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1년 파푸아를 특별자치주로 만드는 법을 제정하고, 정부의 재정지원도 크게 늘렸다.

엘리자베스는 "코린도가 마을에 번영을 가져오지 않았고 분열만 일으켰다"고 말했다

출처BBC

만도부족의 데릭 뉘와엔도 뻬투르스 킨고처럼 코린도로부터 돈을 받고 땅을 넘겼다. 데렉의 여동생 엘리자베스는 도시에서 일하고 있어 당시 오빠가 한 일을 알지 못했다.

엘리자베스는 오빠 데릭은 다른 부족과 토지계약 문제로 마찰이 있었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는 "오빠는 결코 자신의 긍지, 숲을 팔지 않았을 것"이라며 "회사는 번영을 가져오지 않았다. 그들은 갈등을 만들었고 오빠는 희생양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빠가 아이들의 교육과 가족들의 의료보장도 약속 받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숲은 사라졌고, 우린 가난 속에 살고 있어요. 숲이 팔려서 우리가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2020년 현재 우린 그렇지 않아요."

코린도는 엘리자베스가 사는 나키야스 마을에 도로를 놓고 깨끗한 수도관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여전히 전기도, 깨끗한 물도 없다. 발전기가 있더라도 이곳에서 기름값은 수도 자카르타의 4배다.

환경단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종이 살고 있는 파푸아가 영원히 훼손될까 우려하고 있다

출처Greenpeace

코린도는 파푸아 지역에서 현지인 1만을 고용하고 있으며, 영양결핍 아동과 장학금 지원 등 사회경제적 지원금으로 1400만달러를 지원했다고 한다. 또 환경보호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스텐슨 FSC 총괄디렉터는 "더 큰 과제인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며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파괴된 열대우림을 되돌릴 수 없을까봐 두렵다.

"조상들의 숲이 모두 사라지고, 쓰러진 나무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다음 세대가 물려받았어야 했는데… (팜유) 플랜테이션을 걸으며 울어요, 스스로 묻죠. 숲이 완전히 파괴됐는데 조상들의 혼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제 눈앞에서 일어났어요."

킨고는 코린도로부터 약 4만2000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역 최저임금 기준으로 17년 치 급여다. 또 코린도 측이 자녀 8명의 학비를 2017년까지 지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속된 집과 발전기는 받지 못했으며, 받았던 돈도 이미 전부 썼다고 한다.

"남은 게 없어요, 삼촌, 조카, 처가 식구들, 손자들, 형제 자매들 모두 조금씩 가져갔고 남은 건 아이들의 학비에 사용했어요."

한때 방대했던 만도부족의 열대우림은 이제 줄지어 늘어선 팜나무가 대신하고 있다. 코린도 사업인가 구역에 추가로 1만9000ha의 면적도 곧 개간을 앞두고 있다.

킨고는 남은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는 후손들이 숲이 아니라 돈에 의지해 살게 될 것이 두렵다. 하지만 우림 속을 거닐며 자신이 받았던 돈이 마음에 걸린다.

"신 앞에서 저는 죄인이에요. 10부족을 속였어요. 회사는 '뻬투르스 우리를 잘 봐줘서 고마워'라고 말했지만 제 양심은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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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News |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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